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私조직의 公조직化

조직, 인물중심 편제 위에 집단이익 로비 창구로
‘주민 양분화 가속’ 지방자치 병폐 고착

지난 회 ‘담양을 말한다’ 1편에서는 집합의 특성을 구별점으로 담양의 선거지형을 네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연관형과 중앙지배의 틀 속에서 강력한 파워에 안주하는 기득권적 안주형, 기존 세력에 대항해 전체적 헤게모니를 탈환하려는 신흥세력형, 과거 정치·경제적 부흥기를 반추하며 재기를 꿈꾸는 복귀희망형이 그것이다.

앞선 1편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연관형의 특징으로 내부적 결속력이 공고한 반면 외부 평가는 낮다는 특징을 살펴보고 거기서 오는 취약점을 진단했다. 즉 상대진영의 평가 절하는 굳이 집요하거나 지속적이지 않아도 결정적 루머 한 방이면 나가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결정적 한 방’이란 집합구성원의 비리나 조직구성원 간 이익 상충 등을 들 수 있다. 귀납적 검증이기는 하나 실례로 최형식 담양군수의 민선4기 낙선 결과에서 그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민선3기 내내 대나무 신산업에 대한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아니면 말고 식’의 마타도어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으나 민심이 최 군수로부터 등을 돌리게 한 기폭제로 작용했으며 이런 일련의 사태는 한 기업인의 구속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세 번의 도의원 시절과 한 번의 군수시절, 도합 16년의 세월 동안 쌓은 탑이 ‘카더라 통신’에 의해 와해됐으며, 정작 자신은 부정하고 싶어도 주변인물의 비리가 조직 결속력을 떨어뜨리며 ‘패배의 쓴 잔’으로 돌아온 것이다.



직소민원실

이정섭 군수의 낙마로 주영찬 부군수로 이어진 민선4기는 담양으로서는 긴 터널을 지나는 행보와 같았다. 조직안정화에 중점을 둔 비상시 체제는 주영찬 군수권한대행에 ‘조심-조심’을 연발케 했으며 지역 내 다분화된 이익집단의 요청을 균형감 있게 수용해야 했던 그로서는 매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군수권한대행 시행 초기 이정섭 군수 측 인사들은 부군수실을 찾아와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며 그를 괴롭혔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군수권한대행 주영찬’이라는 탁상용 명패를 하루 만에 내리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암흑기가 진행되는 동안 일반인으로 돌아온 최형식 씨는 그동안의 과정을 되돌아 볼 여유를 갖게 됐다. 한층 진일보한 면대면 스타일은 그에게 거리감을 느꼈던 사람들과 간극을 좁혔으며 과묵했던 성격이 쾌활해지자 스스로 찾는 이들 또한 많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대칭구조를 형성하는 데 좋은 기조를 만들었다. 1인 독주의 형국은 상대진영의 결속을 부채질했고 결국 ‘최형식派 VS 反최형식파’란 정치지형을 구축했다. 민주당 경선과 본선에서 두 명의 후보를 거치며 치열한 열전을 치뤘던 최형식 후보는 결국 당선증을 받아냈으나 그에게는 꼭 풀어야할 숙제를 남긴 셈이다.

야인 시절 미래를 그려왔던 그의 행보는 선거는 물론 당선 후 군수 수행 노선을 정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 수첩 20권에 해당하는 메모를 간직한 그의 첫 작품은 ‘직소민원실.’

직소민원실은 야인 4년 시절의 반추가 담긴 기획물로 자신의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한 반성과 다시 잡은 군수직을 또 다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작품으로 주민의 민원해결 즉 ‘생활행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직소민원실은 2010년 7월 최 군수 취임직후 설치됐으며 2011년 7월까지 약 1500여건의 민원을 총괄 관리함으로써 해당 과에서 단편적 처리로 끝나던 생활민원이 접수-처리-사후관리의 과정을 거치게 돼 행정자치부로부터 민선 자치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렇다면 직소민원실이 군수 취임 후 그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시키는 조직이라면 그를 군수 자리까지 이끈 힘은 무엇인가.



조직의 그늘


선거에 임하는 후보라면 어떠한 식으로든 조직을 꾸리고 표 단속에 나서며 조직 확장에 몰입한다. 과거 90년 대 초반까지는 주로 형제계나 등산회, ○○민주청년회 등 개인적 신념이나 이익에 부합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한 사조직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선거비리에 대한 증거를 포착할 수 있는 첨단기계들이 등장하자 이른바 ‘조직의 위기시대’가 도래 했고 그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직의 움직임은 더욱 음어화되고 암호화됐다.

그러나 조직원 면면을 상세히 분석하면 그 조직의 성향을 금방 알 수 있어 몇몇 단체는 선거 후 ‘패 나누기’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선출직을 꿈꾸는 인사이거나 선출직인 회원은 받지 않는 등 정치적 성향의 인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선거 후 ‘뒷담화’ 대상에 오르기를 꺼린다.

