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 '무질서' 행락객 볼멘소리

“모처럼 애들 데리고 구경 나섰는데 여기저기 노점상에, 수많은 차량들 때문에 피곤했어요.”
대나무축제를 찾은 A씨는 차량 정체와 반짝 특수를 노린 일부 노점상들로 인해 즐거움보다 시달림이 컸다.

A씨는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축제장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무질서한 축제장 모습에 구경은 커녕 아이 안전문제를 더욱 신경써야 했다”고 말했다.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빗속에 축제장을 찾은 이들의 표정에서 그야말로 축제의 즐거움이 묻어났다.
가족, 연인끼리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축제를 위해 마련된 부스행사에도 참여하고, 대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 때를 즐겼다.

하지만 많은 인파와 차량들로 축제 현장은 때 아닌 홍역을 앓았고, 무질서하게 늘어선 노점상들은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며 관광객들의 불편을 야기했다.
특히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입구까지 이동하는 데에도 수 십 분이 걸렸고 노점상들이 늘어서면서 혼잡한 상황 때문에 축제장 분위기 마저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차 관리요원들은 빼곡히 들어서는 차량들을 임시주차장으로 안내하느라 바쁘게 움직였지만 관광객들은 차량과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 피해 다니는 위험한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유모차에 오른 갓난 아이부터 지팡이를 짚은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봄기운을 느끼려는 듯 길게 행렬을 이었지만 길게 꼬리를 문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차량정체로 짜증이 유발됐다.
주민 B씨는 “축제철이면 가뜩이나 좁은 인도를 노점상들이 차지하고 있어 통행하기 굉장히 불편하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일에 제대로 단속을 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관광객 C씨는 “노점상에서 파는 술과 음식 때문에 역한 냄새가 진동해 지나가기 불편했다”며 “거리에는 술이 뿌려져 얼룩진 자국과 버려진 음식쓰레기로 발을 딛기도 거북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축제 관계자는 “바가지 상혼이나 불법 주·정차 등 행사와 관련된 모든 민원을 접수 받아 해당부서로 통보·처리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노점상이 그때그때 철수했다 다시 자리를 펴는 편법을 쓰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오프닝 영상미·스토리 탁월

갑작스레 비가 내려 개막식 공연이 이튿날로 연기됐다. 지난 2일 대나무축제 주무대에서 펼쳐진 개막식 행사. 의례적인 행사를 마친후 가무락(歌舞樂)팀의 오프닝 무대가 이어졌다.
‘대나무의 신비’라는 주제로 기획된 공연은 십수명의 무용수가 화려한 안무를 펼쳤다. 무엇보다 백스크린에 대나무의 생동감을 연출한 영상미와 함께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냈다.

공연 초반부터 끝날 때 까지 40여분간 숨 막히게 전개된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대나무를 생생하게 잘 포착해 이를 영상미로 표현한 연출력이 탁월했다.
한 관광객은 “스토리에 감탄했고 영상미에 압도당했다”며 “굉장히 퀄리티있는 공연을 보게 돼 감탄했다. 서울의 공연실력 못지 않은 퍼포먼스였다”고 추켜세웠다.
또 다른 관광객은 “몰입의 강도를 높일 만큼 매력적”이라고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아쉬운 점은 개막식이 연기된 사실을 미처 몰랐던 때문인지 예년에 비해 개막식 참석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시아 4개국 ‘선의의 경쟁’

‘대나무의 신비, 문화예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지난 1일부터 엿새동안 제14회 대나무축제가 죽녹원 및 관방제림 일대에서 펼쳐졌다.
특히 대나무박람회장 특별전시관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을 대표하는 대나무 공예품이 전시돼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각국을 대표하는 공예품들이 한 자리에 전시돼 묘한 ‘선의의 경쟁’마저 자아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안겨다 주었지만, 공예인들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여서 관광객의 눈썰미에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담양군은 한·중·일·베트남 등의 공예인들과 ‘만남의 시간’을 마련, 각국의 대나무 공예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가기로 우의를 다졌다.


