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자전거의 교통 분담율이 늘어나려면 자전거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스포츠로서 자전거타기와 노동으로서 자전거타기를 구분해 자전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역점을 두어야하는 분야는 물론 노동의 일부로서, 즉 출퇴근 혹은 등하교의 자전거타기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은 아침 출근시간대라고 한다. 붐비는 지하철이나 꽉막힌 도로위에서 시작하는 하루 일과는 고단한 현대 도시인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그런데 필자는 출근시간이 기다려진다. 7년 전 자동차에서 자전거로 나의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바뀐 뒤부터 생긴 일이다.

최근에는 취미삼아 혹은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필자처럼 자전거를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다. 주말이면 각종 자전거로 가득하던 한강변 자전거 도로가 월요일 아침이면 한적한 신작로로 바뀐다. 그 결과 4대강 자전거 도로 건설, 전국 10대 자전거 거점도시 육성 등 각종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대체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역할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필자가 저전거로 집에서 학교까지 달리는 거리는 12킬로미터, 시간은 50분이 걸린다. 비가 오거나, 밤늦게 퇴근하는 날을 빼곤 자전거가 나의 출퇴근 교통수단이다. 덕분에 과체중이던 몸무게는 정상체중이 되었고, 콜레스테롤수치를 비롯해 모든 신체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한 달 평균 10만 원 정도 지출하던 기름 값도 크게 줄어, 지난 7년간 따져보니 약 1000만 원 정도 절약했다.

그러나 필자의 자랑과 권유에도 불구하고 직장동료 중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아직 없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대부분 집과 직장간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집과 직장이 자동차로 30분이나 한 시간이상 걸리는, 즉 2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자전거 출퇴근의 걸림돌은 도로사정이다. 자동차위주로 도로망을 설치한 국내 도시에서 자전거출퇴근은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필자도 위험한 도로사정 때문에 처음에는 자전거출퇴근을 망설였다. 다행히 자동차도로 대신 논과 밭 사이 농로를 이용할 수 있는 농촌지역에 사는 덕분에 비교적 안전한 자전거 출퇴근이 가능하다.

대신 필자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헬멧과 쫄바지 복장으로 중무장하고 출근해야한다. 비온 다음날 학교에 도착하면 자전거는 흙투성이가 되곤 한다. 학교에 도착하면 땀범벅이 되기 때문에 샤워도 해야 한다. 다행히 직장에 샤워시설과 탈의장이 있어 어려움이 없지만, 일반 직장에서는 그런 시설을 기대할 수 없다.

자전거의 교통 분담율이 늘어나려면 자전거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스포츠로서 자전거타기와 노동으로서 자전거타기를 구분해 자전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역점을 두어야하는 분야는 물론 노동의 일부로서, 즉 출퇴근 혹은 등하교의 자전거타기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4대강 자전거도로의 건설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자전거대책은 여가문화로서 자전거타기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자전거 문화가 확산되긴 했지만 자전거 문화의 본래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수백만 원을 넘어가는 고급자전거가 넘쳐나면서, 자동차처럼 자전거도 부와 속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매우 정직하고 공평한 교통수단이다. 아무리 비싼 자전거도 주인의 다리 힘으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통해 얻는 만족감도 자동차와는 다르다, 자전거는 빠른 속도보다는 조금 느림을, 편리함보다는 조금 불편함을 선택하는 가치관을 전제로 한다.

대신 자전거는 기름 값이 아까워서 가지 못한 길을 가게 해준다. 다리가 아파서 가보지 못한 길, 가볼 생각도 못한 길을 가게 해주는 것이 자전거이기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자동차로부터 얻지 못하는 "자유"를 그 주인에게 선물한다. 비록 조금 일찍 집을 나서야하긴 해도 나의 출근길이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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