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발행인)

예로부터 물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풍요와 생명력의 상징으로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의 모비인 유화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비 알영이 우물에서 출생했다는 설화나 우물을 지배했다는 물할미(水姑) 전설 등이 풍요와 생명력으로써 물이 형상화됐던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 이른 새벽 소반에 받쳐놓고 소원을 빌었던 정한수 역시 부정을 씻어내는 힘의 상징으로 물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까이는 어린 시절 개울가에 나가 흐르는 물을 두 손으로 움켜 마시면 그 시원함과 단맛에 온몸이 생기로 가득해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세상 어디에 간들 이처럼 좋은 물맛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이처럼 풍성하고 깨끗하고 맛나던 우리 물의 이미지가 어느 사이엔가 오염과 불신의 대명사로 우리 곁에 찾아들었습니다. 70년대 이후 도시화 산업화를 향한 무분별한 개발을 서두르면서 막대한 양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들이 강으로 유입되면서 수질오염을 심화시켰고 이는 식수공급량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에서는 마음 놓고 마실 물조차 모자라 외국에서 생수를 수입하고 일부 오염이 심한 지역의 물은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쩌다 우리가 먹는 물까지 외국에서 사다 먹게 됐는지 정말 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PAI(국제인구행동연구소)가 발표한 ‘21세기 세계 각국의 수자원 실황’이란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또 오는 2025년에는 세계인구의 44%에 해당하는 35억 명이, 2050년에는 65%에 해당하는 77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UN이 펴낸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물 사용 가능량(1491㎥)이 세계 180개국 중 146위로 발표될 정도로 수량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이 물 부족 현상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지역은 깨끗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보니 물로 인해 고통 받는다는 사실이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펑펑 써대기에는 우리지역의 물 사정도 그다지 넉넉하지만은 않습니다. 담양군의 경우만 보더라도 가구당 일일 평균 수돗물 사용량은 920리터로 우리나라 전체 평균 1444리터(4인가족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1.5~4배 수준으로 많은 양입니다.

UN은 올해를 ‘세계 물의 해’로 정하고 세계 각국에 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서는 벌써부터 3차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아마도 ‘물 전쟁’일 것이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지구촌 여러 곳에서 물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굳이 올해가 UN이 정한 ‘세계 물의 해’여서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우리 스스로 물을 아끼고 보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후손들에게 남겨서야 되겠습니까? 지금은 ‘돈을 물 쓰듯’이 아닌 ‘물을 돈 쓰듯’ 하는 지혜가 절대 필요한 때입니다.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