신규 프로그램 “눈에 띄네”

매년 담양대나무축제를 찾는 한 관광객은 예년에 비해 달라진 ‘색다른 프로그램’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비슷비슷한 테마 가운데서도 신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선함을 더해주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신규 프로그램은 14가지에 이른다.

신규 프로그램은 ▲죽제품 제작 체험 ▲대나무맥주 시음 ▲에어조명 설치 ▲UCC·사진콘테스트 ▲청소년 방과후학교 ‘죽마고우 문화마당’ ▲순환버스 운영 ▲대나무 향토음식관 등 다양하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옛 담양의 전통재래시장인 ‘죽물시장’을 재현해 놓은 것을 꼽고 있다.

또 개막식 행사에 의례히 등장하는 주요 인사들의 축하인사말이 동영상으로 소개해 지루함을 없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주요 내빈인사들의 축하말이 대동소이한데다 ‘정치인들의 얼굴 알리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외면받아온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축제위원회측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동영상’을 만든 게 주효했던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대나무축제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신규 프로그램 개발과 행사 준비에 각별한 노력을 경주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이테크 없는 박람회

올 ‘제14회 대나무축제’는 2015년 대나무세계박람회(대나무엑스포) 개최 선언과 맞물린 까닭에 그 어느때보다 관심을 끌었다. 사실상 ‘대나무엑스포’로 가기 위한 축제라는 성격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담양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대나무박람회장에 참여한 업체수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러졌다. 지난해 29개 업체가, 올해엔 이보다 다소 많은 32개 업체가 각각 참여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그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박람회가 미래사회를 예측할 수 있는 각종 ‘하이테크의 전시장’이라고 불리지만 대나무박람회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관람객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나무박람회장은 대개 대나무를 소재로 만든 일반공예품, 비누, 죽초액, 음식류 등이 주를 이뤘으며 심지어 술 등 주류를 판매하는 부스도 놓여 있었다. 미래사회를 앞당길 신제품을 전시해 놓는다는 박람회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나무 패션쇼 등 ‘이색 행사’

청소년들이 대나무로 만든 옷을 입고 맵시를 뽐냈다. 좀체 보기 드문 이같은 광경이 대나무축제 기간동안 ‘죽마고우 문화학교’에서 가져 북새통을 이뤘다.
죽마고우 학교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를 발표하는 지역연합체 학생공간이다.

담양교육지원청은 담양교육문화연대와 함께 지난 1일부터 엿새동안 열린 대나무축제 기간에 죽마고우 학교를 개설했다.
죽마고우 학교가 마련한 프로그램은 ‘담양역사문화 골든벨’, ‘대나무 디자인 패션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뽐내기’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전통놀이 체험마당으로 꾸며진 죽마놀이, 연 만들기, 윷놀이 등은 타 지역에서 온 가족단위 관광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또 추성경기장에서 마련된 ‘방과후 푸른꿈 페스티벌’은 유치원생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25개 팀, 150여명이 참가해 열띤 공연을 펼쳐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정기권 교육장은 “대나무 축제와 더불어 운영되는 죽마고우 학교는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제공돼 지역교육공동체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죽마고우 학교가 축제와 같이 특정한 시기에 마련했는데 앞으로 이를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닭 날리기 중 ‘잉태’?

