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 ‘이장님’ ‘이장놈’ 세태 만발

겨울 지나고 봄이 오는데도 경기 한파는 여전하다. 덕분에 각박해져가는 건 사람들의 인심뿐.
치솟는 물가와 경기 불황에 ‘동네 이장자리’도 하늘의 별 따기다. 웬만해서는 “이장 좀 해보겠소” 말도 못 꺼낸다.

주민 주모씨의 말이다. “시대가 어려워서 그런가 서로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죠, 그래도 자기보다 어른이 하고 있으면 뭐라 말도 못하고 속으로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이장 임용 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들이 전체 이장의 10%인 29명에 이른다. 그나마 20년 이상 근속한 이장도 12명이나 된다.

올해 이장 선거를 치른 곳은 단 2개 마을뿐. 그러나 거기서 오는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선거를 치른 한 마을의 주민은 그동안 겪었던 소회를 긴 한숨과 함께 털어 놓는다.

“아이고…! 말도 못하제, 누구는 편가르기 하고 싶어서 하것는가! 다 이러도 못하고 저러도 못하고 이 사람이 부탁하면 들어준다고 하고 또 저 사람이 부탁하면 들어준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복잡해져 버렸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는 짧은 말 속에 그간의 심정이 녹아있다.
“인제 또 선거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려 한다”는 그는 “선거 이후 동네사람들 모두 선거에 대해서 입 밖에 내는 것을 은연 중 금기시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입조심’ 해야한다며 휑하니 가버렸다.

이장연합회 관계자는 “주위를 보면 내색을 안 하는데 동네사람들과 이장과 마찰이 있는 곳이 있기는 있다. 그러나 남의 동네에 대해 자꾸 이야기 하는 것도 그렇고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는 것이라 뭐라 말은 못한다. 아무튼 읍만 해도 이장에 대해 불만이 있는 곳이 너댓 군데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에 직접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주민들의 가장 많은 불만은 한 사람이 또 하고 또 하고 아니면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하는 물레방이식 자리 교체.

“언제부터 했는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자기 몸 거동도 제대로 못하면서 자리를 안 내놓으니 얼굴 봐가며 사는 처지에 뭐라 말도 못하고 속만 터지는 거지”

이런 반응도 있다. “‘선거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 괜히 그 사람은 동네 시끄럽게 하려고 하는 사람으로 찍히니까 말도 못해요, 그러니 자기가 이장이라도 하고 싶으면 현재 이장한테 찾아가서 ‘나도 이장 좀 하고 싶소’라고 말하고 둘이 개탕을 쳐야지! 그러니 우스운 일이지”

“말 못 해!”라며 손사래를 치는 한 주민. 그 주민은 “영감님이 이장이라도 하려고 자리 지키고 있는데 그냥 하시라고 하지…그래도 남들이 말은 안 해도 속은 다 따로 있으니까 그런 줄만 알고…동네 시끄럽게 안 하려고”

주민들의 반응은 제 각각이었지만 하나로 귀결되는 점은 ‘동네 평화를 위하여’였다. 때문에 이에 대한 반증으로 이장 선거로 인한 후유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래도 근래 몇 년 사이 전체 2/3의 ‘이장자리’가 교체됐다. 2006년 이후 임용자가 199명.
10년 이상 근속 임용자인 2000년 이전 임용자는 34명, 20년 이상 근속자는 12명이다.
그러나 “중간에 이장직을 사퇴했다 다시 이장에 오른 사람들이 다수 있어 주민들이 느끼기에는 ‘계속 하는 사람만 한다’고 느껴지는 이장도 많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최장기간 이장 임용자는 1969년 9월 6일 임용된 담양읍 김모씨로 무려 ‘40년 이장님’이다. 현재 임용자 중 가장 많이 임용된 해는 2008년으로 작년 한 해만 72명의 이장이 새롭게 임용됐다. 작년 12월이나 올해 새롭게 임용된 이장 수는 48명이며 여성이장 수는 18명이다.




이장 총수는 299명으로 앞으로 4명의 ‘이장 자리’가 늘어날 예정이다. 담양군은 앞으로 절차를 거쳐 지침리 4구(래인보우 아파트)와 백동 7구(주공아파트)를 신설하고 금성면 대성리 1구에서 3구를 분리하고 봉황리를 1구와 2구로 분리할 예정이다.
이장의 보수는 월 20만원의 월정수당이과 200%(40만원)의 상여금, 월 2회 개최되는 읍면이장회의 회의수당에 각 2만원 그리고 장학혜택 등이 있다. /서영준 記者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