“여론조사 기본적인 지식과 분별력 갖춰야 한다”
이기수 前 논설실장, 저널리즘 특강에서 특별주문
“여론조사에 관행으로 자리 잡은 할당표집을 버리고 확률표집을 적용한 조사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며 확률표집 응답자에게 정당한 보상체계 확립과 언론사의 경우 스스로 여론조사 문항을 개발하고 조사설계에 참여하여 결과 해석에 기여하는 이론적, 방법론적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지난 18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찾아가는 저널리즘 특강에서 이기수 前 전남일보 논설실장이 본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언론보도 허와 실에 대한 교육에서 특별 주문했다.
이기수 前 실장은 “여론조사는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전체 유권자를 다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업체들은 통신사 안심번호를 활용하거나 RDD(Random Digit Dialing)를 활용해 무작위로 표집틀을 구한다” 며 “이중 통상 1000~2000명가량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정한 3개의 변수(성, 연령, 지역) 응답자 비율에 맞춰 0.7~1.5의 가중값을 적용해 표본을 구성한다”고 여론조사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중값 방식도 셀가중(변수를 모두 반영해 세부 구분마다 각각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 림가중(전체 표본에서 기본적인 변수에 한해 가중치를 부여해 가는 방식)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해 표본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한다”며 “.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000명 조사는 ±3.1%포인트, 2000명 조사는 ±2.2포인트다. 1000명을 조사하면 6.2%포인트, 2000명 조사하면 4.4%포인트까지는 격차가 난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설명을 이어갔다.
이 前 실장은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서도 오차는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 前 실장은 “여론조사 학계와 업계에선 직접 사람이 조사대상자의 변수를 확인하고 조사를 하는 전화면접조사가 자동응답전화조사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본다” 며 “이는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사람이 대화를 통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생길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 자동응답전화조사가 오차가 생길 변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고 힘줘 말했다.
예를 들어 무작위로 구한 표집틀에 자동응답전화조사를 진행하면 응답자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성별, 지역, 나이 등을 조작할 수 있고 응답률이 낮은 만큼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도가 높아 조사 결과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일각에선 자동응답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정치·선거여론조사의 공표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 있는 현실도 적시했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의뢰·수행하는 기관의 성향에 따라서도 결과는 편향성을 가질 수 있는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에 대해 특정 정파성을 띤 업체는 이름 자체로 하우스 이펙트를 발생시킨다” 며 “여심위가 공표한 이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사를 할 때 처음 업체명을 밝히는데 반대 진영 지지자들은 업체명만 듣고도 전화를 끊어버릴 수 있기에 결국 특정 진영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되고 표본 과표집 문제가 생겨 조사 결과가 왜곡될 확률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여론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제108조를 개정하여 선거를 앞두고 6일 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보도하지 못하게 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며 “이 규제가 조사 의뢰자도 조사 대행사도 정확성 있는 고품질조사를 수행해야 할 유인동기를 못 갖게 하기에 미국, 영국, 북유럽 등 민주정을 채택한 국가들은 아예 여론조사 공표 규제가 없다”고 선진국들의 여론조사 행태도 상세하게 안내했다.
이와 함께 “여론조사에 관행으로 자리 잡은 할당표집을 버리고 확률표집을 적용한 조사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며 확률표집 응답자에게 정당한 보상체계 확립과 특히 언론사의 경우 스스로 여론조사 문항을 개발하고 조사설계에 참여하여 결과 해석에 기여하는 이론적, 방법론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외에도 “여론조사 시장의 낮은 진입 장벽 탓에 영세업체가 난립, 이들 일부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조사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있다” 며 “여론조사의 질을 보다 엄격히 관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국에서 여론조사기관들 각각의 과거 선거 예측 정확도를 기준으로 A부터 D까지 등급을 매겨 공개함으로써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민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안내했다.
이 前 실장은 “여론조사 결과는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기관들은 왜곡 없이 여론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여론조사 기법 개발과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절실하다” 며 “ 사실을 왜곡하는 부실 여론조사에 대한 감시와 책임 추궁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기에 주민의 알권리 충족에 기여하고 있는 언론 종사자들은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분별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