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환(본지 편집자문위원)

어느 누군들 욕구불만에 따른 삶에 회한이 없을까 만은, 끝없이 부족한 나 역시 이 문제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수 년 전에 딸자식의 헐렁한 전세방을 얻어주고 그 가슴 아픔 때문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없이 돌아 올 때가 있었다.

결국 오는 도중에는 가슴시린 애잔함이 내 삶의 회한으로 변하여 뼈를 깎는 아픔과 함께 폭포수 같은 눈물을 차 안에서 흘리고 말았지만...

이는 아버지로서 못다 한 책임감과 함께 비통함이 어우러져 깊은 자괴감을 불러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 생애 최고의 비극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두려운 것은 이마저도 내 생애 최고의 비극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더러 어떤 이는 비극의 밑바탕에는 무엇인가 아름다움이 있을 것 같아 비극을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슬픔이 어디 낭만인가 !

결국 비극은 비극이 아닐까 싶다. 작금의 시대 상황에서 개천에서 용 날 수 없으며 빈자가 부자가 된다는 것은 요원해진 시대 상황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신의 섭리 아래서 정해진 운명을 우리들은 어쩌면 숙명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숙명을 떠나 이 모두가 적당히 살아온 내 인생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결국 인생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지금 나는 지나가버린 과거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에 지나지 않는 과거를 가지고 어제를 한탄하며 나의 아름다운 추억까지도 슬픔으로 물들일 필요는 없을테니까.

다만 나는 그 후에도 성취하지 못한 일에 있어서 또 다른 변명을 줄곧 찾았다는 사실과 그리고 지난 과거에서 충분히 자각하지 못하고 지금도 어이없게 허망으로 가득한 반복된 다짐만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분노케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실이 이러함에도 그 다짐들은 하나같이 작심 3일을 넘기지 못하고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아예 미래에 대한 암울함으로 때론 절망까지 한다.

나의 다짐 중에 하나 "오늘에 살라 내일에 의지하지 말라 그날그날이 일년 중 최선의 날이다"라는 이 다짐만은 내 삶에서 꼭 실천하려 했지만 이마저 지금 생각하니 내일로 미루다 드디어는 포기하기 일쑤였다.

순간 자신의 의지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이 내안에 모든 것을 잠식하고 허탈과 삶의 쓰라림만이 덩그러니 가슴에 남는다는 것을 안다.

하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그렇게 허망한 다짐만을 하고 사는 것 같기도 하다 한심하게도 지금 나는 여기서 위안을 얻으려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일상에서 수없이 할 것 같은 결의에 찬 나의 다짐들, 그리고 퇴직 후에 나의 삶!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그 사람의 외형이 아니라 의지의 산물이며 신념이기에 나의 제 2의 출발은 돈으로 환산하여 서푼 가치도 안되는 욕구에 휘둘려 살아서는 안 될 것을 나는 염려한다.

더불어 내가 나의 주체이며 내가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나의 의지력 때문이므로 나는 삶에 있어 진정 안타까운 일은 의지력의 상실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물거품처럼 끝나버렸던 수많은 다짐을 다시 해보는 것이다 지금이 마직막인 양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고...

"그 순간들이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된다"고 했던 혜민스님 그분 말씀대로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해 보는 것이다.

비록 나의 그 다짐이 예전처럼 허망한 물거품이 될지라도...

도전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나는 또 하나의 다짐을 결의하는 것이다. 과거의 아픔이나 뜬구름 같은 미래에 초조해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열정으로 채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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