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과 지역사회 안전지킴이


"넉넉하지 않고 여유롭지 않은 여건이지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사회봉사 활동을 할 것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둥이가 창평초교에 입학한 3년 전부터 창평초교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만섭씨(45, 창평 유천리)의 변하지 않는 소신.

김씨는 창평초교가 스쿨존으로 지정되어 있어 대형사고가 날 리가 없다고 여겼으나 이를 무시하고 중앙선 침범에 경적 울리기, 과속 등 난폭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의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인해 자신의 눈앞에서 어린 학생이 차에 치여 병원에 후송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 ‘자신의 자녀는 물론 어린이들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에 교통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김씨가 교통봉사 활동을 시작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그가 봉사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시간만큼은 단 한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절 바른 어린이들의 인사이다.

교통봉사 활동을 펼치는 동안 창평초교 어린이들은 "안녕하세요?" 밝은 인사와 함께 배꼽 인사를 하는 등 웃어른에 대한 지극한 공경심을 표현했다는데 이는 남이 시켜서 하는 억지 인사가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우러나 아주 자연스럽기만 하다는 것이 김씨의 傳言.

김씨는 창평외곽도로가 개설되어 있지만 면사무소, 농협, 우체국, 축협 등 이 면 소재지에 집중되어 차량소통이 많은 창평 중심도로에 위치한 창평초교 도로에서 매일아침 8시부터 50분까지 학생들에게 인도로 걸어가도록 하고 차들은 서행하도록 유도하는 등 교통봉사를 마친 후에야 자신의 생업으로 되돌아간다.

이같은 김씨의 그치지 않는 봉사활동으로 인해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타나서 이를 해결해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교통 아저씨’로 불리 울 정도로 창평초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이다.

창평초교 어린이들은 "눈이 오나 비가 내려도 빠지지 않고 교통안내를 하는 교통아저씨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며 “학교 앞 도로에서 교통안내를 하면서 우리를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셔서 등굣길이 항상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김씨의 선행을 지켜본 이들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석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이런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이다"고 치켜 세웠다.

"아침 정문 앞에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면 하루가 상쾌하고 즐겁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재미있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른들의 책임이 아니겠냐"고 반문하지만 김씨의 교통봉사 활동은 올해 들어 잠정적으로 그만둔 상태이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교통봉사단이 김씨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나 봉사활동의 나래는 여기서 접지 않고 15년째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자율방범 활동으로 轉移된다.

현재 창평자율방범대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1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율방범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편안함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안전지킴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침이면 밥 먹고 회사에 출근하거나 들판에 나서는 다른 아빠들과는 달리 우리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빠가 자랑스럽고 자신도 성장하면 아빠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두 딸과 아들의 말이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김씨 이지만 밖으로 만 나도는 자신을 대신하여 가정을 지켜가고 있는 부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좋으면 밖에서 살지, 집은 뭐 하러 들어와요.’라며 잔소리를 하는 아내가 남편이 정말로 미워서 하는 말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며 미소를 머금은 김씨는 “이제는 집사람이 나이가 들었는지, 아예 포기했는지 모르지만 기왕에 남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시작한 것을 멈추지 말고 지속적으로 전개해 달라고 특별주문을 하는 등 내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고 각별한 부부의 정을 드러낸다.

김씨의 타고난 봉사활동은 자신의 생업 현장인 담양호 광장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담양호 광장에서 차량을 이용한 매점을 운영, 오가는 관광객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주고 목적지를 간단명료하게 알려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어언 16년째이다.

처음 이일을 하면서 새로 구입한 화물차가 16년이 지나 이제는 이별을 예고하듯 지나온 세월을 반영하고 있으나 김씨의 봉사활동은 원숙미가 묻어난다.

김씨는 담양호에 도착하자마자, 관광객들에게 대나무골 담양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청소부터 시작한다.

장사를 마무리하기 전에 깨끗이 치워놓았지만 밤새 이곳을 찾은 운전자와 관광객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생활화 되다보니 미화요원으로 착각하는 이가 대부분 일 정도로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안전 및 교통편의를 위해 영업은 잠시 뒤로 한 채 교통안내 활동과 추월산, 금성산성, 가마골, 소쇄원, 죽녹원, 관방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 담양의 유명 관광지와 떡갈비, 대통밥, 돼지갈비, 국수, 국밥 등 먹거리를 소개하는 관광 메신저 역할도 김씨가 도맡아 하고 있는 일과 중의 하나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처럼 김씨의 명쾌한 길 안내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 어떤 네비게이션보다 간단명료한 설명에 길치라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쉽게 목적지를 찾아간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 담양군청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며 ‘이곳이 길 안내 잘하는 오뎅집이냐?’고 물으며 인쇄한 것을 보여주는 열혈팬도 부지기수이다.

이처럼 하루 24시간 중 자신을 위한 시간보다는 남을 위해 사는 시간이 많은 김씨이지만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 하지 않는다.

“이곳에 있다 보면 각종 사회단체에서 자연정화 활동을 한다고 일장 연설을 한 후 쓰레기 몇 개 줍고 기념 촬영 한 후 바삐 자리를 뜨는 것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며 “특히 차에서 피운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 것인데 꼭 경치 좋은 담양호에 버려 수질오염을 부추기는 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쓴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농사짓는 사람들 고생 덜어주는 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에 와보니 담배꽁초가 수도 없이 널려 있어 줍고 난후 세어 보았는데 700개가 조금 안될 정도였다” 며 우리나라 흡연자들의 낮은 의식 수준을 지적하고 “자신도 이처럼 무심코 담배를 버릴 것 같아 금연한지 오래이다”고 자연보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반증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남의 것을 욕심내지 않고 살아온 덕분에 자녀들도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고 부인 일(창평시장 內 전통쌀엿 판매)도 번창하는 등 굴곡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같다“ 며 ”자신보다 더 넓고 깊은 봉사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본받아 헌신적 봉사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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