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소판 증가 도움 주는 뜸

뇌를 다쳐 꼼짝 못하는 식물인간, 엉망으로 처참한 몰골이 된 환자, 급작스럽게 죽는 사람 등…. 그렇게 심각한 환자를 보고서도 별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할 때마다 그대로 보따리를 싸들고 산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병을 보고도 고치지 못하는 내가 무슨 의술자란 말인가. 고칠 방법이 있건만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휩싸여 허탈해지곤 했다.

할아버지는 내 손을 잡았다. “저는 침뜸에 대해 많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어려서 보고들은 기억도 있고 늙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관심이 많았습니다. 선생께서는 뜸의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분이라 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짧은 소견이지만 제 손녀를 고칠 방법은 뜸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네, 잘 오셨습니다. 잘 판단하셨어요.”

재생불량성 빈혈과 같이 서서히 진행되고 더구나 혈액에 이상이 생긴 병에는 뜸이 최고의 의술이다. 뜸은 세포에 활력을 주고 혈액 순환을 크게 도움은 물론, 혈액의 성분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에 일본 의학계에서 연구하여 밝힌 바 있듯이, 몇 개월 동안 계속 뜸을 뜨면 적혈구와 백혈구가 늘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혈소판도 늘어난다. 따라서 혈액 속의 면역 물질도 늘어난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혈액 속에 혈소판이 모자라 몸에서 출혈이 시작되면 지혈이 되지 않아 피가 점점 모자라게 되는 병이다. 그러니 혈소판을 증가시켜 주는 뜸이야말로 재생불량성 빈혈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마주 잡았다. “이제 보세요. 그저 쑥 말린 것에 지나지 않는 뜸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지 차차 확인하게 될 겁니다.” 할아버지는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수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손녀는 초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출혈이 시작됐다. 거의 두 달째 출혈이 조금씩 계속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지혈이 먼저다. 자궁 쪽의 출혈은 생식기를 주관하는 간에서 다스리니 엄지발가락 발톱 안쪽 모서리 옆에, 간의 경락인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이 시작하는 대돈(大敦) 혈에 뜸을 떴다. /김남수(뜸사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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