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호(곡성군 오곡면 매실작목반 회장)

곡성군 매실 작목연합회(회장 공창수, 총무 설승호) 읍면 작목반 임원 15명과 인솔공무원(농정과 팀장 한상용)은 지난 8월 26일부터 30일 까지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의 주요 매실 생산지역과 매실 재배농가, 매실 가공공장, 그리고 크고 작은 농산물 판매장 등을 두루 살펴보고 왔다.

2011년 떫은 감과 함께 곡성군 특화 작목으로 선정된 매실은 십 수 년 간 꾸준한 수요증가와 가격유지 덕분에 우리 지역 매실 농가에도 적잖은 수익을 올려주었으며, 매실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관광연계 및 따뜻하고 아름다운 청정지역 이미지 제고효과도 매우 높다고 본다. 반면 제주도와 강원도를 포함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매실을 재배하게 됨으로써 이것들이 성목이 되는 수 년 내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 불 보듯 한 상황에서 뭔가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고민도 있다. 마침 기회가 주어져서 일본의 과수 집산지인 오오야마와 와카야마 지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외유성 해외연수라는 눈총을 받지 않을까 떠나기 전에 염려도 없지 않았다.

첫 방문지는 오사카에서 멀지 않은 와카야마의 미나베쵸라는 조용한 읍 소재지였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남고매실을 재배하여 염장매실(우매보시)로 가공판매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숨김없이 자세히 가공과정을 공개해주었고, 자유롭게 탐문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특이한 점은 1차 가공을 농가에서 한 후에, 업체에서 수매하여 2차 가공 및 포장?판매를 하는 분담체계가 매우 잘 되어 있고 가공업체와 학계, 행정, 농민과의 유기적 협력체계였다. 또한 매실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매실 연구소와 매실 진흥관도 있었는데 이곳에서 시청 관광과, 읍사무소 산업계 직원 격인 공무원과 매실 연구소 연구원이 성심껏 안내해 주고 매실 재배에 관한 자세한 지식과 매실 가공 전 과정(우메보시 담그는 방법) 등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기에 일본 연수 목적의 90%는 채운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미나베쵸에서의 흐뭇한 마음을 안고 이동하면서 차창 밖을 바라보니 제초관리가 잘된 계단식 과원의 관수 장치와 모노레일, 콘크리트 논둑, 농장 한 켠에 있는 아담한 포크레인, 마을 뒷산의 대나무 밭, 마을 입구의 공동묘지 등이 매우 친숙해 보였다.

또 다른 의미 있는 방문지는 일본 최대 과수 생산 지역인 규슈의 오오야마 히비키노 사토였다. 그곳은 매우 작은 오지마을이지만 매실 하나로 농가 평균 전국 최고의 소득을 올리는 부자마을이라고 했다. 고성매를 설탕과 1:1로 담궈 1년 후 65도 알콜을 부어 3~ 5년간 숙성시켜 제품화 한다고 하였다. 맛은 매실 원액에 술을 약간 희석시킨 것이어서 걸쭉하면서도 매우 새콤달콤했다. 이것을 세계 와인 품평회에 출품하여 1위로 만들고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술로 격상시킨 갖가지 마케팅 전략을 듣고 나니 일본인의 치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려는 관계자의 노력과 성의가 매우 고마웠다.

전자의 두 지역 와카야마와 오오야마는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동반성공의 길을 걷고 있었으며, 우리에게도 확실한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또한 일본에서 최고로 치는 남고매가 한국시장에서 그동안 철저히 외면당해온 이유도 일본 열도에서 확인하게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길에 앞서 이번 연수 참가자 전원은 우메보시나 매실주 담그는 자세한 방법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연수기간동안 우리 일행의 귀와 입이 되어 까다로운 전문용어까지 능숙하게 통역을 해준 심청골 여행사 소속 일본 전문가이드 이지현씨와, 매일 밤늦도록 벌인 열띤 토론에 귀기울여주고 갖가지 매실 가공식품을 사비를 들여 시식하게 해준 한상용 농정과 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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