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2. 전라남도와 충청북도의 작은 학교 살리기
■ 전남의 농촌유학 정책 및 수범사례
장성 서삼초등학교 아토피 치유학교 운영
장성교육지원청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아토피 치유학교의 문을 열었다. 편백림 가득한 축령산 자락의 작은 학교가 몇 년 만에 어린이들의 뛰노는 목소리가 가득 울렸다. 몇 해 전만해도 서삼초등학교는 폐교 위기였는데 아토피 치유학교를 운영하여 2024년 지역민 8명, 전학생 22명, 농산어촌 유학생 15명으로 전교생 45명, 유치원생 11명 전체 56명이 됐다.
아토피 치유학교는 약 2개월간 시범 활동을 통해 비젼과 방향을 탐색한 후 2024년 1기와 2기로 나누어 3월부터 12월까지 28회가 운영됐다.
아토피 치유학교 프로그램은 ▲사찰 음식의 대가 정관스님과 함께하는 음식 체험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 및 한의사의 정기적 한방 진료 ▲축령산 편백숲에서 만나는 숲 놀이 전문가들과 백암산 국립공원에서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숲속 놀이 ▲교육심리전문가와 함께하는 부모교육 ▲편백숲에서 이뤄지는 숲속 전시회 ▲백양사 템플스테이를 통한 친환경 사찰음식 체험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장성교육지원청의 관계자는“아토피 치유학교는 편백숲의 4계절에 맞춘 각각의 스토리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긴 호흡의 프로젝트이다.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예방 및 치유의 기회가 주어짐에 학생들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성교육지원청은 서삼초의 학교 시설도 아토피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했다. 겨울방학 일반 3개 교실을 친환경 교실로 바꾸고 학교 운동장 주변으로는 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하여 학생들과 교직원, 지역주민들에게 건강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서삼초등학교 심명자 교장은“아이들이 거의 매일 맨발로 황톳길을 함께 걷자”고 교장실에 찾아온다면서 황톳길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정선영 교육장은“아토피 치유 특색교육이 있는 장성으로 유학을 오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감동을 실현하는 장성교육지원청이 되겠다”고 아토피 치유학교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표현했다.
■ 장성 편백숲 행복 유학마을
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아이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 등산로 들머리에 자리한 ‘장성 편백숲 행복유학마을’의 가을 오후 풍경이다. 축령산 탐방객을 맞기 위해 지은 펜션 마을이 농촌으로 유학 온 학생들을 위한 마을로 탈바꿈했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버스로 20여 분 떨어진 서삼초등학교에 다닌다. 방과후 수업까지 마친 학생들은 오후 4시30분께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을 뒤편 닭장으로 달려간다. 학기 초 선물로 한 마리씩 받은 병아리가 하루를 잘 보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닭장에 갇힌 병아리가 안쓰러워 마을에 풀어놓고 따라다니며 살핀다.
서울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은 2020년 12월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학생들의 농산어촌 유학을 추진해왔다. 이렇게 시작된 도시 학생들의 농산어촌 유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들은 농촌의 학교에 다니며 마을과 자연환경 속 계절의 변화, 제철 먹거리, 이웃과 관계 맺기 등을 체험한다. 이를 통해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협력 문화를 배운다. 두 교육청이 각각 30만원씩 유학비 일부도 지원한다.
서삼초 유학생들은 교육청이 운영하는 유학마을에 모여 산다.
유학마을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선택한 농촌 유학이 우리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학부모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하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자랑한다. “도시에 있을 땐 컴퓨터게임만 하던 아이가 이제는 자연에서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서 놀아요.”
