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직불금’ 외국 벤치마킹 필요
일본-3단계 걸쳐 검증, EU-농가 자구노력 요구




2004년 쌀 재협상이 타결되자 쌀을 둘러싸고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5년에 쌀 정책을 전면 개편했다. 종전까지 시행해 오던 정부수매제를 폐지시키고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로 전환했다.

쌀값 형성을 자유 시장에 맡기고 농가소득을 정부가 직접지불금으로 지지해 주는 방식이므로 쌀 생산과잉, 쌀농사 구조조정, 농가소득 지지 등 쌀을 둘러싼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쌀 직불제가 정착된다고 믿고 있었지만 잠복해 있던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부당하게 직접지불금을 수령한 차관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직불금 사태는 급기야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다.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자진 신고한 공무원이 4만9767명에 달하고 행정감사 의혹에 따른 책임을 지고 감사원의 1급 이상 고위 관리직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도대체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가 어떤 구조이기에 한번 불거진 일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을까.

 
* 농지법 이후 농지소유 엄격 제한
 
쌀농사 직접지불금으로 야기된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나라의 농지제도, 양도소득세 산출방식 그리고 직접지불금 구조를 종합적으로 연계시켜 이해해야 한다.

농지제도부터 살펴보자. 광복이후 1949년에 제정한 농지개혁법에 의거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농지개혁이 완료되면 경자유전의 이념을 지속시켜 나갈 농지법을 제정해 두고 경제성장에 부응하여 농지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1996년 1월에 비로소 농지법을 공포하여 농지제도를 재정립했다.

이의 핵심은 농지 소유자격 인데 농지법 제정 이전의 부재지주는 인정하지만 농지법 이후에는 농지의 소유자격을 엄격히 제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지만 매입한 이후에는 반드시 자경해야 하고 이를 위배하면 시장ㆍ군수가 농지 처분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추적 조사하지 않는 한, 자경인지 임대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임차인이 고발하지 않는 한 시장ㆍ군수가 처분명령을 내리기 어려워 부재지주의 자경을 묵인하게 된다. 그야말로 제도와 현실이 엇박자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경제성장과 더불어 농지임차료는 낮아지고 부재지주가 늘어나도 이를 비난하는 농민이 적으니 농지제도를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다가 쌀 소득 직불제가 시행되니 문제가 드러났다. 지주가 쌀 소득 직불금을 신청하여 수령하지 않으면 자경이 인정되지 않는다. 자경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농지를 팔 때 불리하다.

농지를 8년 이상 자경한 후 매각하면 적용되는 세율은 양도소득금액에 따라 9~36%이고 산출한 세액 중에서 1억 원을 면제받는다. 그러나 농지를 임대한 지주는 양도소득금액의 60%를 양도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그러니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부재지주라 하더라도 경작자로 위장해 있길 원한다. 쌀농사 직불제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농지의 임대차를 서면으로 계약하지 않는 한 자경으로 위장할 수 있었다.

또한 직불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고정직불금만 수령했으면 아무 탈 없이 자경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니 사태의 실상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려면 직불금 지급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경작자에게 지불하는 직불금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나누어져 있다. 고정직불금은 쌀 농사 여부에 관계없이 논에 한해 ha당 60만원이 지불된다. 부재지주가 고정직불금만 신청하고 임대료를 받지 않으면 논을 휴경한 것으로 간주하여 자경으로 인정받는다.

이처럼 쌀 직불금은 ①논 소유자와 경작자 간의 이해관계 ② 부재지주의 농지처분 명령에 관련된 시장 군수의 직무유기 여부, ③ 농지소유자가 거주지에서 직불금을 신고할 때 해당 공무원이 자경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했느냐 등 실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처지이니 행정감사 보다는 덮어두는 편이 더 낫다고 감사원에서 판단한 것 같다.

그렇지만 직불제 문제가 불거진 이상 명확하게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논 농업이 갖는 공익적 기능과 쌀 농업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축산 등 연관 농업에 미치는 효과를 감안하여 쌀 농업을 지켜나가야 하고 이를 위한 유일한 대안은 농가의 쌀소득 지지를 위한 직접지불제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직불제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외국의 대책은?

쌀 직불금 문제가 전국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직불금 운영사례에 대한 도입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개선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농업직불금을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운영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직불금 운영기간을 일정 기간으로 한정하고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개인 수령에 따른 부정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한도액을 설정하고 개인이 아닌 단체와 계약을 하고 있다. 실제로 중 산간지역 직불제는 한 농가에 100만엔(1300만원), 농지·환경보전향상대책은 20만엔(약260만원)을 한도액으로 설정하고 있다.

직불금 수령의 불법행위 방지를 위해 3단계에 걸친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구축해 실경작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있으며 중 산간지역의 경우 지원 대상의 98%가 단체로 5년 이상 농업을 하는 경우에 한해 지급하고 있다.

검증방법도 철저해 직불금을 받으려면 그해 작황과 5년간 경영계획서를 거주 지역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고 지자체는 해당 농가의 경영 규모 등을 파악한 후 중앙정부에 제출하며 중앙정부는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현지조사 등을 거친 뒤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지자체별 직불금 수령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토록 하는 등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직불금을 받는 농가에게 적절한 농업조건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종작물은 해당 농지면적의 10%를 강제로 휴경해야 하고 환경·작업장 안전준수사항 등의 부가조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또 기준면적의 85%에 대해서만 소득을 보전하고 있는 미국은 고정지불의 상한선을 생산자당 금액 기준 연간 4만 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제도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농가의 자구노력을 직불금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양상용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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