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성 재(곡성군의회 부의장)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에서 지난달 21일부터 6박8일간의 일정으로 북유럽 3개국(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을 다녀왔다.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는 섬진강 수질오염 예방과 공동연대를 통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 1997년 12월 하동·남해·광양·순천·구례·곡성·남원·순창·임실·장수·진안 등 11개 시·군 회원기관과 영산강유역환경청·수자원공사 섬진강댐관리단 등 6개 특별기관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번 연수는 북유럽 국가의 수질 관리 정책과 환경행정 기관 업무를 이해하고 수자원관리 행정의 효율성을 벤치마킹하여 섬진강 인근 지자체간의 공동대응 체제 구축과 확대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노르웨이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바이킹, 해적, 스키 등이었다. 그런데 노르웨이가 OECD국가 중 스위스 다음으로 사회복지제도가 잘된 선진복지국가라는 사실과 수돗물을 별도로 끓이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이번 연수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는 맑고 깨끗하면서도 풍부한 물을 자원으로 삼고 있는 나라였다.

우리 일행의 첫 방문지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민들의 식수를 관장하고 있는  상하수도 사업소이다. 이곳은 오슬로 시가 출자한 기관으로 65만명의 시민에게 위생적인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고 폐수관리 및 빗물 관리 등을 위해 515명의 직원들이 유지보수, 건설, 고객서비스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우리 일행은 사위가 한국인 입양아라면서 유독 친절을 베풀어준 아이나 헬게센(Aina Helgesen)씨에게 상하수도사업소 본부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인근에 있는 가장 규모가 큰 Oset정수장을 방문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오슬로에 있는 4개의 정수장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이곳은 오슬로 시민의 85%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곳으로 화강암으로 된 거대한 산의 지하를 파내어 동굴 속에 모든 시설을 갖추어 놓고 1971년도부터 가동시켰다. 오슬로 상하수도사업소는 비상시나 예상치 못한 물 소비 증가에도 충분히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노르웨이 또한 수도 규약 및 표준기준에 적합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돗물의 수질이 항상 일정할 수 있도록 양과 질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더욱 돋보인 점은 수돗물 관리를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상하수도 관리와 관련된 연례보고서, 환경평가보고서, 물 공급과 관련된 기술보고서를 매년 발행 공개하고 있었다. 또한 시민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매년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조사해서 철저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지난 해 조사결과 시민들의 90% 이상이 현재 수돗물을 음용하고 있으며 수돗물 가격을 인상해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응답을 받았다. 사뭇 부럽고 놀라운 조사내용이었다.우리나라 모든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곡성군에서는 매년 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행하고 있는 사업 중에 상수도 노후관 교체사업이 있다. 우리군의 경우는 20년이 경과된 과거 주철관으로 설치해 놓은 상수도관에서 이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에 새로운 고강성 재질(경질폴리염화비닐관)의 플라스틱관(직경 D13mm~D100mm)으로 교체하고 있는데 내구연한이 회사 측의 주장에 의하면 50년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르웨이의 상수도관은 사용연한이 우리군의 배 이상 이었다. 브리핑을 받으면서 현재 오슬로시의 노후 상수도관에 질문을 했는데 현재 50년 이상 된 상수도관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수명이 100년 이상 이라는 설명에 또한 깜작 놀랐다. 역시 물 관리 최고 국가라는 사실이 입증되는 대목이었다. 더욱 놀란 사실은 오슬로시의 과거 상수도관은 참나무통 속에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서 사용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사용 연도가 무려 223(1624~1847)년 이었다. 물 관리에 대한 노르웨이 국민들의 의식을 알 수 있었다.

다음 행선지는 오슬로항구 수변경관조성사업장이었다. 과거 오슬로항구는 18세기 초의 허름하고 낡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항만지역으로 해가 갈수록 쇠퇴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는 세계의 디자인 거장들이 극찬하고 있는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고 고전을 살리며 현대적 감각을 겻들인 신구풍의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신구조화를 이뤄 세계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슬로 시청 관계자에 의하면 처음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디자이너들이 참여했으며 최종사업자 결정은 행정에서 결정한 것이 아닌 참가업체들의 설명회를 통한 오슬로 시민들의 투표로 인해 최종 결정 되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손으로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통역을 맡은 백아영씨는 서울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노르웨이 경제대학에서 에너지?자원?환경 관련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오슬로 항구의 수변 경관조성사업의 성공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없고 파도와 해일이 없다는 천혜의 조건도 있었지만, 해변가에 주택단지와 상업시설, 조형물,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공원과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대형 문화 예술 공간이 들어 설 수 있었던 것은 오슬로시와 시민들의 철저한 준비와 전문가들에 의한 세심한 계획이었다고 한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어느 선진국보다도 근검 성실하고 긴 안목을 지닌 훌륭한 시민들이었다. 세계 원유수출국 4위인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내에 16~18세기 건물들이 현존하고 있는 것 자체만 보더라도 그 나라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무조건 현대적인 미적 감각에 정신이 팔려 무분별한 도시 계획과 근시안적인 개발행위를 일삼는 단순함 보다 옛것을 보존하고 살려서 후대에까지 온전하게 전하려는 품위 있는 국민들, 현존하는 자신들보다 후세들을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그들에게서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것을 배우며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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