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당하는 중풍, 어떻게 할 것인가(上)

중풍을 맞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손은 구부러져 꺾어지고 발은 질질 끌고 다니며 거기에 대소변까지 못 가리게 된다면 살아서 무엇 하냐고 그는 늘 말했다. 그러던 그가 약 10년 뒤 중풍에 걸려 발을 질질 끌면서 나를 찾아 왔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꼭 고쳐주시오.” 앓느니 죽겠다며 중풍 환자를 안쓰러워하더니 막상 자신의 일이 되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던가 보다. 중풍은 고약스러워 얼른 죽지도 않고 쉽게 낫지도 않는다. 그래서 중풍은 가족보다 환자 본인이 집을 팔아서라도 고쳐 보겠다고 애를 쓰게 만드는 병이다.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면 완전히 고칠 수 없는 거 몰랐어요?” “그래도 이번이 처음이니까 두 번, 세 번 맞은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처음이라니요? 손발을 못 쓰게 됐다는 것은 최소한 두 번 이상 풍(風)을 맞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처음에 중풍은 가볍게 온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는 수가 많다. 또 이상을 느낀다 해도,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워 지나치고 만다. 처음에는 정신을 잃고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없이 서서히 오는 것이 보통이고 증상이 다소 심해도 대개 일주일 이내 회복이 된다.


두통과 구토는 중풍 최초의 증상

그러나 두 번째 중풍을 맞으면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가 된다. 깨어나도 팔을 못 쓰고 다리를 질질 끄는 반신불수가 된다. 진짜 큰 문제는 세 번째 중풍이다. 중풍에 두 번 적중되면 불편하지만 걸을 수도 있고 말도 할 수 있지만, 중풍에 세 번 적중되면 그야말로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누워서 꼼짝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게 된다.

내가 두 번째 중풍이라고 해도 그는 아니라고, 분명히 처음이라고 우겼다. 사람들은 자기 몸 귀하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몸이 보내는 신호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잘 생각해 보세요. 훨씬 전에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운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는 놀란 듯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중풍(中風)이란 말 그대로 바람[風]에 적중(的中)되었다는 뜻이다. 을 일으키는 요인이며 몸을 상하게 하는 사기(邪氣)인 풍에 맞았다는 말이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기척도 없지는 않은 법. 슬그머니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티가 나지 않을 수 없듯이 중풍이 다가올 때도 징조가 있게 마련이다.

우선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더 심해지면서 어지럼증까지 동반된다. 그 다음에는 속이 메스꺼워진다. 마침내 토하게 되는데 토하면 끝이다. 토했다 하면 뇌의 혈관이 터졌거나 막힌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몸의 절반을 못 쓰게 된다.

“머리가 아팠을 때, 아니 어지러웠을 때, 그것도 아니면 메스꺼웠을 때 왔으면…. 늦어도 토하기 전에라도 막았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을….”

나는 안타까웠다. 토하기 전에, 메스껍기 전에, 어지러워지기 전에, 머리가 심하게 아팠을 때 침을 맞았다면 이렇게 암담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평소에 뜸을 떴다면 중풍 최초의 증상인 두통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모르면 당한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쉽고 효과적인데 그러려면 제 몸에 대해, 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는 고쳐달라고 사정을 했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낫게 해 달라고 애원을 했다. 하지만 애원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중풍에는 완치가 없습니다. 더 나빠지지 않게, 세 번째 재발하지 않게 할 수 있을 뿐이에요.”

세 번째 중풍을 맞으면 죽거나, 살아난다고 해도 전신마비가 되고 그 상태로 대개 3년을 넘기지 못한다. 자리에 누워 10년을 살았네, 15년을 살았네, 하지만 두 번째 중풍으로 3~5년, 세 번째 중풍으로 3년 정도 해서 보통 5~6년이다.


중풍을 병 중의 왕이라 하는 이유

나는 매달리는 그가 측은했지만 헛된 희망을 주기보다 현실을 인식시키는 편이 옳다고 판단했다.

“아주 오랫동안 치료하면 완치에 가까워질 수는 있습니다. 전에 8년을 치료해서 정상인과 거의 다름없이 돌아간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우선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시 재발해 한 번 더 쓰러지면 끝입니다. 차라리 끝이라면 깨끗하기나 하죠. 누워서 대소변 못 가리면 그 고생은 식구들 차지예요. 중풍을 병 중의 왕이라고 하는 건, 얼른 죽지도 않고 빨리 낫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의 손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식구가 열이면 열 명 모두 등 돌리고 싶게 만드는 병이 중풍입니다. 그러니까 조급하게 완치에 매달리지 말고, 재발되지 않는 쪽으로 치료를 하세요. 그게 자기도 위하고 식구도 위하는 길입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완치만을 기대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고 세상이 허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허망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의술자에게 방법이 없다는 말 한 마디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쉽지 않은 말이다.

중풍은 뇌에 이상이 생긴 병이라 고치기 어렵다. 뇌는 오장육부와 달라, 탈이 났을 때 다른 사람의 장부로 바꾸거나 인공장치로 대체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뇌 기능이 정지하면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하며 뇌사라고 부르고 장기이식을 하기도 하지 않는가. /김남수(뜸사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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