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허남석 호’가 출범하면서 곧바로 읍면초도순시를 겸한 ‘군민과의 대화’가 지난달 23일부터 오산면을 시작으로 개최됐다.

허 군수는 서두에 군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군 금고가 비어 숙원사업을 일일이 챙기지 못할 형편이니 사업비를 요구하는 내용보다는 군 전체의 발전을 위한 고견을 듣고 싶다”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빚쟁이 군수로 출범하게 되었다”고 하소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하반기에 곡성군에서 기 확보된 국도비 사업을 집행하려면 챙겨야 할 순수 군비가 157억 원인데 현재 군 금고에는 17억 원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140억 원을 더 확보하지 않고서는 예정된 각종 사업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군수와의 대화’에 참석한 인사는 대부분 각 마을 지도층 인사에다 이장과 새마을 지도자, 부녀회장과 전직공무원, 그리고 사회단체회장 등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들이 내놓은 보따리는 사업비를 수반한 지역숙원사업과 보조해달라는 내용뿐이었다.

모처럼 군수를 만났으니 잔뜩 벼르고 나온 이들처럼 이번 기회에 강력하게 의견을 제시하여 뜻을 관철시켜야 하겠다는 심사가 다분히 엿보였다.

이같은 주민들의 요구에 주무과장들은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겠다’, ‘어쩔수없다’, ‘참아달라’,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군정발전을 위한 진솔하고 폭넓은 대화를 갈망했던 허 군수는 군민과의 대화가 지역 숙원사업 하소연장으로 전락한 부분에 대하여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군수로서 군민의 성향과 의식을 충분히 파악하고도 남을만한 대목이었다.

이 시점에서 허 군수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군민들의 활발한 군정참여를 위해서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절대다수 군민들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직사회가 이제까지 군민들이 군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 할 수 있도록 의식을 깨우쳐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역설적으로 군민들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이 아니면 군정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풀이 할 수 있다.

군민들은 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고로 토론문화도 성숙되지 못했고, 왠지 참여해서 발언 한다는 것이 어색 할 수밖에 없다. 쉬운 말로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군정까지 걱정하느냐?”는 식이다. 수 십 년 동안 군 행정이 폐쇄적이고 몇몇 사람의 독단적인 정책으로 군민들을 다스리기 쉽게 길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공직사회가 군민들을 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각종인센티브를 제안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을 했더라면 취임 군수와 첫 대화의 자리가 1시간 내내 한결같이 “보조해달라”, “도로포장과 배수로 이야기”로 도배되면서 이렇게까지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형식적인 전시행정이 낳은 결과물이다.

허 군수는 목표가 정해진 셈이다. 수동적이고 의타적인 군민들의 무관심을 깨트리고 군민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중지를 모아 군민들이 진심으로 자기고장 발전을 위해 걱정하고 참여하는 선진시민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민선 5기 최대 역점사업이라 여겨진다.

허 군수는 취임 후 철저한 공개행정을 선언했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각종 사업들도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이루어졌고’,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차후 방향은 어떻게 진행될 것이다’는 것을 철저히 공개하여 군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군정은 비밀이 없다”고 누차 강조하고 나섰다. 될 수 있으면 많은 군민들이 군정발전을 위해 참여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만큼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하여 활기 넘치는 군정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한다. /주성재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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