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실력에 버금가는 人間美

골프시작 5년여 만에 그 어렵다는 프로자격을 획득, 당당히 한국여자프로 골프의 다크호스로 성장하고 있는 홍애리 선수(19, 담양읍 향교리)가 실력에 버금가는 온정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다.

홍 선수는 최근 강원도 문막 센추리 21 컨트리클럽에서 개최한 KLPGA 2009 강산배 드림투어에서 내로라하는 골퍼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친 결과, 랭킹 10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프로자격을 취득해 대외적으로 실력을 입증하는 등 개인의 기쁨은 물론 골프 볼모지 담양의 新星으로 거듭났다.



홍 선수의 기특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 거둬들인 600여 만원의 상금 중 100만원을 자신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후진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면서 지난달 29일 담양장학회에 쾌척, 빼어난 골프실력에 버금가는 따뜻한 人間美 까지 갖춰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


특히 홍 선수의 온정이 빛을 발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프로골프의 세계가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 선수가 이번 프로자격을 획득한 여자골프 2부 투어는 합격을 기원하는 격문이나 엿까지 붙여 놓는다면 대학 수능시험 고사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세계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2000년 KLPGA 준회원들의 경기력 향상과 유망주 발굴을 목적으로 처음 출범한 드림투어는 그동안 숱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한 산실이지만 1부 투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드림투어가 정규투어와 가장 다른 점은 갤러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시즌 상금랭킹 3위까지만 정규투어 全 경기 출전권을 받을 수 있고 준회원일 경우 평균 타수 74타 이내가 돼야 정회원이 될 수 있는데 홍 선수는 상금 랭킹 10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프로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 때문에 드림투어는 상금을 걸고 열리는 프로대회라기 보다는 테스트 성격이 강해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갤러리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출전 선수 대다수가 골프로 성공을 꿈꾸는 10대들이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도록 배려해 준 것이다.

정규투어처럼 스코어를 집계하는데 많은 시설과 인력을 투입할 수 없기에 요즘 보편화 돼있는 `리얼타임 스코어링 시스템'이 없어 선수를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은 속이 탄다.

선수들이 전반 9홀을 마치면 나오면 한쪽에 마련된 스코어보드에 타수가 게시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대학시험 합격자 게시판을 보듯 스코어보드로 몰려든다.

딸의 경기 모습을 먼 발치에서라도 보려면 망원경은 필수.
골프장 전경을 볼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망원경을 들고 딸들을 보려는 부모들을 2부 투어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중에는 선수의 잠재력을 보고 후원할 선수를 찾으려는 스카우트들도 있다.

2부 투어의 또 다른 풍경은 골프장 소속 캐디 1명이 4명의 선수들을 도와준다는 것. 주말 골퍼들이 일반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 할 때와 똑같은 방식이다. 이는 개인 캐디를 고용할 수 없는 선수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배려한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 6개월간 대회를 치르면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시즌 막판에 정회원 자격이나 풀시드권을 아깝게 놓치기라도 하면 대회장은 울음바다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홍 선수의 영원한 후원자인 아버지 홍정록씨의 전언.



장학금을 기탁하는데 소비한 훈련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가산골프연습장에서 연습을 마친 홍 선수와 아버지 모두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다.

좀 더 선전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홍정록씨는 자신의 딸이 이 정도도 잘해줬다는 생각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딸이 자랑스럽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을 험난한 여정이 예고된 프로골퍼로 키운 다는 것. 경기에 직접 임하는 선수들 못지않은 아버지의 투혼이 빛을 발하고 있다.

경기에 임하는 홍 선수 못지않게 홍정록씨도 내년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전 경기 출전권이 주어지는 11월 무안대회를 목표로 30㎏에 가까운 무거운 골프백을 5시간 넘게 어깨에 메고 炎天의 홀을 누비고 있다.

홍씨는 “애리가 힘이 들어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던 적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힘든 연습 과정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딸이 자랑스럽다”며 “항상 제 실력만 잘 발휘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부모로서 항상 지원이 부족해 미안한 마음이지만 프로선수로서 열심히 운동하는 딸이 자랑스럽고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청주그랜드 대회에서 프로자격으로 첫 경기를 치를 홍애리 선수가 골프계에 입문한 것은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는 물론 골프 등 만능 스포츠맨으로 이름난 아버지 홍정록(47, 향교죽녹원 대표)씨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

홍 선수는 골프선수로서는 최상의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고 타고난 승부근성과 끈기가 있어 세기만 다듬으면 대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 아버지의 판단에 따라 담양여중 2학년때 골프와 인연을 맺어 송원여상에서 체계적인 골프 이론과 피나는 연습을 해온 결과, 골프채를 잡은지 3년만에 KLPGA 준회원(세미프로)를 당당히 통과하면서 그녀의 타고난 재능은 일찌감치 프로입문을 예고했다.

홍 선수는 프로 입문을 통해 잃은 것 보다 얻은 것이 많다.

“골프에 대해 많이 배웠고, 생각도 더 깊어졌다” 며 “프로 자격 획득이 확정되자 자신을 믿고 모든 것을 후원해준 아버지의 뜨거운 포옹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기쁨이 오랜 기간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해법이다”고 밝히는 홍 선수의 말에서 孝心과 함께 대견스러움이 묻어난다.

홍 선수의 최종 꿈은 LPGA 투어 진출이다. 자신의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국내 경기에 주력, 인지도를 제고하고 당당하게 진출할 계획이다. 또 한국에서 보다 더 힘든 여정도 각오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여자골프의 별들이 집합한 미국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겠다는 뜻만큼은 분명하다./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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