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용/ 사회복지학박사/ 전남도립대 겸임교수

 

2017년 6월 15일,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에 담양읍 중앙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담양군 관내 2,700여 개인과 단체가 8,200만원을 후원했으며, 일본 대사관 앞에 건립된 김서경. 김운성 조각가의 의자 소녀상이 대나무를 배경으로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담양평화의소녀상 추진위원회 상임대표인 손순용 전남도립대 겸임교수의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순서)

1. 담양의 소녀상 건립과정

2. 일본군 위안부 곽예남 할머니(94세)의 삶

3.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평화의 소녀상

 
 

2. 곽예남 할머니(94세)의 삶
예남아, 이젠 집에 가자!

현존하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는 38분으로, 모진 삶 끝에 이제 모든 국민의 사랑과 위로를 받으며 살고 계십니다. 이분들은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 민족의 아픔입니다. 광주·전남에서는 유일하게 곽예남(94세) 할머니가 생존해 계시는데, 그 분의 삶을 글로 다 정리하기에는 아픔이 너무 큽니다.

곽 할머니는 1925년 전남 담양의 대덕면에서 태어났으며, 꿈 많은 시절인 16살에 가족도 모르는 사이 일본군에게 납치를 당하여 만주로 끌려갔습니다. 이후 일본군에 의해 모진 고통을 받고서 결국 중국의 광저우와 상해 인근지역에서 무국적으로 60년 넘게 홀로 지내셨습니다. 곽 할머니는 중국 내 강소방송국을 찾아가 한국내 가족을 찾아 달라고 하셨고, 거주하였던 곳이 광주라고 하였는데, 중국 방송국에서는 한국의 광주가 아닌 중국내 광조우(광주)로 보내 주었다고 합니다.

마침 MBC 프로그램인 ‘느낌표’의 제작진의 도움으로 귀향 60주년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드디어 2004년 4월 1일 가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기억에서는 담양군을 예전 지명인 대명으로 알고 계셨고, 곽예남 성함도 중국 통역을 거치다 보니 박여남 또는 박영남으로 불리우다보니 더욱 찾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확실히 알고 계신 지명은 안양골이었고, 그리고 혹시 발음상의 문제점을 찾다보니 곽예남 할머니로 밝혀져 귀국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해방이 되면서 살아 계셨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이미 고향에서는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순간 가문의 수치라고 하여 사망신고를 하거나 호적에서 정리해 버려 가족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곽 할머니의 가정에서는 사망신고가 아닌 실종신고를 하여 지금까지 주민등본상에 근거가 있었고, 중국에서도 북한의 조선족 국적이 아닌 무국적자로 되어 있어 우여곡절 끝에 기적적으로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90세가 넘어 치매기가 있으신 할머니는 지금도 종종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는다고 합니다. “집에 가야하는데...”, “어머니는 밭에 가시고 아버지는 논에 가시고 나는 집을 본다.”고 하시는 등 할머니의 마지막 기억은 16세 소녀의 기억이라고 합니다.

곽 할머니는 중국에서 발병한 피부세포암을 2014년 10월 제거 수술을 했으며, 두 달 후 12월에 폐암 4기로 진단 결과가 나와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나, 지금은 그래도 건강한 편입니다. 이러한 건강을 되찾기까지는 이종 조카인 이관로 선생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관로 선생의 어머니는 생전에 본인의 동생을 찾는 것이 소원이었고, 돌아가시면서도 아들에게 이모를 부탁 하셨기에 끝까지 곽 할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이종조카인 이관로 선생은 무등일보 창간사원이었고, 언론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중국을 여러 번 오가면서 곽예남 할머니를 찾게 되었고, 할머니의 전기를 쓰기 위해서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합니다.

곽 할머니는 건강 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계시면 더 많은 의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살아도 집에서 살고, 죽어도 집에서 죽고 싶다고 하시기 때문에, 지금은 대덕면 용대리 산골짜기에 이관로 선생이 직접 지은 비닐하우스 속 컨테이너 속에서 함께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건강이 하락하기 때문에 좀 더 쾌적한 노후 삶을 위해, 이관로 선생은 지금 집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건강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시 긴장 속에 있으며,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군민의 경제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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