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전남도의원, 담양)

담양군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문학교육특구로 지정받으면서 지난 4월 22일 담양에서 인문학교육특구 선포식이 열렸다.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며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하는 학문을 말한다.

담양은 조선초기부터 국문으로 쓰여 지는 가사문학의 산실로 유명하다. 담양은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속미인곡 등 수많은 가사작품이 전승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식영정, 환벽당, 소쇄원, 면앙정 등은 호남 정자 문학의 주요 무대다.

이처럼 담양은 많은 인문학적 문화유산을 보존해온 유서 깊은 고장으로 명성이 높다. 이같은 담양의 인문학적 토양이 담양을 전국 최초 인문학교육특구로 지정되게 했다.

요즘 세상은 과학의 시대라고 한다. 과학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디지털 시대가 됐다. 학생들이 쓰는 거의 모든 기기가 디지털화 되어 있고 붓끝 문화가 퇴색해 인문학적 감성을 찾기 힘든 세상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학입시가 전부인 교육제도 하에서 대학입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인문학 과목은 초중고 수업시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에 15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토플러 말처럼 우리나라 교육은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교육,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직업 702가지를 분석, 10년 후 이 중 47%가 없어진다고 발표했다. 그 자리는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이 대신한다. 학생들은 10년 뒤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형편이다. 로봇은 기술을 담당하겠지만 우리 인간이 해야 할 것은 바로 인문학이다. 애플이나 구글 등 과학기술로 세계적 초일류기업이 된 회사들이 이공계열 보다 인문계열의 학생들을 더 많이 뽑는다는 것은 의외이고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그 기업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미래는 기술보다 인문학적 요소가 기업의 성패를 더 좌우할 것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근래에 와서 우리나라 대기업 특히 삼성에서도 이공계 위주의 신입사원 선발에서 벗어나 인문계열도 많이 뽑는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들도 그러 할 것이다. 아무리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전자미디어가 지배한다 해도 인간의 본질과 관련된 인문학적 감성이 없다면 그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나라 기업들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런데도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과정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에만 머물러 있다. 단지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위하여 별 필요 없는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고 있다. 전공자 아니면 우리 사회에서 전혀 쓰지도 않을 그런 공부를 ‘앨빈 토플러’ 말처럼 과외까지 시켜가면서 하루 15시간씩 아이들을 혹사 시키고 있다.

현재 세계적 추세도 인문학적 분위기로 가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들도 인문학적 인재를 중요시 여기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교육제도만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현재 추세를 전혀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우리나라 초중고 과목 중 국영수를 절반 이상 줄이고 그 시간을 인문학이나 예체능으로 채워야 한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다. 의술도 인문학이 기본이 되어야 히포크라테스가 말하는 인술이 된다.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후에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가 현실화 될까 봐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워하는 말들이 많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알파고에게도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면 된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을 알파고에 심어주면 된다. 기계공학에도 인문학이 기본이 되면 기계도 좋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양군이 전국최초로 인문학교육특구에 지정되고 그 선포식까지 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담양을 시작으로 성적위주의 줄 세우기식 참혹한 교육제도가 바뀌어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넘치는 상상력과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인문학 교육이 활짝 열리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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