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편의 및 경쟁력 제고 차원서 통합 서둘러야



(사진설명= 사진 왼쪽이 금성RPC, 사진 오른쪽이 수북RPC)

한 지역 내에서 지역농협별로 미곡처리장을 운영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통합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곡처리장의 규모화와 경영개선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담양에서 생산되는 고품질벼의 브랜드 단일화와 지역의 이미지 창출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농정부서 에서도 생산 및 지도사업 등이 일원화 됨으로써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산지쌀 유통의 핵심체로서 자리 잡는데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

담양 관내에는 현재 농협연합 RPC와 금성농협이 별도의 미곡처리장별로 고유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함으로써 고품질의 쌀을 생산 하면서도 저가 판매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전남도내 농협 RPC끼리 자율적으로 통합 운영함으로써 양곡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과 경쟁을 치러야 하는 담양 관내 RPC도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 RPC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 농협이 자율적으로 미곡처리장을 통합키로 한 것은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치열한 경쟁에 대응 ▲규모화를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 ▲광역화된 공동브랜드쌀 생산으로 소비자 욕구충족 ▲고품질쌀의 연중 안정적 공급체계 확보 등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담양군도 통합 RPC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RPC 통합에 대한 윤곽이 점차 가시화 되는 상황이다.


* RPC(미곡종합처리장)과 필요성


RPC는 Rice Processing Complex의 약자로 ‘미곡종합처리장’을 말한다.

RPC는 수확된 미곡을 산물상태로 다루어 원료반입, 선별 및 계량, 품질검사, 건조, 저장, 도정 및 제품출하, 부산물 처리 등의 작업을 공동으로 처리하는 시설로 크게 반입, 건조, 저장, 가공, 집진 설비로 나뉜다.

RPC는 지난 1991년부터 정부의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너도나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RPC를 짓다 보니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문제가 대두 되면서 2002년부터 신규설치가 제한되고 기존 RPC에 대해 건조, 저장 등의 시설 확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이 전환됐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아 RPC를 설치하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벌이기도 하는 등 RPC 설치 바람이 뜨겁게 불기도 했으나 지금은 과다 설치된 RPC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는 등 애물단지 RPC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에서 운영 중인 전국 RPC 중 약 절반가량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가동률도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10년 이상 된 노후 RPC가 많은 상황임에도 신규 설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많지 않다.

이로 인한 도정과 보관 등의 부실은 결국 쌀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각 RPC별로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홍보와 판매, 유통 등에도 비용 중복이 발생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관내 에서 운영중인 RPC 모두 흑자경영을 이루고 있으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으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통합은 필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RPC 현황과 문제점


담양군에서 2008년산 친환경쌀의 수급현황을 보면 5월말 현재 금성RPC가 52만318가마(40KG 기준), 수북 RPC 8만4975가마 등 총 13만7293가마를 수매하고 이를 가공, 5만5088포대(20KG)를 판매했다.

일반쌀도 금성RPC에서 4544톤을 매입하여 이중 3765톤을 판매한 것을 비롯 수북RPC는 8459톤의 수매량 중 5543톤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 각 RPC를 통해 쌀의 매입과 유통이 제각각 추진되면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다.

담양군 대표 브랜드인 dy대숲맑은 쌀’, ‘dy대숲맑은 쌀 플러스’, ‘대숲 굿모닝쌀’, ‘죽향쌀’, ‘죽향 담양쌀’, ‘우렁이가 사는 대숲마을’, ‘대숲 깨끗한 쌀’, ‘I LOVE 미’, ‘담양죽향 진미’ ‘사미인곡’ 등 브랜드가 홍수를 이루고 있어 이 브랜드 쌀에 대한 판매와 홍보도 제각각인 상태로 투자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품질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결국 제 각각 RPC가 담양쌀이 가진 경쟁력에 상당한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 RPC 통합의 기대 효과


RPC가 통합되면 책임경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통합 RPC는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통합 RPC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1개 RPC와 비 RPC 조합이 통합하여 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농협 RPC에는 경영평가 등급별 지원액에다 우대지원 5억원 및 최대 4개 비 RPC조합에 각각 1억원을 5년간 무이자로 지원된다.

또 2개 이상의 RPC와 비RPC 조합이 통합하여 법인을 전환 또는 소유권등기이전시 농협 RPC에는 경영평가 등급별 지원액에다 통합수를 곱한 금액 및 개소당 10억원의 우대지원자금 지원이 뒤따르고 비 RPC조합도 최대 8개까지 개소당 1억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특히 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건조 저장시설 지원사업비 9억원을 비롯 고품질쌀 브랜드 육성사업으로 개소당 22억원(국고 9, 지방비 5, 자담 8), 고품질쌀 최적경영체 육성사업으로 개소당 3억원(국고 1.5, 지방비 1.2, 자담 0.3)이 지원되고 통합에 따른 우대지원 경과 후에도 경영평가 등급별 지원액에다 통합 개소수를 곱한 금액이 지원된다.

