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 대행 ‘고민’

쌀값 폭락에 따른 정부의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 사태에 농협이 곤란을 겪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농협에서 환수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농민들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데다 환수 거부 등을 외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곤혹스러운 처지다.

담양의 경우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으로 2500여 농민들에게 101억5371만원을 지급했던 우선지급금중 1억9402만이 환수 대상이고 곡성군도 2664농가에게 지급한 99억3193만원 중 1억8992만원이 환수 될 전망이다.

이미 지급한 우선지급금은 지난해 8월 1등급(40㎏) 기준으로 산지 쌀값의 93% 수준인 4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쌀값이 폭락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실제 매입가격은 우선지급금보다 낮은 4만4140원으로 확정됐다.

때문에 포대당 860원의 차액이 발생했고 농민들은 이미 받은 우선지급금 가운데 이 차액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선지급금이 산지 쌀값 93% 수준으로 결정될 당시 추가 지급을 기대했던 농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돌려받지 못하면 앞으로 잘못된 선례가 매년 되풀이돼 국고가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달부터 농협을 통해 환수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가소득 감소 대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환수에만 급급하다며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거부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정치권도 우선 지급금 차액을 농가로부터 환수하면 큰 논란이 야기될 수 있어 환수 대신 정부가 결손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소득 감소에 시름하는 농민의 동요를 고려해 우선 지급금 책정 방식을 바꾸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환수액을 앞으로 농민이 받게 될 직불금에서 상계하자는 것이다.

이에 전남도는 농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변동직불금 등을 지급할 때 환수액만큼 상계처리하는 내용으로 농민의 위임을 받는 등 대책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농가별 반환 금액을 확정해 농협을 통해 환수에 나설 예정이지만 농민단체 등이 강력한 환수 거부 투쟁을 예고해 심각한 갈등이 우려된다.

농민회를 비롯 한농연 관계자는 “밥쌀 수입 등 정부의 양곡 정책 실패로 빚어진 결과인데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강력한 환수 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농협은 지난 가을 우선지급금을 대신 지급한 것처럼 환수 절차 역시 사업대행을 맡았다.

돈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농협이 환수 금액을 대신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다 적극적으로 환수에 나서자니 반발이 거셀 것이 뻔해 고민이 커지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이 농협이다. 뻔히 아는 사이에 돈을 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며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이 환수금액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농협은 정부의 사업을 대행한 것뿐이고 빠듯한 재정 여건상 환수 금액을 떠안기는 어렵다. 정부의 대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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