대나무축제 기간 첫날, 다문화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축하하기 위해 축제 주무대에서 전통혼례를 치렀다.
정옥수(고서면)·홍센가이(캄보디아) 부부, 정일권(봉산면)·지앙리리(중국) 부부, 이동수(금성면)·오하은(필리핀) 부부 등 이들이 그 주인공.
담양향교 김웅조 전교가 집례한 이날 혼례식에서 마지막 순서인 근배례. 집례자가 ‘부부가 하나됨’을 선언하면서 닭을 날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집례자가 공중으로 힘차게 던져 올린 닭은 이내 바닥으로 ‘푹’ 떨어졌다. 이때 바닥에 나뒹굴어진 닭에서 갑자기 알이 나온 것.
전통혼례식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신기하다는 듯 일제히 쳐다보면서 “자식 많이 낳고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의미에서 닭을 날리는데 알까지 얻었으니 행운도 보통 행운이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덕인관’ 수익금, 전액 장학금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떡갈비 명가 ‘덕인관’이 판매수익금 전액을 모두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로 했다.
덕인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한식당’에도 선정된 바 있는 담양지역에선 대표적 음식점으로 통한다.
덕인관은 지난 대나무축제 기간 동안 향토음식관에 부스를 마련해 놓은 뒤 떡갈비를 비롯해 각종 전통음식을 판매했다.
덕인관에서 음식을 담당하던 주방보조원들이 직접 나와 ‘그 맛 그대로’를 만들어 판매했다. 이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이 여느 음식점에 비해 눈에 띄었다.
사실 덕인관은 그동안 눈에 띄지 않게 ‘사랑의 실천’을 해 오고 있다. 매월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가 하면, 매년마다 판매금의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덕인관 박규완 대표는 “땀흘려 번 돈이지만 청소년들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면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돼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복한교회, 종합안내 봉사

지난 4일 오전 11시께, 전주에서 온 한 대형전세버스가 목적지를 찾지 못해 갓길에 정차했다. 이 전세버스는 40여명의 관광객을 태운 채 대나무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왔다. 이들은 우선 A식당을 들를 참이었다.
때마침 행복한교회(담임목사 박상규)가 담양IC 인근에서 종합안내소 및 미아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 박 목사는 이들의 사연을 전해 듣고서 자신이 직접 목적지까지 안내해줬다.
해마다 대나무축제가 열릴 때면 행복한교회 신도들이 종합안내소 부스를 마련해 성공적인 축제행사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행복한교회가 펼치는 ‘사랑의 실천’은 비단 축제행사 뿐만 아니라 매주 토요일이면 무료로 경로식당을 운영하는 등 담양지역사회에서 남다른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박 목사는 이와 관련 “지역사회 속에서 작은 일이나마 빛과 소금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여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행사인 대나무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나무축제가 성공리에 마칠 수 있게 된 것은 이들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제 일이양 나선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튀어도 적당히 튀어야지”

담양 전체 군민의 단합을 꾀하는 ‘담양군민의 날’이 열린 지난 3일.
1부 행사가 마친 뒤 곧바로 2부 행사인 육군 제11공수특전여단의 특공무술시범을 선보일 차례다.
각종 격파 기술을 선보이는 특공무술시범단 대원들은 늘 위험을 안고 있어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또 도구를 이용한 무술이 많기 때문에 주변정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대 가운데 가장자리에 터를 잡은 A면 주민들이 흥에 겨운 듯 타악기 연주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뙤약볕을 맞으며 무술시범을 준비하고 있던 시범단은 10여분을 그대로 멈춰서야만 했던 것.
사회자가 수차례에 걸쳐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흥에 취했다. 정상적인 진행이 이뤄지지 않자 곳곳에서 야유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결국 사회자는 상기된 목소리로 제지하자 겨우 진정됐다.
이에 한 주민은 “담양지역에서 유일한 특전사부대의 무술시범을 보는 게 즐거움인데, 어린이를 비롯해 모든 이들이 관람을 기다리는데 자기네들만 흥에 겨운 행동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바선모 공명선거 계도활동

담양군선거관리위원회와 바른선거시민모임담양군지회는 대나무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지난 3일 관방제림과 죽록원 등 축제행사장에서 선관위직원과 바선모 회원 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금품선거 근절을 위한 공명선거 계도활동을 실시했다.
이날 활동에서는 축제참가자와 관광객들에게 ‘선거가 깨끗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선거문구가 새겨진 대나무젓가락 3,000모와 공명선거 홍보전단 3,000매를 배부하며 공명선거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이번 계도활동은 올 12월 19일 실시되는 대선에 대해 정당과 입후보예정자들의 상시기부행위와 관련된 선거법 내용을 알리고 금품선거가 없는 깨끗한 선거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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