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발행인)

“좋은 신문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슬로건과 함께 지난 2008년 창간한 담양곡성타임스가 어느새 10돌을 맞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언론은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요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요 갈 길을 안내하는 목탁이라고 합니다. 등불이 빛을 잃고 소금이 짠 맛을 잃고 목탁의 낭랑한 소리가 둔탁해진다면, 태양이 빛을 잃듯이 우리사회는 정의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언론의 책무는 누가 뭐래도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론인에게는 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됩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도덕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흠결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언론의 공명성도 부각되는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일부 몰지각한 언론인들이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권력과 금력의 노예가 되어 지역사회에 많은 해악을 끼치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정직한 언론인들은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의 알 권리를 지키고 언론인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온갖 탄압과 박해를 꿋꿋이 견디어 왔습니다.

창간 10돌을 맞는 시점에서 본지는 이같은 정직한 선배 언론인들의 의지와 기백을 이어받아 담양 곡성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언론으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시금 다짐하면서 본지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이 시는 송강 정철, 노계 박인로, 고산 윤선도와 더불어 조선 4대 문장가로 꼽히는 상촌 신흠의 시로, 퇴계 이황 선생도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을 만큼 조선 후기 사림에서 유명한 시입니다.

신흠은 선조로부터 영창대군의 보필을 부탁받은 '유교칠신(儒敎七臣)'의 한 사람으로 광해군이 등극하자 파직되어 유배되었다가 인조반정 후 이조판서, 대제학을 거쳐 영의정까지 지냈습니다.

그는 장남이 선조의 셋째 딸 정숙옹주와 결혼할 때 주위에서 좁고 누추한 집을 수선할 것을 권했지만 집이 훌륭하지 못해도 예(禮)를 행하기에 충분하다며 끝내 기둥 하나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청렴한 선비였습니다.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면서도 항상 거문고의 가락을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安樂)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 구절은 가난을 결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청빈 속에서 살아가는 깐깐한 선비의 기개와, 의리를 자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올곧은 선비의 지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달은 천 번을 이지러지더라도 그 본래의 성질이 결코 변하지 않으며,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이더라도 또 새로운 가지가 올라온다.'는 구절에서는 자기의 신념에 어긋날 때면 백 번을 고쳐 죽더라도 부정과 불의에 끝까지 저항하는 선비의 충절을 느끼게 됩니다.

'선비정신'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권력 앞에서도, 돈의 유혹에도 절대 무릎 꿇지 않으며, 대의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초개처럼 버릴 줄 알고, 하늘이 준 인간의 본성을 갈고 닦으며 삶의 현장에서 정의와 공정,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며,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반성하고, 남을 강제로 이끌기보다 자신의 허물을 바로 잡으면서 저절로 따라오게 하는 그런 정신이 바로 선비정신이 아닐까요? 비록 우리가 권력과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살고는 있지만 이러한 선비정신이야말로 언론인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애독자 여러분, 그리고 담양 곡성군민 여러분!

본지 임직원 모두는 이러한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담양곡성타임스를 반듯한 신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겉보기에 화려한 신문보다는 주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정책을 감시하고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소식을 담는 소박한 동네신문으로 만들겠습니다.

정론직필과 대의명분을 앞세우는 언론으로, 언제나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건강하고 살아있는 언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지역의 세세한 소식과 현안을 충실하게 보도하면서 지역신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의 발전을 위한 제언은 물론 지역사회 곳곳의 밝고 명랑한 기사를 발굴, 보도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농촌문제와 노인문제에 보다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항상 지역민에게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명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지역의 어둡고 소외된 곳을 밝히는 빛으로, 부패를 막는 소금으로, 그리고 온갖 해악을 끼치는 지역의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로서의 소임을 다 하겠습니다.

아울러 강직한 기자정신으로 독자의 타는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언론이 되겠습니다. 기자의 펜은 사회정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언론의 본분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있습니다. 따라서 오만한 권력, 독선적인 권력, 부도덕한 권력은 필연적으로 기자의 펜과 맞부딪치게 되어 있습니다.

記者는 보도자료를 배달하는 택배기사가 아니고 광고수주 사원도 아닙니다. 공적저널리즘의 커뮤니터입니다. 그래서 비록 배는 고프지만 기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터벅터벅 그 길을 가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언론사는 언론이 사회의 공기(公器)임을 망각하고 사주들의 사업을 위한 방패로 이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욕심과 잇속을 채우는데 전가의 보도처럼 무기로 활용하는 등 사이비언론의 행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실은 정론직필을 지향하는 정직한 언론인들로 하여금 크나큰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단코 자본의 논리가 언론의 사명이나 기자의 정열보다 앞서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 그리고 담양 곡성군민 여러분!

오늘 창간 10주년을 맞는 담양곡성타임스는 앞으로도 늘 독자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하고 충실히 반영하는 신문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좋은 신문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본지 슬로건처럼 좋은 신문을 통한 좋은 세상 만들기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모쪼록 본지 창간 10주년을 함께 축하해주시고 본지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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