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에는 침뜸이 으뜸이다

진통에는 침이 최고다. 침 자리 하나 제대로 잡아 침을 놓으면 통증은 깨끗이 사라진다. 어떤 두통이든지 효험을 볼 수 있는 진통 혈 자리로는 합곡(合谷) 혈을 따를 것이 없다. 손등에서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몸통뼈가 만나는 부위인 합곡은 손가락을 벌리면 호랑이 입처럼 우묵하게 들어간다.

나는 머리가 아파서 온 사람이건 이가 아파서 온 사람이건, 목 위로 통증이 있으면 합곡에 침을 높아 진통부터 시킨다. 합곡에 침을 꽂으면 두통인 사람은 찡그렸던 얼굴이 펴지고 치통인 사람은 턱을 감싸 쥐고 있던 손이 스르르 내려간다.

합곡은 그야말로 보물과 같은 혈이다. 대장(大腸)의 원기가 흘러들어 머무는 곳으로 가볍고 맑은 기(氣)는 오르게 하고 진하고 탁한 기는 내리게 하여 목, 머리, 얼굴의 통증을 가라앉게 하니 침 마취에도 탁월한 자리이다. 또한 합곡은 목 위쪽에 생긴 통증 전반을 다스리는 진통 혈이라 이(齒), 귀, 코, 목이 아픈 증상을 싹 없앤다. 보통 양쪽이 아플 때는 양쪽 합곡을 쓰고 한쪽이 아플 때는 아픈 반대쪽 합곡을 쓴다. 그러니 두통, 치통은 약 찾을 필요도 없이 합곡에 침을 놓으면 된다.

나는 K씨가 오른쪽 옆머리를 아파하므로 왼쪽 합곡에 침을 꽂았다. 합곡에 침을 놓고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다른 진료대에서 그를 건너다보니 찡그렸던 얼굴이 확 펴져 있었다. 나는 K씨에게 병원에 가 보라고 권했다.

“옆머리 아픈 증상은 담석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병원에 가서 담석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세요. 침으로 당장 두통이 가라앉긴 했지만 두통을 일으킨 근본을 치료하지 않으면 또 통증이 올 거예요.”

“병원에 가야할 만큼 심각한가요?”그가 놀란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이럴 때 보면 말은 참 하기가 어렵다. 몇 마디로 내 뜻을 그대로 전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내가 그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한 뜻은 병을 확실하게 알고 치료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당신의 병을 알지만 환자인 당신은 병을 모르잖아요. 오래된 병은 오래 치료를 해야 하는데 환자가 본인의 병을 모르고서야 오랫동안 치료할 수 있겠어요? 눈으로 병을 볼 수 있는 의료장비는 병원에 있으니 병원에 가셔야지요.”

일주일 뒤, K씨는 다시 나를 찾았다. 검사 결과가 담결석으로 나온 것을 확인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병을 알아낸 분이 고쳐 주세요. 척보고 아셨으니 척하고 병을 고칠 것 아닙니까?”


두통 근본 치료해야 두통 사라져


두통을 합곡 하나로 잠재울 수도 있지만 두통에는 근본이 있으니 근본을 치료해야 한다. 가령 감기로 생긴 두통의 근본은 폐에 있으니 폐를 다스려야 한다. 그래서 등에서 폐의 기가 흘러드는 폐유(肺兪) 혈과, 폐로 침입해 감기를 일으키는 풍사(風邪)를 걷어내고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는 풍문(風門) 혈을 주로 해서 쓰고, 배에서 폐의 경락이 시작되는 자리인 중완(中脘)을 배합하여 쓴다.

눈썹머리 통증인 미릉골 두통의 근본은 위(胃)라고 했으니 위의 기를 내리고 소통시키는 내정(內庭) 혈을 쓴다. 위경련이 심할 때는 발바닥에 있으며 내정보다 위의 기를 끌어내리는 힘이 강한 이내정(裏內庭) 혈을 쓰면 위경련이 가라앉는다.

옆머리 편두통은 반드시 옆머리로 흐르는 담(膽)의 경락을 치료해야 한다. 바깥 복사뼈 앞쪽 발목에 담의 원기가 머무는 구허(丘墟) 혈, 발등 바깥쪽에 있으며 담의 기를 내리고 막힌 담 경락을 소통시키는 임읍(臨泣) 혈을 선택한다. 여기에 담의 경맥인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에서 얼굴 신경이 시작되는 귀 뒤 아래쪽의 완골(完骨) 혈을 배합하면 진통 효과가 높다.

후두통에는 백가지 진통제가 무용지물, 침이 아니고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뒷머리가 아프면 혈압이 높은 줄 알고 걱정을 하는데,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혈압은 병이 아니고 증상이므로 혈압이 올라가게 만든 근본을 치료하면 혈압이 내려가고 그에 따라 머리 아픈 증상도 당연히 낫는다. / 김남수 뜸사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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