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환(본지 편집자문위원)

공자의 제자 중 공문십철의 한 사람인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하여 물었다. 이때 공자는 정치의 3가지 원칙을 말했다고 한다. 첫째는 경제력이며 둘째는 나라의 군사력 셋째는 백성들이 임금을 믿고 정책을 따르게 하는 것이며 이는 곧 국민총화라고 말했다

자공은 다시 질문한다. “3가지 중에서 부득이하게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포기해야 합니까? ”공자는 군사력이라고 말한다. 다시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더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는 만약 할 수 없이 또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먹고 사는 경제력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군사력은 경제력에 묻힐 수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선 불요불급한 경제력을 우선해야 함에도 왜 공자는 왕과 백성의 상호간의 믿음 안에서 국민적 통합을 마지막까지 최고의 가치로 여겼을까? 또한 요즘처럼 국가 간 심화된 경제전쟁을 치루고 있고, 나라마다 가진 자와 없는 자들의 갈등이 극에 달해 세상은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는 상황에서 공자의 이러한 판단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더더욱 당시의 시대 상황은 관중이 지은 책 “관자”에서도 지적했듯이 “의식이 풍족해야 예절을 안다”고까지 했던 것처럼 정치나 백성들에게는 먹고사는 경제력이 최우선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 트랜드를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며 현자인 공자가 간파하지 못 할리 없다. 다만 공자의 선택은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다분히 인을 중심으로 한 성인의 깊은 성찰이 아니었을까 싶기는 하다.


공자는 모든 덕목의 뿌리를 인으로 보았다. 그래서일까 논어에는 어질 '인(仁)' 자가 100번도 넘게 나온다. 그럼 공자가 말하는 인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자가 남을 아껴 주는 것이다(愛人)라고 말했듯이 그 인의 본질은 바로 사랑이다.

나는 대화 중 자주 우리의 지난 역사와 옛 성인들을 꼬집어낸다. 그래서 더러는 나를 보고 고지식하게 공자 같은 소리만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법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역사는 모양은 변할지라도 본질은 결국 반복되는 것이며 진리는 항상 변하지 않는데...

그래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다시 한 번 그 역사에 얽매이게 된다”고 하지 않았을까? 이런 측면에서 난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며 역사를 현실로 보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세태는 걱정스러운 일들이 너무 많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원리나 타인을 배려하는 공동체적 의식은 찾기 어렵고, 모든 일이 나만 좋고 편하면 그만이며, 어디서나 내가 우선이라는 이기적 발상이 그렇고 상대를 칭찬하기 보다는 악담과 부정, 그리고 편견으로 가득한 우리사회의 사시안적 시각이 그렇다.

이뿐만이 아니다 갖가지 선거가 낳은 폐단은 남북의 철조망이나 동서의 영호남보다 더한 이웃 간 이질감을 낳고 철천의 원수마냥 숨겨진 칼날을 가지고 살고 있는 정치꾼들이 아직도 상호간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곧 선거가 다가오는데 이 역시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렇듯 우리사회 어디를 가든 갈등의 토양에서 평온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풍토를 개선하려면 고루할는지 모르지만 공자를 만난다면 어떨까! 왜냐면 공자가 말하는 인이란 정의로움 안에서 늘 따뜻한 인간애가 함께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진정한 통합은 나와 같지 않는 것을 어렵지만 포용해야 하며, 가능하면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고 몇 번이고 용서하려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힘 있는 자들과 가진 자들은 공자의 인을 실천하는데 더욱 앞장서야 한다. 이는 나의 편견이 아니라 가진 자가 더 여유롭다는 일반적 상식에 비추어 그렇다 뿐만 아니라 손자병법에는 “적인자지리지”라는 말이 있다. “주도권을 쥐려면 이익을 주라”는 말이다.

끝으로 우리네 삶은 영원하지 않다 열심히 살아가는 치열한 삶도 좋고, 부와 권력과 명예도 좋지만, 부처의 말대로 나를 버리고 내가 가진 것을 버리는 여유를 가질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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