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악법의 무효화?무력화는 민주주의 복원의 첫걸음입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미디어악법 통과를 알리는 방망이 소리를 들으며 저는 1백여 년 전 장지연 선생이 을사늑약에 항거하며 토해냈던 통곡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슬프도다. 정부대신이란 자들이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됐다. 그 무슨 면목으로 2천만 동포와 얼굴을 맞댈 것인가. 4천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우리는 어제 국회에서 재벌과 보수언론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짓밟는 역사의 죄인들을 보았습니다.

민주주의가 홀연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만행 앞에서 저는 1백여 년 전 장지연 선생이 흘렸을 피눈물을 떠올렸습니다.

미디어악법 통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에 서게 되었습니다.

난 50년 동안 수많은 희생을 치루면서 피땀으로 이뤄 온 ‘공정언론과 민주주의 역사’가 수를 앞세운 횡포 앞에서 무참히 허물어지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또한 미디어악법의 수혜자들은 승리를 자축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이 날을 엄중하게 기록할 것입니다.

7월 22일 국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사에 치욕의 현장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미디어악법 통과를 알리는 방망이 소리에서 1백 년 전 통곡의 역사를 떠올렸던 것은 그 방망이 소리가 ‘종료가 아닌 거대한 음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후폭풍을 예상하면서도 정부여당은 미디어악법통과에 집요함을 넘어, 거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한 때 민생법안이다 일자리창출 법안이다 하는 억지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의 주역중의 주역인 김형오 의장은 모든 것을 명확히 정리해 줬습니다.

“방송법이 이렇게 죽고살기로 싸워야 하는 법이냐. 이 법은 민생과 직결되는 법도 아니고, 이른바 '조·중·동' 보수언론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 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고 그 ‘관건’은 그들의 뜻대로 해결됐습니다.

‘7.22 만행’으로 정권과 기득권 세력의 언론장악에 빗장이 풀린 것을 넘어 대로(大路)가 열린 것입니다.

미디어법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보수언론 등 기득권세력의 등에 업혀 정권을 유지하려는 한나라당의 ‘기생법안(寄生法案)’입니다. 정권과 보수언론이 힘을 합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공생법안(共生法案)’입니다.

미디어법 통과를 통해 그들은 기생과 공생의 달콤한 맛을 확인했습니다. 그들이 확인한 것은 공생의 달콤함뿐만이 아닙니다. 미디어악법 처리과정에서 우리는 한편의 거대한 시나리오를 보았습니다. 소수에 대한 배려, 협상을 위한 최소한의 신의, 국회의 수장이라는 국회의장의 권위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짜여진 각본 앞에선 위장의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국회가 죽어가고 있는 것에 분노합니다. 이제 더 이상 국회에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제2, 제3의 악법이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칠 것입니다.

7월 22일 본회의장은 다수의 힘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정권과 기득권 세력의 움직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서장이었습니다. 몸서리쳐지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 온 것입니다.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이 1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그 통곡이, 단순한 통곡의 차원을 넘어 독립운동의 시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7.22 만행’이 기득권세력에게 시작이라면 공정언론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우리에게도 시작이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미디어 악법의 무효화(無效化)와 무력화(無力化)입니다.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라는 대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한 재투표행위,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행된 대리투표에 이르기까지, “무리(無理)는 또 다른 무리를 부른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번에도 확인됐습니다.

법이 국민적 합의로 자리 잡기 위해 제정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완결성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방송법은 이미 필수요건을 상실했습니다. 이를 바로 잡는 것은 법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이전의 차원입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한 법, 그것도 절차상 하자가 있는 법이 더 이상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과 민주주의를 우롱해서는 안 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은 국민의 뜻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 1조의 규정입니다.

미디어악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애써 국민여론에 눈을 감았습니다. ‘소수의 방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국회에서 민주당은 분명 소수입니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 뒤에는 국민여러분이 함께 있습니다.

미디어악법 논의가 진행된 이후, 한나라당의 전방위적 홍보와 일부 보수언론의 왜곡에도 불구하고 60%가 넘는 국민여러분이 미디어악법에 반대했으며 그 수치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굳건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부 기득권 세력과 재벌이 방송을 장악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해 때문입니다.

미디어 악법의 규정을 지렛대 삼아 언론을 사적도구화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국민여러분의 의지입니다.

우리는 ‘자유가 강물처럼 흐르고, 정의가 들꽃처럼 만발한 나라’를 간절히 원해왔습니다. 그 근간은 민주주의이며, 그 핵심은 공정한 언론입니다. 공정한 언론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또 다시 강물처럼 흐르고, 들꽃처럼 만발할 때 미디어악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악법도 법이다’는 말이 더 이상 기득권층의 무기로 남아서는 안 됩니다. 악법은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폐기된다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진리로 남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미디어 악법의 무효화와 무력화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미디어악법은 정권과 기득권세력간의 공생과 기생의 중심축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요소입니다. 이를 무효화, 무력화하는 것은 비정상적 공생카르텔을 무너뜨리는 것과 함께 위협받고 있는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7월 22일은 분명 치욕의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힘을 모으고 전진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첫걸음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은 소수였지만 국민여러분과 함께 하는 현장에서는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국회에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국민 속으로 나아가 국민과 함께 싸워 나갈 것입니다.

국회의원 김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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