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디자인 없는 태양광, 담양 경관 위협
최 형 식(전 담양군수)
산업사회 이후 ‘난개발’로 인해 “금수강산”이라는 의미가 변해가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히 담양군은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생태도시를 지향하며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훼손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담양의 풍경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특히 지붕 위 태양광 설비 기준이 완화되면서 도시의 품격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
태양광은 미래 에너지이며 지구환경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문제는 설치 방식이다. 과거에는 '완전 밀착형' 지붕 설치가 원칙이었다. 이는 도시경관을 보존하고 돌풍이나 태풍 등 기후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기준이 사실상 해제되었고 그 결과 무분별한 인허가가 남발되면서 도시의 조화가 무너지고 있다.
현실은 심각해지고 있다. 주택과 식당 위, 마을 입구, 축사, 공장, 심지어 문화유산 인근까지 제각각의 방향과 높이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경관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아름다웠던 마을 풍경 위로 철판들이 튀어나오고 이로 인한 시각적 불쾌감과 스트레스는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경관 훼손은 향후 지역 인구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담양 발전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재난 위험도 커지고 있다. 태양광 지붕은 고정이 부실하거나 낡았을 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몇 년 전에 봉산면 와우리에서 강한 태풍으로 인해 컨테이너가 30m 넘게 날아간 사고가 있었다. 또한 도시의 경관디자인은 외부인의 첫인상이자 기업의 투자 판단 기준이 되며 인구 유입에도 영향을 준다. 경관디자인 없는 에너지 설비는 결국 도시 전반의 이미지 저하로 이어진다. 뿐만아니라 주민들의 재산 가치 하락과 함께 공동체 갈등, 법적 분쟁 등의 부작용도 뒤따를 것이다.
또한 경관을 훼손한 태양광 설치는 도시 재설계에도 장애가 된다. 향후 경관재정비나 주택 정비, 문화관광 개발에 있어 이런 설비들은 ‘철거 비용이 추가 소요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과거 슬레이트 지붕이 한때의 대세였지만 결국 철거 대상이 되었듯 지금의 태양광 역시 향후 지역사회의 짐이 될 수 있다. 결국 사회적 비용, 환경 폐기물 처리 문제, 철거 책임은 고스란히 주민과 행정이 떠안게 된다. 따라서 이대로 방치하면 담양은 30년 이상 지역발전을 후퇴시킨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번 잘못 설치한 태양광 지붕은 철거하는데 최소한 25~30년 이상 걸린다. 철거 비용과 폐기물 처리 비용 또한 막대하게 들어간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경관을 외면한 채 태양광을 무질서하게 설치하는 나라는 없다. 지금이라도 무너진 생태도시의 지침을 살려야 한다. 경관디자인 없는 태양광설치를 규제하고 경관을 보존하는 일이 가장 강력한 경제정책이며 복지정책이다. 지붕 위 태양광은 반드시 '경관디자인이 된 완전 밀착형'으로만 설치되어야 하며 이제라도 경관심의와 안전 심의를 의무화해야 한다. 축사나 공장도 더 이상 예외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설치된 태양광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통해 위험 시설에 대한 예방조치와 경관 훼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경관은 군민 모두가 지켜야 할 소중한 공공재산이다. 이에 담양군과 의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