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소는 장정 9명 이상의 일을 해냈다.

논갈이, 밭갈이부터 쓰레질까지 또한 퇴비 나르기 등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귀중한 존재였다.



아침 일찍 들에 나가 해가 서쪽하늘에 넘어갈 때쯤에야 끝나는데 사람과 소가 일심동체가 되어 부지런히 쟁기질을 하다보면 저녁 나절엔 기분 좋은 나른한 피곤이 몰려든다.
무논에서 쓰레질을 할 때는 첨벙첨벙 물을 튀겨 넓은 논을 돌아다니다 보면 소의 머리에서부터 주인의 얼굴까지 흙탕물이 범벅이 되고 소는 가뿐 숨을 몰아내며 열심히 주인의 요구대로 움직여 준다.

그때는 서로 마음이 통해 일심동체가 되었다.
요즘 농촌에 있는 소들은 일을 할 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일을 배우지 않고 오로지 먹고 살만 찌운다. 소들도 그때가 더 행복 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겨울에는 거친 여물만 먹고 여름에는 땀 흘리며 하루 종일 일하는 날도 많았지만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위해주고 일이 없을 때는 야산에서 마음껏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자유로웠던 그때의 소가 한정된 공간에서 부드러운 사료만 먹고 크는 소들보다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



입춘을 갓 넘긴 곡성 들녘에서 올해 농사를 위해 주인 내외와 함께 논을 가는 소를 모처럼 만에 만난 것은 소의 해인 기축년 행운을 예감케 한다.
/주성재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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