또 통합에 따른 대규모의 물량 확보를 통해 거래확대를 꾀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가격 경쟁력 또한 높일 수 있다.

더구나 여기저기 산재된 인원을 통합, 축소하고 공정 가동률을 높임으로서 인건비, 운영비 등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쌀 가격 인하효과로 이어져 시장에서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통합적 관리를 통해 보관, 가공 등의 편차를 줄일 수 있어 미질에 대해서도 균일한 품질을 보증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난립한 브랜드를 통합함으로서 담양쌀의 대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 RPC 통합 운영해 보니


RPC 통합에 성공한 조합들은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전남도내 보성군의 경우 통합된 이후 올해 5월말 현재 쌀 판매액이 72억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할 때 18억4700만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함평군도 지난해 5월말 현재 64억6800만원에 비해 14억3800만원이 증가한 79억600만원어치의 쌀을 판매했고 장성군은 34억72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8억7300만원어치의 쌀을 더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도 마찬가지로 지난 2007년 김제 광활농협과 진봉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이 통합돼 출범한 김제쌀조합공동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250억원 규모이다. 통합 첫해 판매매출 보다 50%, 통합 이전 2개 농협의 쌀 판매 총 매출액보다는 두 배 이상 가까운 매출신장을 기록하면서 통합 효과를 실감케 했다.

김제쌀조합공동법인이 한해 농민들에게 수매해 처리하는 물량은 1만8000톤 규모로 ‘지평선 쌀’, ‘야심작’ 등 통합 브랜드 쌀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정읍지역 3개농협이 RPC를 통합한 신태인농협도 지역농협간 RPC 통합은 농협의 경쟁력 제고와 난립한 쌀 브랜드를 줄이는데 효과를 거둬 시설 규모화와 연합마케팅 전개로 유명무실했던 쌀 판매도 150억 규모로 신장됐다.

이처럼 통합에 따른 규모화와 브랜드 통일로 시장교섭력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수북 RPC와 금성 RPC가 통합하면 기존 매출보다 적어지거나 기대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억측에 불과하고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여론이 결집되고 있다.


* RPC 통합에 각 조합 발 벗고 나서야


통합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 인해 RPC 통합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그러나 RPC 통합을 위해서는 각 조합의 의결과정을 거쳐야 한다.

관내 금성과 수북농협의 경우도 RPC 통합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지만 막상 통합을 위한 활동은 지지부진하다.

특히 각 농협 조합장은 선출직이라는 한계로 조합원들의 적정가 구입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의 늪을 쉽게 헤어나기 힘든 구조로 이대로 방치할 경우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RPC 처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통·폐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 초 금성농협장 선거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수북조합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사실상 조합장 선거 이전에 세부적인 통합 논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합장 선거가 종료되더라도 통합 후 출범하게 될 공동법인의 주도권 문제, 통합에 따른 직원수 감축 및 대체사업 발굴, 출자금 비율 등 조합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들이 산적해 있어 각론에 들어갈수록 견해차만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이 일선 조합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농협 관계자는 “통합을 반대할 명분이 없어 각 조합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논의가 본격화되면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 할 것이기 때문에 연내 통합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며 “수년전부터 통합 준비를 했으나 조합의 선거로 인해 여론 분열 등이 우려돼 통합 절차이행에 어려움이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농민들은 “RPC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농협장과 이 업무를 보고 있는 농협 관계자이라는데 이론을 제기하는 이가 없다는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며 “말로만 농민을 위한 조합이라고 하지 말고 진정으로 농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농정 관계자도 “모든 조합에서 RPC 통합에 뜻을 모으고 있다”고 전하면서 “RPC 통합이 우선이기 때문에 각 조합에서 먼저 의결과정을 마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RPC 통합이 남기게 될 과제


RPC 통합에 따른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민간 RPC 사업자에 대한 문제다.

이들 민간 RPC는 소유자들의 자발적인 노력 없이는 농협에서 운영 중인 RPC처럼 통합 논의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농협이 통합된 RPC를 운영하며 최신 설비를 갖추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민간 RPC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굳이 민간 RPC의 통합을 종용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이들 민간 RPC 역시 농민들로부터 쌀을 사들여 보관을 하고 도정을 하고 판매를 하는 등 RPC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들 민간 RPC를 외면한 채 농협만의 RPC통합을 추진한다면 공동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RPC통합 이후 폐쇄된 RPC에 대한 처리 문제이다. 매각이 결정되더라도 수억에서 수십억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처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폐쇄 RPC에 대한 특별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지역의 흉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어째 됐든 RPC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러나 무조건 적인 통합보다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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