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때보다 관광객 더 몰려와 담당직원들 ‘녹초’

생수대리점 얼음물까지 바닥난 판에 도로는 한 차선만 이용

7월 31일 토요일 오후 4시 담양터미널에서 봉산면 쌍교를 빠져나가는데 한 시간 이상 걸렸다. 8월 1일 오후 2시 백동사거리에서 죽녹원까지 한 시간 이상 소요됐다. 관광객이 조금 줄어든 8월 3일 오후 1시에도 담양문화회관에서 향교교까지 20분 걸렸다.

휴가철을 맞아 교통상황이 일시에 폭증하자 담양경찰서도 마비상태다. 가용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밀려드는 차량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담양경찰서 상황실에는 교통체증을 호소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100통 이상 오는 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주차장 부족은 불을 보듯 뻔 한 상태. 관방제림 아래 무료주차장이 마련됐으나 미처 보지 못하고 전남도립대 방향으로 진입한 차량들은 죽녹원과 조금이라도 가깝게 차를 대기 위해 향교2구 마을 안까지 진입했다.

대형관광버스들은 그야말로 무대포. 관광객을 실은 버스들은 주차할 곳을 찾으며 우왕좌왕, 결국 죽녹원 입구 횡단보도까지 점령해 버렸다. 한 관광버스 기사의 말이다.

“이렇게 차량이 밀려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주차장도 비좁고 관리가 안 되는 데는 담양뿐”이라며 “몇 만명씩 들어가는 입구가 이렇게 생긴 데는 전국 다 다녀봐도 담양밖에 없다”고 거침없이 쓴소리.

경남 진주에서 가족이 놀러 왔다는 오영준(45)씨는 “휴가철이라 사람 많은 것은 이해되는데 관광지 주변이 너무 혼잡해 죽녹원의 참맛을 느낄 여유가 없다”며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인파에 밀려 죽녹원으로 옮겼는데 더 혼잡하니 빨리 철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단체관광을 온 대학생 조새롬 양(21)은 “죽녹원과 죽향체험마을은 인터넷으로 본 풍경과 비슷하나 주변환경은 너무 형편 없다”며 “허름한 잡상인은 그렇다 쳐도 유명 관광지 앞 대형비닐하우스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난립한 잡상인 문제를 꼬집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관방제림 등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거나 저녁을 먹는 코스를 정했다. 따라서 담양읍 유명식당인 승일식당이나 신식당 방향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으며 8월 1일 한 때 신남정사거리를 중앙으로 사방이 꽉 막혀 읍내 주민들은 차량운행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메타길 자전거 죽녹원 앞 잡상인

“정리가 안 되는 것인가 못 하는 것인가 아니면 손 놓고 있는가”

향교주민 “더 이상 말하기 싫다! 이사 가고 싶다!”


업주들의 관광객 특수는 톡톡했다. 생수 대리점에서는 미리 얼려놓은 얼음물이 바닥나 가게에서 얼음물을 요구해도 공급하지 못했고 모든 숙박업소는 가득 찼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했고 업주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풍족했다.

죽녹원 인근 떡갈비집 사장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미안해서도 손님을 더 못 받겠다”며 “예약을 안 받으려고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7월31일을 기점으로 담양이 마비돼버렸다. 휴가철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행정도 담당부서만 동분서주할 뿐 근본적 대책은 되지 못했다. 이런 마비 상황은 관광지로서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밖에 없다.

관방제림 근처 상인은 “상황은 대나무축제 때와 비슷한데 투입된 인원은 비교할 수도 없다”며 “4차선인 죽녹원로 양측 차선을 불법주차가 점령하고 있어 차량흐름을 막고 있다”고 문제점을 파악했다. 그는 “내년부터라도 불법주차를 막고 가변차선제를 운용해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며 해결방안까지 제시했다.

담양경찰서 김현희 교통관리계장은 “차량흐름도 중요하지만 향교교 인근에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는 차량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해진다”며 “현재 전남도립대 운동장 일부를 주차장으로 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영산강공사가 시작되면 둔치주차장이 없어져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며 “주차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관광객들의 불만은 더욱 폭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양경찰서는 교통관리계 의경 5명과 직원 5명이 총 투입돼 주차장 유도와 주요 교차로 수신호 등으로 교통을 제어하고 하고 있다.

담양군 죽녹원 시설계는 “관광객이 너무 많이 밀려 와 12000명선이던 축제 입장객보다 많은 15000명선이 입장했다”며 “시설보수와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밥 먹는 시간도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죽녹원 관리계는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자 주차장 유도인원 4명을 증원하고 4일부터는 1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죽향체험마을 매표소를 주차장 진입 이후 나타나게 해 차량의 빠른 진입을 돕고 있다.

시설계 관계자는 “차량들이 죽녹원과 가까운 곳에만 주차하려고 해 어려운 점이 많아 3일부터 모범운전자회 6명이 급히 투입됐으며 주차요원을 1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4일부터는 담양톨게이트와 주요 진입로에 현수막을 내걸고 대형 입간판 7개를 설치해 차량의 외곽도로 이용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죽녹원 대박의 이면인 향교리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하다.
향교2구 주민 이모씨는 “관광객이 많이 오면 식당이나 좋지 주민들은 그만큼 피해가 크다”며 “솔직히 당장 이사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년부터 휴가철 관광객이 급증하는 조짐을 보였고 지난 5월 석가탄신일 연휴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나 휴가시즌을 전혀 대비하지 못한 점이 역력하다”며 “관광객들은 죽녹원 등을 보러오지만 관광상품은 담양 자체이므로 주민으로서 오히려 부끄럽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 등 담양 유명관광지를 대하는 주민들과 관광객의 생각은 ‘花無十日紅’으로 요약된다. 모든 일에는 흥망이 있으므로 쇠퇴하기 전 발전적 면모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죽녹원의 봄은 수학여행단으로 몸살을 앓는 정도이다. 그 학생들이 다시 찾는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들려면 성공에 취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개혁해야 한다. /서영준 記者

▲ 8월 1일 오후 3시경 남초교오거리 모습. 죽녹원 방향 차량들은 차선이 줄어드는 담양터미널 앞부터 정체돼 죽녹원까지 꼬리를 이었다.

▲가변차선제 운영검토. 4차선 도로 중 양측 불법주차가 해결되면 한쪽 차선을 3차선으로 이용하는 가변차선제를 운용할 수 있다.

▲향교 2구 마을입구를 점령한 차량

▲ 남의 집 마당까지 침범한 관광객 차량. 향교리 주민들은 "아무리 관광객이 많으면 뭐하나! 우리와 아무 상관 없다", "시끄럽고 불편해서 못살겠다! 이사 가고 싶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8월2일 오후 1시 30분경. 차량들이 이미 담양을 빠져 나가기 위해 줄을 잇고 있다.

▲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수많은 고통 호소를 묵살하고 있는 죽녹원 앞 돌길. 비가 오면 질척거리고 시장바구니차나 유모차가 다닐 수 없는 이 길을 왜 고수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유모차는 물론 사람들까지 평평한 길을 걷기 위해 좁은 측구를 이용하고 있다.

▲관방제림 둔치 주차장

▲주차장을 찾기 위해 죽녹원 앞에서 유턴하고 있는 관광버스

▲311번 버스가 교통혼잡으로 계속 늦어지자 동광고속에서 승차안전요원을 급파, 승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가파르게 오르게 돼 있는 죽녹원 입구. 산책로와 연결돼 있어 변경이 어려우나 사진에서 보듯 혼잡현상을 개선하지 못하면 죽녹원의 생명력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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