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전남도의원)

공무원은 직장선호도에서 항상 상위권에 맴돌았지만 현재는 직장 선호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전공과목은 포기하다시피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주는 학원가로 몰리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직장선호도에서 그리고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에게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에 기인합니다. 한번 들어가면 정년퇴직 할 때까지 어지간하면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무원=철밥통’이라는 공식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료세계가 법조문과 관행에만 매달려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울산시와 서울시부터 시작한 ‘무능·불성실 공무원 퇴출 바람’이 전국적으로 불어나가 한 때 관료세계를 긴장시켰습니다. 당시 분위기로는 공무원=철밥통 공식이 깨지는 가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한 때의 태풍으로만 끝나고 말았습니다. 저 또한 그런 인위적인 방법으로 관료세계를 변화 시키는 것은 반대합니다. 그런 충격요법은 단기적 효과만 있을 뿐이지 장기적으로 관료세계 변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관료세계를 개혁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장기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지난 2002년에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끔찍한 9.11테러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어 미국 공직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9.11테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 관료조직의 상상력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미국 관료조직에 조금의 상상력만 있었어도 수 천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역사상 유례없는 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그리고 그 테러 때문에 이어지는 두 번의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하면서 9.11테러 조사위원회가 미국 관료조직의 상상력 부족을 탓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미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은 9.11테러 이전에 자동차나 배에 폭탄을 실어 자살공격을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자행해왔다. 미국 관료조직이 조금이라도 상상력을 발휘 했다면 그 다음은 비행기를 이용해서 엄청난 테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거기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관료조직은 그러한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전혀 대비를 못해서 결국 이런 엄청난 테러가 발생했다”고 지적 했습니다. 즉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엄청난 관료조직이 일개 테러집단의 상상력을 따라 가지 못해서 인류에게 엄청난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 조사위원회 결론 이었습니다.

이처럼 세계 어느 공직사회도 규정과 관행에 억매여 있는 관료조직의 생리에서 벗어나 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관료조직은 우리와 많이 다르고 훨씬 더 유동적이고 역동적입니다. 그럼에도 상상력 부족으로 엄청난 사건을 불러 일으켰다는 오명을 쓰고 질책을 당한 것입니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가고 있고 관료조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상상력 없이 지난날의 해 온대로 주어진 규정과 암묵적 관행에만 억매여 일한다면 그 조직은 낙오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 세상입니다. 우리나라 관료조직도 지난날의 해 온대로 ‘공무원= 철밥통’의 기득권에만 안주해 스스로 정화 해내지 못한다면 주민의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고 또 다시 무능공무원 퇴출 운동 같은 외부 충격이 닥쳐올 것입니다. 특히 지방자치가 정착단계에 들어서 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할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지역사회발전의 책임을 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지역발전에 대한 상상력을 가지고 꿈을 꾸어나가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상상력 하나로 만들어 내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준 선지자들에 비하면 요즈음 관료들은 그들이 맡고 있는 지역만 생각해봐도 수없이 많은 상상력을 발휘 할 수 있습니다. 단지 그러한 것을 허황된 공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실현가능한 꿈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현실화 시켜갈 수 있는 실천력과 행동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꿈만 가지고 실천력이 없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실천할 수 있는 그러한 꿈조차 꾸지 않는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처럼 관료조직에도 상상력을 가져야 하는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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