이런 현상이 강화되면서 음지에만 머무를 수 없는 조직으로서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공익 차원’을 대입하기에 이른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공적단체를 자기 조직으로 포섭하거나, 변형된 공익단체로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기구에 가입하거나 그들을 지원함으로써 ‘공조직을 사조직화’한다.

이처럼 사조직화된 공조직은 다시 자신들이 배출해낸 당선자를 계기로 더욱 확고한 서포터를 확보하게 되고 이익타산이 맞은 당선자로서는 사조직처럼 이용한 단체에 보답이라도 하듯 사회단체로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선출직에 나서는 자라면 누구든 예외 없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며, 또한 이런 방식은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조직·공조직 순환구조에서 당선자는 공조직을 사조직화 할 수 있으나 낙선자는 선거이후 공·사조직을 불문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이런 비대칭의 단절 현상은 정치적 성격을 띤 공적 단체의 사조직화를 조장해 주민 간 갈등이나 양분화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담양의 경우 행정의 말초신경이라 할 수 있는 이장이 각 읍·면 단위 구성체라 할 수 있는 이장단의 범위를 넘어 연합체인 이장단연합회가 구성돼 있고 지난 해 12월에는 주민자치위원회연합회까지 구성돼 그 성격을 두고 피상적이나마 규명이 필요하다.

이장 개인은 독립적 기구로서 마을을 대표함에 그 목적이 있으나 결합과 격상을 거듭함으로써 그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압력단체나 로비단체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또 마을의 구체적 타당성에 신경 쓰기보다 채널을 단일화해 교섭능력을 확보함으로써 군의회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의민주주의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담양군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에서도 군의회의 위상 하락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담양군의회 인터넷 사이트는 하루 10~20명이 방문하나 이는 직원들이 들어가는 회수이다. 또 ‘의회에 바란다’ 코너에는 208개(1월2일限) 전체게시물 중 광고물과 민원 이외의 글만 넘쳐나 통계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서 인터넷 사이트로서의 존재감이 매우 취약하다.

‘군의회 추락像’은 지방선거투표율에서도 알 수 있다.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는 담양군 투표율이 78.2%에 이르렀으나 98년 제2회 선거에는 73.9%로 4%이상 크게 하락하더니 02년 제3회 6.13선거에서는 72.6%, 06년 제4회 5.31선거에서는 70.2%까지 하락했다. 결국 2010년 제5회 6.2지방선거에서는 70%대가 깨져 67.4%로 제1회 동시지방선거 때보다 무려 10.8%가 하락했다.

군의회의 기능이 ‘허수아비化’ 돼가고 그러한 일들이 조롱의 대상이 돼가는 동안 특히 견고해진 공·사조직은 그 자체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행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기도 해 ‘제3섹터’를 형성하며 여론을 오도하기도 한다.

소위 지역 내 ‘파워서클’로 군림해 어떤 명칭으로든 반대급부의 행·의정적, 경제적 수혜를 맛볼 수 있는 데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어 부정적 패권에 쉽게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는 담양군이장연합회가 광·담통추위의 기구로 전락해 이장 조직을 이용, 각 읍·면에서 설명회를 열고 호별 방문해 서명을 받은 사례가 그러하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 속에서 부정하고 싶어도 조직이 만들어 낸 부정적 골짜기는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이정섭 군수 재임시절 담양군 공직 사회에서 깊어진 골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조직과 계파가 확연히 나뉜 상황에서 한 공무원이 “이 군수가 기소됐다”는 소리를 듣고 술자리에서 건배를 외쳐 하루아침에 책상도 없는 문서고로 쫓겨났는가 하면 몇몇 인사는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혀 주말 활동 사항까지 보고됐다는 후문이 있다.

공직 사회 내 계파나 조직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존재하기 마련이나 그로부터 터져 나오는 감정적 보복이나 인사조치 등은 사라져야 하며 반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 조직에 편협한 지원이나 또 그 반대 작용은 지방자치를 좀 먹는 폐단으로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조직의 그늘은 크고도 길게 드리워져있다.

조직이 체육단체든 사회단체든 무엇이든 간에 양지로 나와야 하고 회원 각자가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독립적 성격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적 간섭이나 경제지원을 미끼로 한 속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조직 또는 단체 그 명칭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병폐가 발생할 수 있는 부류가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연관형’에서 찾기 쉽다. 이는 조직 구성 단계부터 회원 각자의 성향과 충성도를 검증해 입회시키기 때문이며 그들의 목적-출마자의 당선-이 달성될 경우 조직은 선순환 구조에 돌입해 논공행상에 빠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

담양뿐 아니라 전국적 현상으로 너무 많은 단체가 난립해 미처 파악하기도 힘들다. 모두가 정치적 성향으로 조합되는 것은 아니나 중복과 성격이 모호한 단체는 결국 ‘헤쳐모여’를 반복할 것이고 그러는 동안 주민 간 개인적 반목은 악화일로에 놓이게 된다.

담양이 시간적 21세기가 아닌 ‘20세기에 그리던 이상향의 21세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주민 각자가 뚜렷한 문제의식을 갖고 계보나 계파 또는 조직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 시대 새 인물’을 만들어 가야 한다.(다음호 계속) /서영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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