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힙하고 트렌디한 담양 청춘 농부들의 이야기 ‘청춘부록’(1)
“다양한 꿈들이 모여 새로운 일을 벌이는 프론티어 농업가들”
딸기, 블루베리, 토마토, 감 등 다채로운 농산물을 키우는 젊은 농부 크루 ‘청춘부록’
멤버들은 서울과 경기, 광주에서 체육, 디자인, 농업 등 각자의 꿈을 품고 있던 2030 청년들로 봉산, 대덕, 무정, 금성, 창평 등 담양 곳곳에 꿈을 심는 농부가 됐다.
하지만 농사만 짓는 건 아니다. 자신들이 땀 흘려 키운 작물만큼이나 농장과 농부의 이야기도 널리 알리고 싶어 각자 농장 SNS는 물론 온라인 스토어 개설까지 꿈꾸며 의기투합했다.
빡빡한 농사 일정 속에서도 ‘청춘부록’이라는 이름처럼 농사 외에 새로운 ‘부록’을 만들어가려는 열정은 이미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토마토 심기 체험행사, 화순 플리마켓 참여, 영농맵 리플렛 제작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담양대나무축제에서 ‘청춘부록’ 부스를 열어 공동경영의 부록물인 토마토즙과 딸기즙을 ‘농부를 이겨라’는 아기자기한 게임과 함께 선보이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스 참여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아 체계적으로 준비가 어려웠고 작물의 특성상 축제기간인 5월은 청춘부록 농부들의 상품을 판매하기는 어려움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에 반해 나눠준 토마토즙과 딸기즙의 반응이 좋아 주문 문의가 쇄도했고 인스타 팔로워 수가 2배 이상 늘어 나쁘지 않은 축제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축제 부스 참여가 처음이였던 만큼 내년에는 더욱 철저히 준비해 청춘부록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콩콩부록’의 수확물과 개별 상품들을 들고 나갈 계획이다.
농산물 판매 채널을 넓히기 위해 의기투합한 이들이지만 각자의 농산물을 키우다 보니 판매까지 이루어지기에는 걸림돌이 많았다.
그래서 함께 활동을 하는 김에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모험을 해보자 한 것이 콩콩부록.
농사 2년·3년 차도 있고 고등학교때부터 농업을 전공한 이들까지 멤버 구성이 다양해 농사도 함께 지어보면 공부도 되고 판매부담도 덜해 올해는 콩을 심기로 했다.
농사를 짓는 예능프로인 ‘콩콩팥팥’처럼 공동으로 농산물을 관리하고 가공과 판매까지 이어서 수익도 창출해 낼 계획이다.
때마침 2025 청년공동체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출발이 순조롭고 다들 처음 심어보는 작물이기도 해 청춘부록의 씨앗이 땅에 닿아 또 정신없이 바빠지고 즐거워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
◎ 프룻퍼리 농장지기 정진주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농산물의 생산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믿을 수 있는 농부에게 직접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청춘부록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농장과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다.
청춘부록에서 인스타 등 SNS팀을 담당하고 있는 정진주 농부는 청춘부록이라는 그룹 전체를 홍보하는 계정관리와 더불어 각 멤버들이 농장별 개성이 드러나는 계정을 운영토록 도와주고 있다. 청춘부록을 브랜드화해 소비자들은 프룻퍼리, 소담농장, 누리보듬, 베리브라더스 등 개별 농가의 스토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올해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선정된 프룻퍼리의 농장지기 정진주씨는 블루베리 농장으로 시작하다 차별성과 수익성을 위해 오이로 작물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교육과정, 농작물 재배의 보람, 수확의 기쁨 등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활용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한국체대 출신인 그는 매년 열리는 대학 동문 모임과 새내기들과의 만남에 ‘학과 최초의 농부탄생’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오이재배 실습을 하며 수확한 오이를 모교에 보냈더니 올 가을에는 농부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강의에도 서게 되었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보다 은퇴를 앞둔 교수님들이 더 많은 열의를 띄며 농부로서의 삶에 대한 문의를 하지만 강의를 통해 젊고 활기찬 농부들의 모습을 보여줘 농업도 매력적인 직업으로 인식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촌캉스를 경험할 수 있는 민박집을 운영하고 체대 식당이나 편의점에 농산물 코너를 구현해 청춘부록의 농산물을 납품하고 싶다는 꿈도 키우고 있다.
정진주씨가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오이 농가에서 실습을 할 때 보러 온 어머니도 퇴직 이후에 함께 농사를 지을 의향을 내비쳤고 울산에 있는 동생도 담양으로 올 계획이다.
일할 사람도 워낙 구하기 힘들지만 있어도 딸기, 토마토, 멜론에 집중된 인부들이 많아 가족들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가족들이 함께라면 애지중지 키워 온 오이와 블루베리가 더 소중히 다루어질 것으로 생각해 기대가 크다.
◎ 3년차 농부, 베리브라더스 권노훈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이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서울·경기가 생활권이던 ‘베리브라더스’의 동생 권노훈 농부 역시 예외는 아니였다. 3년 전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친척형이 있는 담양을 왔다가 농사에 매력을 느껴 귀농하게 된 케이스.
담양에서 4계절을 나며 본격적으로 농사를 배우고 뜻이 맞은 친형도 함께 하기로 했다. 형제는 지난해 무정면에 스마트팜을 구축하고 ‘베리브라더스’라는 딸기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귀농 3년차에 스마트팜을 시작하며 빠른 성장을 했지만 형제가 운영하고 있어 수익성은 크지 않아 농장 규모를 내실있게 키우는데 집중하는 중이다.
예상치 못한 권씨의 귀농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던 친구들은 지난해 스마트팜 완공 후 내부 정리작업을 돕기 위해 담양을 찾았다. 며칠간의 고된 노동에 충격을 받으며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농업의 현실을 실감하고 그의 모습에 멋지다는 반응을 남기고 돌아갔다고.
귀농 초기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였다”며 혹시라도 귀농을 꿈꾼다면 연고가 있는 곳에서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고 형 외에는 주변에 사람이 없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느낌을 받아 힘들었다”며 “청춘부록을 통해 또래 친구들을 만나 농사일에 대한 도움도 얻고 속 이야기 나눌 친구들이 생겨 큰 위안이 되고 있다” 말했다.
농사는 정말 힘들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며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농촌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젊은 세대가 누릴 수 있는 문화적인 인프라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사일 자체는 보람되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즐기는 등의 문화 생활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말했다. 서울에서 누렸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접하기 어렵고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모여 함께 즐길 만한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
이는 프룻퍼리의 정진주 농부를 비롯해 모두가 크게 공감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청춘부록을 통해 이 같은 갈증을 일부 해소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를 위한 문화적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느끼고 있다.
생활인구가 특히 많은 담양이니만큼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거나 이목을 끌 수 있는 팝업스토어, 축제에 다양성을 주는 등 농촌에서도 젊은이들이 즐겁게 생활하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욱 많은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입을 모았다.
올해 딸기 수확을 마무리하고 있는 권노훈 농부는 담양처럼 관광객이 많고 사람이 북적이는 지역을 찾기 힘들거라며 단순히 농작물 판매를 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신경을 쓴다면 수익의 다각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하고 체험농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