농·산·어촌 유학은 마을에도 활력소가 됐다. 명절 때 말고는 골목을 다니는 사람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던 시골 마을이 아이들 뛰노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서울에서 자녀를 유학 보낸 한 학부모는“서울에서는 방과 후에 학원만 다녔던 아이들의 표정이 이곳에 온 뒤로 무척 밝아지고 성격도 쾌활해졌다”며“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자연 속에서 놀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 충북의 농촌유학 정책 및 수범사례
충청북도의 농촌유학은 충청북도교육청과 도내 시군 교육청 차원의 농촌마을 유학생 유치를 위한 특별한 정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농식품부에서 시행하는 농촌유학센터의 경우 충북 제천과 단양, 괴산 등 몇 개 지자체에서 운영중이다. 이 외에 지역 인구소멸과 폐교 위기의 농촌마을 작은학교 살리기 차원에서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학교를 살리고 유학생을 유치하는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충북의 농촌유학센터 현황으로는 단양시 한드미농촌유학센터가 지난 2007년 센터형 농촌유학에 나서 2023년 현재 총 41명의 유학생이 단양의 농촌마을 작은학교에서 유학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제천시 희망숲산촌유학센터는 2011년 센터형으로 시작해 올해 7명의 유학생이 체류 유학중이다.
이 외에 괴산군의 경우는 지자체와 지역주민 자발적으로 폐교 위기의 지역학교 살리기에 나서 가족체류형 주택 무료제공은 물론 일자리 알선에도 적극 나서 전국적인 성공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괴산군은 행복나눔 제비둥지 사업의 성공을 계기로 임대주택 조성사업을 더욱 확대, 2022년 행복보금자리, 청년농촌보금자리 조성사업을 통해 84가구 285명이 괴산군에 정착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으며 2025년에도 주거플랫폼, 귀농귀촌단지, 청년임대주택, 지역활력타운 조성을 통해 전체적으로 200여가구에 800여명의 인구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농촌유학 수범사례(백봉초등학교 제비마을)
충북 괴산군 청안면 부흥리에 있는 백봉초등학교는 학생수가 16명까지 줄었다가 지역주민들이 농촌유학생을 적극 유치하면서 2025년도 현재 기준 58명까지 늘어 폐교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백봉초교는 일명 제비마을로 알려져 있으며 마을 곳곳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는데다 겨울에도 떠나지 않고 마을내 집집마다 제비가 살았다는데서 유래한 것이지만 현재는 외지인이 이 마을에 한번 둥지를 틀고 나면 왠만해선 다시 떠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8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백봉초등학교는 몇 년전만 해도 유치원생을 포함해 전교생이 16명까지 학생이 줄어 폐교 대상이었으나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학교 살리기에 나서면서 2023년에 전교생 59명으로 폐교 위기를 넘겼으며 2025년 현재 전교생은 58명(유치원 12명 포함)이다.
이 같은 성과는 바로 제비마을 주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 귀농귀촌자와 농촌유학생을 전방위적으로 유치한데 따른 것이다.
제비마을 주민들은 백봉초교에 전학 오면 집을 공짜로 주는 공공임대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홍보함으로써 전국에서 제비마을로 유학 오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 폐교 위기의 백봉초교는 학생수가 3배로 늘었다.
당초 폐교 위기에 내몰린 백봉초교 문제로 마을까지 소멸위기에 처하자 농식품부와 괴산군이 제비마을을 체험관광마을로 조성하는‘창조적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통해 마을을 살리려고 했으나 제비마을 주민들은 창조적 마을만들기 보다 백봉초교 폐교를 막는 게 급선무라 여겨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을 일부 축소하고 괴산군의 추가 지원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집을 공짜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농촌유학생 모집에 나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제비마을의 공공임대주택(행복나눔 제비둥지)은 4개동에 총 18세대(100여명)가 입주해 가족체류형으로 농촌유학 중이다. 18평(59.4㎡), 21평(69.3㎡)의 연립주택에서 보증금 없이 월 5만원~9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 수 있다.
/공동취재팀(담양곡성타임스 한명석 記者, 담양뉴스 장광호 記者, 태안신문 신문웅 記者)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