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석(발행인)

 

최근 들어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로 환경미화원들이 숨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근무여건 개선 등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남구 양과동 위생매립장에서 환경미화원 A씨가 청소차 적재함의 압축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같은 달 16일에는 광주 남구 노대동 도로에서 환경미화원 B씨가 후진하던 청소차에 치어 숨졌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운암고가 밑 2차선 도로에서 청소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 C씨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우리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고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담양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자동차 전용도로가 많고 이에 따른 교통사고도 빈번한 곳이다. 가끔씩 차를 타고 지나면서 눈에 비치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은 ‘아찔’ 그 자체다. 씽씽 달리는 차들을 피해 갓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는 모습을 보면서 위험을 느낄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도시에서는 도로청소용 차량을 이용해 도로 청소를 하는데 시골에는 도로청소용 차량이 없다보니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조차 곡예를 방불케 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흡사 목숨을 담보로 안전고리도 없이 공중곡예를 펼치는 서커스 단원처럼 위험천만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위험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아차하면 발생할 피해도 고스란히 미화원의 몫이다.

쓰레기종량제 실시와 더불어 환경미화원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행정에서는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겨있지 않은 쓰레기는 일체 수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또한 불법 투기된 쓰레기에 대해서는 투기자를 추적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환경미화원들에게도 쓰레기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불법쓰레기에 대해서는 일체 수거하지 말 것을 강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화원들은 쓰레기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불법쓰레기는 수거하지 않고 대신 ‘과태료부과대상’이란 스티커를 붙여 그 자리에 놔둔다. 이같은 현상은 읍 도심지역보다 변두리 지역이나 면단위 시골마을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주민들이다. 이같은 현상을 보고 오히려 미화원들에게 왜 쓰레기를 치우지 않느냐고 항의하기 일쑤라니 정말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법이 정한대로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내놓으면 될 것을 몰래 쓰레기를 버리면서 오히려 큰소리라니...

그러나 정작 이런 상황에서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은 오히려 미화원이다. 미화원들에게 불법쓰레기를 치우라고 성화를 해대는 사람들이 대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말대꾸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샌드위치로 전락해버린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할 뿐이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깨끗하고 쾌적한 도로, 출근길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모든 것이 바로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묵묵히 일해 온 환경미화원들의 피와 땀 덕분일진데 그들에게 격려와 위로는커녕 불평과 항의를 해서야 될 일인가? 만약 내 아들이, 내 가족이 이렇듯 위험을 무릅쓰고 수고하고 있어도 그들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얼마 후면 크리스마스다. 예수님의 사랑을 온 누리에 전하는 날이다. 차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 공공을 위해 애쓰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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