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힙하고 트렌디한 담양 청춘 농부들의 이야기 ‘청춘부록’(3)
종갓집의 손맛을 이어가는 누리보듬 이지연 팀장
이지연 팀장의 어머니는 유종헌 종가의 막내딸로 10여 년 전부터 누리보듬에서 만든 ‘송하’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류 제품들을 판매를 하고 있다. 시간과 정성으로 깊은 맛을 내는 전통 장을 만들고 있다보니 홍보를 외부 업체에 맡겨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게다가 가족구조 변화와 간편식을 선호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전통 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지연씨가 어머니 손맛을 이어받아 누리보듬을 잇기 위해 담양으로 들어왔지만 갈수록 된장을 찾지 않는 세대로 교체되는 것이 실감되어 된장을 계속 만드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발을 맞춰야 할지도 냉장고에 500g 된장 하나를 넣어두고 오랫동안 먹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된장의 매력을 어필 할 수 있을지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아기된장, 아기간장 등 연령별 맞춤 상품을 개발하고 동치미, 죽순, 김치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는 등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평 전통시장에서 누리보듬의 전통 방식 된장은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항상 식혜 같은 미끼상품이 있어야 어필을 할 수 있었는데 50~60대 장년층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직접 장을 담가 먹던 부모 세대는 사라졌지만 그 맛을 기억하는 자녀세대들이 다시 전통 장을 찾기 시작한 것. 덕분에 된장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건강을 지향하는 식재료를 찾는 시류에 편승해 누리보듬은 건강을 생각한 염도 조절과 무첨가 아기 된장을 통해 전통 장의 건강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창평에는 기순도를 비롯해 오랜 시간 동안 장을 만들고 있는 명가들이 많다. 이제 10년 차인 ‘누리보듬’이 그 명성들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 같아 차별점을 발효식품에 두고 상품개발 및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완공된 김치공장에서 발효식품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 할 예정이다.
지난해 봉산 로컬푸드에서 김장체험 행사를 진행했을 때 많은 참여자들이 큰 호응을 보내주어 배추김치, 깍두기 외에도 다양한 김치를 선보이는 체험으로 확대하고 장 담기 등 지역의 생산품을 활용해 왜소해져가는 장 문화에 불을 지필 계획이다.
그러나 돌고 돌아 아무리 좋은 품질의 장을 만들고 체험을 한다고 해도 홍보와 판로 확보가 항상 큰 숙제로 남았다.
어머니도 블로그 운영을 독학해 가마솥에 불을 때어 전통 고추장을 담는 보기 드문 과정, 메주를 띄우는 모습 등을 올리며 꾸준히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SNS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새로운 과제를 주고 누리보듬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청춘부록에 합류하게 되었다.
소비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유통과 판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또래의 커뮤니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인스타와 플리마켓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문 하나를 열었을 뿐이라 큰 성과는 없지만 프룻퍼리의 진주농부에게 인스타 게시물 관리에 관한 팁도 전수받고 농사에 도가 트인 친구에게는 배추, 무, 콩 등 다양한 농사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또 일손이 부족한 시기가 조금씩 달라 상대적으로 한가할 때는 서로 품앗이처럼 와서 장을 띄우는 걸 돕는다던가 죽순 포장을 도와주기도 한다.
농사가 주 업종인 청춘부록의 다른 멤버들과 달리 자신은 가공에 관한 경험을 나눌 수 있어 청춘부록이 서로 배움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커뮤니티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