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하기 전에는 공천파동으로 한숨을 쉬었는데, 이제는 여론조사 공해로 괴롭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가족들과 짧은 시간이나마 쉬고 있는 사이 전화벨이 울리고 반갑지 않은 음성이 들려온다. TV를 켜고 뉴스를 보면 선거 보도 일색이다. 그러나 고통받고 분노하는 유권자들의 민심을 전달하는 언론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선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후보자들이나 어느 지역구에서 누가 누구와 몇%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보도가 대부분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지만, 유권자는 여론조사 결과로 표시되는 숫자에 불과하다.

선거여론조사는 언론사에겐 독자나 시청자의 관심을 쉽게 유도하는 수단이고, 후보자에겐 선거운동의 필수도구이다. 그러나 유권자에겐 백해무익할뿐만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된다. 왜 여론조사가 후보자에게 필수적인지 보자. 후보자는 우선 지역구 판세를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위 “텃밭”이라고 해서 확고한 정당지지도 덕분에 쉽게 결과가 예측되는 지역에선 여론조사가 필요없다. 그러나 후보자간 경쟁이 치열해서 누구의 당락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지역에선 판세분석을 통한 선거전략이 후보자의 승패를 좌우한다.

후보자들이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하려면, 자신의 지지율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지지율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경쟁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왜 반대 혹은 지지하는지 등도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유권자 중에서 소위 부동층, 즉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찾아내어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어야 한다. 후보자는 여론조사를 통해 이러한 유권자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에게 여론조사는 실질적인 득도 없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나마 순기능이라면  선거결과를 미리 예측해준다는 점인데, 이러한 예측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론조사와 선거결과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지역은 굳이 여론조사를 하지 않아도 누가 당선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지역들이다. 선거 여론조사의 가장 큰 해악은 유권자들을 호도하여 현명한 선택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정작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책에 대해서, 즉 누가 더 적절한 대표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누구의 지지율이 더 높은가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숫자에 대한 편견과 착각 때문이다. 선거는 다수 특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기에 숫자가 매우 중요하긴 하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숫자로 나타나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유권자들에게 숫자는 정확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누가 우세하다 혹은 열세하다는 표현보다는 지지율이 몇% 차이라고 하면, 유권자들은 불확실한 선거상황에서 훨씬 정확한 정보를 입수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선거여론조사는 숫자를 사용하긴 하지만 매우 부정확하다. 첫째 이유는 유권자의 극히 일부, 많아야 500여명 정도의 유권자를 상대로 표본조사 해놓고선 마치 10만-20만명에 달하는 전체 지역 유권자의 민심인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표본오차, 신뢰구간, 오차범위 등 어려운 통계용어를 사용하면서 마치 통계학적으로 정확한 듯한 인상을 풍기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 지역 전체 유권자의 여론과는 거리가 멀다.

극히 일부의 조사대상 표본을 선정하는 방식도 엉터리이다.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아직도 집에 유선전화를 연결해 놓은 예외적인 사람들을 여론조사 표본으로 사용한다. 휴대전화번호는 응답자의 거주지역 확인이 어렵고, 응답거부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은 총체적 부실선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 주권행사를 포기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혁명적 선거개혁을 통해 국민들이 주권자의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 중앙정당 모리배와 뜨내기 선거여론 호도꾼들이 권력을 차지하는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지역유권자들이 청렴하고 유능한 지역인재를 선택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선거혁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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