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 (전남도의원, 담양1)

인생은 한방이다!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심리일 것이다. 바로 얼마 전 미국에서는 1조9000억이 넘는 인류역사상 최대복권 당첨금으로 온 나라가 복권 열기로 들썩였다. 우리나라 또한 주택복권으로 시작하여 로또복권, 스포츠 토토복권 등 여러 가지 복권제도가 있다.

복권정책은 국민의 조세저항을 줄이면서 편법으로 정부의 예산을 확충할 수 있다는 긍정·부정적인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운영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면을 배가 시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 1윌 13일부터 20일까지 전남도의회에서 스페인과 포르투칼 복지시설과 장애인들 정책에 대한 연수에 필자도 다녀왔다. 두 나라 복지시설 여러 기관과 현장을 직접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그 중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놀라운 기관을 방문했다. 바로 온세(ONCE·스페인 시각장애인연합회)라는 단체였다. 우리 일행을 맞이한 온세 담당자는 복지 선진국들도 온세시스템에 의해 시각장애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선망과 시기심이 생긴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자랑했다. 자세히 들어 보니 그럴 만 했고 우리 사회 현실에서는 기적 같은 일처럼 느껴졌다.

온세시스템의 핵심은 온세복권이다. 온세는 직접 온세복권을 발행·판매하고 수익 처분권도 갖고 판매 직원 전부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보장 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3년 온세복권 판매 직원은 총 1만9804명이다. 이 중 시각장애인은 7751명, 비시각장애인은 1만2053명이다. 온세복권 총판매 수입은 약 3조원이고 온세복권 판매 직원 인건비는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온세시스템의 주요 목적은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재능을 개발시켜 사회 환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온세 당사자와 질의 응답시간에 우리 일행은 점심시간까지 늦추며 궁금했던 내용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첫 째, 어떻게 해서 시각장애인들에게만 복권판매권을 주어 이런 기적적인 시스템이 가능해졌는지 둘 째, 시각장애인이 아닌 다른 장애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물었다. 첫 째 답변으로 온세의 탄생은 역사적 해프닝에 가까웠다.

1938년 스페인 내전이 너무 치열해 상이군경이 너무 많이 생겼다.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 총통은 군부를 달래기 위해 상이군경 생활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마땅한 일자리를 주기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시각장애인협회를 구성하게하고 그 협회에 복권판매권을 주면서 그 수익으로 그들을 돕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온세가 탄생했다. 프랑코 독재시절에 온세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만 그러면서도 복권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1976년 프랑코총통이 물러나고 스페인에서도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온세도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두 번째 시각장애인인 아닌 다른 장애인들과 형평성 문제는 온세가 처음부터 시각장애인 협회로 출발했고 오래 동안 시각장애인들을 위주로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다른 장애인들까지도 포함해서 돕고 있다고 했다. 즉 온세 산하 직원이 총 7만 명가량 되는 데 그 전체직원 중 장애인 65%이며 그 장애인 중 시각장애인 20%을 넘어서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시각장애인이 많다. 이번에 필자도 시각장애인 단체와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시각장애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담양에만 시각장애인이 400명 가까이 되고 전남에만 1만 4천명, 전국적으로는 23만 명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스페인의 온세시스템을 듣는다면 그들에게는 죽고 나서나 가는 천국 같은 시스템으로 생각 되어질 것이다.

스페인에도 온세복권 말고 다른 복권도 있다. 그러나 스페인 국민은 온세복권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 그 이유는 당첨되지 않아도 복권수익금이 장애인을 돕는데 사용되어 결국 행운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스페인 국민은 온세복권을 사행성 게임이라기보다는 기부의 실현으로 인식한다. 바로 이것이 온세복권 시스템의 토대이다.

우리나라 모든 복권정책은 기획재정부에서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복권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도 일부 넘겨 각 지방자치마다 특성 있는 '한국형 온세복권'을 시작한다면 두레, 품앗이등 공동체 의식 역사가 깊은 우리나라 국민도 크게 성원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도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는 장애인들에게 지원만이 최선의 정책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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