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MBC는 공영방송인가요, 민영방송인가요?” 방송의 역사 수업시간 필자가 학생들에게 던지기 좋아하는 질문이다. 학생들이 쉽게 답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질문에 학생들은 더욱 당혹스러워 한다. KBS처럼 수신료를 내지도 않고, 광고도 하고, ㈜ 문화방송이라고 하니까 민영방송 같은데, 그렇다면 주인은 누구일까요? 

대한민국에서 MBC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MBC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기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MBC는 한국 현대사의 굴절과 굴곡의 산물이지만 아직도 그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채 나아가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를 지역사회가 입고 있다. 지역방송으로서 MBC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19개의 문화방송 주식회사가 있다. 하나는 서울에 있고, 나머지 18개는 지방에 있다. 19개 회사는 각각의 독립된 회사이다. 사장도 19명이고, 서울MBC 직원과 부산MBC 직원과 대구MBC 직원은 각각 다른 회사직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MBC를 하나의 방송으로, 지역MBC는 서울MBC의 지국으로 착각하고 있다.

MBC는 부산에서 신문사를 경영하던 김기태씨가 1959년 개국했고, 부산에서 성공을 힘입어 서울로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났고, MBC는 박정희 정권이 빼앗았다. 이미 국영방송인 KBS가 있던 터라 민영방송 형태로 놔두고 대신 소유권을 차지했다. 여론을 의식해 박정희 개인재산으로 만들지 않고 5-16 장학회(후에 지금의 정수장학회로 개명)의 재산으로 만들었다.

1980년 신군부는 MBC를 아예 KBS의 소유로 만들어 버렸다. 민주화 이후 정부는 MBC를 KBS에서 분리했지만, 돌려줄 주인이 마땅치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방송문화진흥회라는 법적 단체를 만들어 MBC주식 지분 70%를 주었다. 대신 그 책임자는 정부가 임명토록했다. 자연 MBC는 정부의 산하기관이나 다름없고, 그래서 공영방송이라는 소릴 듣는다. 나머지 MBC 주식 30%는 여전히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말한 MBC는 직원 2,128명의 서울의 문화방송이다. 지방의 문화방송은 그 규모 면에서 서울에 비교가 안된다. 지방 MBC 중 가장 규모가 큰 부산MBC와 대구MBC의 직원 수가 각각 135명이다. 가장 규모가 작은 삼척 MBC는 전 직원이 47명에 불과하다. 현재 18개 지역MBC 사장 중, 해당 지역 MBC 출신은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장은 모두 모회사인 서울MBC에서 내려오신 분들이다. 길어야 1-2년 머물다 돌아가지만, 그 지역 방송사 사장으로서 막강한 위세를 휘두른다.

지방MBC는 모두 박정희 정권시절 신설되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실세들이 자기 출신지역에 방송국 설립허가를 받아 운영했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언론통폐합을 단행하면서, 각 지역MBC의 민간소유 주식 대부분을 “헌납”의 형태로 서울MBC에 넘기도록 강요했다. 그 결과 전국 18개 지역MBC의 최대주주는 서울 MBC가 되었고, 민주화 이후에도 그 소유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 사회분야 중에서 방송처럼 지방이 무시되고 소외되는 분야가 없다. 방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모두 서울사람들이고, KBS이사회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도 모두 서울사람들이다. KBS지역국장이나 지역MBC 사장도 거의 모두 서울 사람들이다. 지역시청자들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 독재정권이 만들어 놓은 반민주적 방송구조가 해체되지 못한채 악용되고 있다. 그래서 방송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민주”나 “자치”나 “분권”이나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는 그 지역사람들이 지역방송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퇴임직전 잠깐 들린 외지인이아니라, 그 지역에서 시청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원주민이 지역방송의 책임자가 될 때에야, 대한민국 지역방송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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