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석(발행인)

‘이반의 염소’라는 러시아 속담이 있습니다.

옛날 러시아의 한 시골 마을에 염소 한 마리를 키우며 젖을 짜 생활하는 이반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매일같이 많은 젖을 생산하는 이반의 염소를 부러워했습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천사가 나타나 동네 사람들에게 한 가지씩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소원을 말하라고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자기들에게도 이반의 염소 같은 염소를 달라는 게 아니라 이구동성으로 이반의 염소를 죽여 달라고 말했습니다.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사회주의 민족성을 드러낸 속담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정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플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속담입니다. 이 속담은 원래 ‘사촌이 논을 사면 배라도 아파야 할 텐데’ 라는 속담이 왜곡돼 전해온 것입니다. 남이 잘 된 것에 배 아파하지 못하는 우리 민족의 깊은 정을 표현한 속담이지요. 옛날 시골에서는 거름으로 쓸 변을 사고팔았습니다. 비료나 퇴비가 귀했던 시절에는 거름으로 인분이 주로 사용되었으므로 배라도 아파 사촌의 논에 가서 거름이라도 보태주고 싶은 우리의 깊은 정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것이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이 남이 잘 된 것에 대해 배 아파하는 속담으로 바꿔버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 왜곡시킨 부정적 의미의 속담으로 알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혹여 우리 주변에 아직도 부정적이고 왜곡된 평등의식이 있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자신 만이 홀로 절망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촌이 논을 사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는 헤아려볼 생각은 않고 나타난 결과만을 두고 자기와 비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난한 사촌보다는 잘 사는 사촌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겠습니까.

논을 산 사촌에 대해 시기와 질투를 하기에 앞서 사촌이 어떻게 노력해서 논을 샀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 수 배우려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도 이런 교육을 시켜 조상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의식이 모여야 정파 간, 계층 간 갈등이나 위화감도 해소되고 우리지역이, 우리사회가, 우리나라가 모두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친구도 이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위에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이 많으면 덕을 봤으면 봤지 손해 볼 일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며칠 후면 민족 대명절인 설날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서로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고 그래서 모두의 마음속에 희망과 사랑이 흘러 넘쳐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남도 나처럼 잘 되기를 바라고, 잘 되도록 도와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이웃이 잘 되면 박수치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사회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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