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대하는 방식도 달려져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곡성 장미축제의 새로운 제안

2025-08-18     김고은 기자

 

담양은 극한 호우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전국 곳곳에서 수해 피해가 잇따르면서 물을 소재로 한 축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했다. 

특히 피해가 컸던 광주·전남에서는 ‘수해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물을 테마로한 축제를 여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년에 한 번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정남진물축제는 지역 상권의 활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기도 하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장흥 물축제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퍼레이드 중 사회자가 “비누방울은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오염물질”이다 외치며 “이 오염을 장흥의 치유의 물로 정화하자”는 말을 강조하고 퍼포먼스 마지막에 불기둥과 물의 조화를 통해 기후위기에 맞서는 지역의 의지를 상징화했다. 

물 축제에 단순한 즐김의 차원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물을 어떻게 대할 것이라는 질문을 더한 것이다. 

또한 축제가 종료된 이후 입장 수익과 기부금 6060만 원을 수해지역에 기부했다.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과 연계된 나눔의 축제로 거듭나야만 지속가능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5월 중순 장미 만개에 맞춰 열리는 대표 봄 축제인 곡성세계장미축제도 최근 3년간 이상기후로 개화시점이 불규칙해 축제의 계절적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축제 기획 초기 단계부터 기상이변 대응 시나리오를 포함한 안전 매뉴얼, 침수대비 시설 설계, 재난 취약계층 대피 방안 등을 마련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축제 행정의 기본이 되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장미축제는 곡성군의 핵심 관광자산이자 지역 홍보수단인데 매년 기후 리스크에 노출되게 되면 이는 ‘날짜’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관광·행정 대응력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동안 장미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주목해왔지만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해서는 장미의 다중적 가치를 발굴하는게 핵심이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식품 및 생활상품화다. 

식용이 가능한 장미는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A·C가 풍부해 이미 화장품의 원료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장미청, 장미잼, 장미 마카롱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도 활용을 하고 있다. 

다만 식용장미를 키우기 위해서는 친환경 재배기술이 전제되어야 한다. 장미는 다른 작물에 비해 토양 영양 요구량이 높다. 

특히 축제용 장미처럼 짧은 기간 안에 빨리 키워야 할 경우 질소·인·칼륨 비료를 다량 투입하게 되는데 지하수로 흘러가거나 비에 씻겨 강에 가게 되면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다. 

또한 장미는 병충해에 약해 살균제와 살충제를 정기적으로 사용해야하는 품종이다. 농약들이 토양에 남거나 비에 씻겨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농가와 협업을 통해 천연비료, 천적 이용 방제 등을 활용한 친환경 유기농 재배로 전환하고 장미 부산물을 퇴비로 재활용하는 로컬순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장미는 가공·상품화 과정을 거치며 지역 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장미꽃을 활용한 장미청, 꽃차, 잼, 장미술 등 식용 가공제품은 물론 장미를 원료로 한 수제비누, 미스트, 천연화장품 등 생활 제품도 충분히 상품화 가능하다. 

곡성군이 청년 창업자, 여성농업인, 마을기업 등과 협력해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고 축제기간에 한정판 패키지 상품으로 관광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 

축제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 매장과 온라인몰을 통해 연중판매가 이뤄진다면 곡성 장미는 ‘1년에 한 번 피는 꽃’이 아니라 365일 향기나는 경제자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