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치인, 중앙굴레 벗어나 새정치 모색



"민주당이냐 안철수 신당이냐”가 최대 고민이었던 내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입지자들이 일단 큰 방향은 잡게 됐다.


정당 공천장을 받기 위한 경쟁보다 이제부턴 전적으로 지역 유권자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과거 중앙 정치권의 수족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던 상당수 지방 정치인들이 앞으로 중앙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 행정 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심 역할을 하게 됐다.
새누리당은 2014년부터 3차례에 걸쳐 한시적으로 공천을 폐지하는 ‘일몰제’ 입장이고 민주당은 전격 폐지 입장이다.

그러나 어떤 방향이든 내년 지방선거는 공천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법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공천 폐지 사실상 결정 배경

여야 정당이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공천을 사실상 폐지키로 하면서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기존 선거와는 전혀 다른 선거 풍토 및 문화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역과 입지자들은 국회에서 최종 확정될 때까지 중앙 흐름을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정당이 공천 폐지에 뜻을 모은 것은 국민적 여론에 기반 한 것이다. 국민 여론은 공천을 폐지한다는 쪽이 많았고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를 비롯한 주요 단체들도 폐지를 강력히 촉구해 왔다.

이 같은 여론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안철수 전 후보 등이 공천 폐지를 대국민 공약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특히 대통령으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의 폐지 의지가 강한데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먼저 공천 폐지를 추진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 무공천을 실천했고 민주당은 공천을 유지했다가 국민적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상태에서 민주당은 정치 쇄신을 명분삼아 전면적 폐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물론 공직선거법 개정이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있지만 국민 여론과 새누리당의 강력한 추진 그리고 민주당의 전격적 결정 등으로 볼 때 사실상 폐지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 폐지에 따른 문제점과 과제

공천이 폐지됨과 동시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은 지방 토호 세력의 발호다.

지역에서 재력과 조직을 갖춘 인사들의 경쟁력이 강화돼 이들이 지방 행정을 대거 장악하게 되면 지역 발전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내 인지도가 높은 현역 단체장과 의원의 강세도 일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역 단체장은 4년 임기 동안의 활동이 사실상 선거 운동이나 마찬가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현역 단체장과 의원이 재도전하게 되면 그 경쟁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방토호 세력의 발호와 현역 강세 예상은 참신하고 유능한 신진 인사의 지방 행정 입문 기회를 좁힐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신진 인사의 등용을 담보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제도적 비율 보장도 중요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기 50%, 20% 가량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향후 여야간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정당 공천 폐지와 지역 정치

내년 지방선거에서 최대 관심은 안철수 경쟁력이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거나 친안철수 후보를 낼 경우 그 경쟁력이 관심을 끌었던 것. 안 의원의 인기가 지역에서 높은 것은 정권교체에 대한 주민들의 강렬한 열망에 기반한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는 이미 민주당을 넘어서 있는 상태다. 실제 안철수 신당 후보가 민주당을 앞서는 여론조사가 많아 호남의 주도권이 안철수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당 공천이 폐지되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간 경쟁은 광역단체장, 즉 도지사 선거에서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양측 모두 최대, 최고의 전력을 투입해 총력전을 치르는 셈이어서 도지사 선거로 양측간 우열이 가려지게 된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 모두 최강 전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어 내년 도지사 선거는 초유의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의 정당 공천 폐지 움직임을 바라보는 정치권 속이 편치 않다. 실제로 공천이 폐지되면 현역 단체장과 국회의원간 관계가 미묘해질 수 있다.

단체장은 언제든 여의도를 ‘넘볼 수’ 있는 경쟁자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통해 단체장을 어느 정도 제어해 왔지만 공천이 폐지되면 국회와 지방정치는 경쟁적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정당 공천 폐지에 대한 정치권의 전반적 분위기는 폐지 반대였다.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오히려 크기 때문에 공천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공천 폐지는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중앙 정치권의 지나친 ‘간섭’이 역풍을 맞은 셈이 됐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안철수 등 전 대선 후보들이 공천 폐지를 공약한 이후 단체장들의 폐지 주장은 더욱 강해졌다.

당 일각에선 “공천이 폐지되면 앞으로 단체장을 누가 견제해야 하느냐가 새로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 공천제 폐지를 바라보는 지역의 시각

주민들은 대체로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거론하면서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단체장과 의원들은 드러내놓고 반기지는 않지만 내심 공천제 폐지를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지방 정치와 행정의 책임성 약화, 업무 비효율성, 참신한 인재 발탁과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배려의 어려움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무엇보다 이미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현역 단체장들이 더욱 막강한 파워를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만약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내년 선거에서 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현역 단체장과 의원이 ‘프리미엄 효과’로 ‘슈퍼 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토호 세력을 중심으로 한 돈 선거, 조직 선거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자격 미달의 후보자가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 때문에 당장 지역 내에서는 정당공천을 믿고 공을 들여온 일부 기득권 세력과 신세력 등이 이해득실을 분석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환영 일색


국회의원들과 기초의원은 확실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기초단위 선거는 중앙정치를 대변하기보다 지역주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생활정치가 돼야 하지만 공천권이 사실상 지역 국회의원에게 예속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현안보다는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거나 중앙정치 이슈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실제로 기초의회 의원들은 지역 국회의원이 지역에 내려오면 의정활동도 내팽개치고 국회의원 보좌에 나설 정도다.

이에 따라 정치지망생이나 현 기초의원들은 중앙정치 예속과 공천 잡음, 고비용 선거구조,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 등 부작용을 불식시켰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초단체장의 경우 다음 정치적 목표가 국회의원인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과의 경쟁적 관계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당공천제로 진행되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의 눈치를 봐야했지만 공천제폐지로 인해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 정치인은 “회기 중에도 선거에 동원될 정도로 국회의원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지방의원이 한둘인 줄 아느냐”며 “기초의원들은 본인의 의정활동보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느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다”고 밝혔다.

정당공천제로 인해 기초의원들이 사실상 공천권을 쥐고 있는 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자의반 타의 반으로 고개를 숙여왔던 기초의원들은 공천제 폐지 기류에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직 기초자치단체장들은 개별 견해를 밝히지 않지만 지난달 제주 총회에서 공천제 폐지를 공동선언문으로 채택하는 등 한 목소리를 내왔다.

▲ 우려 섞인 눈길

일부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지명도가 높은 현역이 유리해지고 후보가 난립할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곧 참신한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고 공무원 출신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독식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선거 전략을 바꿨을 경우에만 전제된다는 점.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민주당 등 기득정당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정치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인사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당이 틀리다는 이유로 정치 본무대에 입문하지 못했더라도 향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당을 보고 뽑았던 지역민 역시 쉽게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공천을 폐지, 그 이전에 횡행하던 '내천'(內薦) 형태로 돌아갈 경우 지방자치라는 명분은 공염불로 돌아가고 공천헌금의 음성화 등 정당공천제 시행 때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지역 국회의원들은 토호 세력을 중심으로 한 돈 선거, 조직 선거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자격 미달의 후보자가 난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당에서도 환영할 일만은 아니게 됐다. 지방정치에서 지역 도당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선거판도에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기초의원들은 전체 조직 핏줄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로 기초의원이 이익을 쫓아 탈당을 감행하면 도당의 기반은 흔들릴 수 밖에 없고 중앙정당 역시 곤경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당에 비해 조직 동원력이 취약한 야당으로선 지방조직이 정당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도당 지도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공천제폐지의 보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종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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