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 노(前 담양군자치혁신국장)

조선시대 주요 간선도로는 6개가 있었는데 의주로와 경흥로, 평해로, 동래로, 해남로, 강화로이다. 이중 해남로는 ‘호남로’라 불렸는데 서울인 한성과 수원-공주-삼례-나주-해남을 잇는 도로다. 이 시대 도로의 특징은 한성과 지방을 직결하는 혈맥으로 봉건주의사회 특성상 모든 경제·문화적 가치가 서울로 향해 있다. 지역 간 교류는 군사적 필요 외에는 제한되고 있어 마치 민간에서는 지도를 가지고 있을 수 없었던 이유와 같다.

그런데 이런 봉건시대의 흔적이 아직도 ‘비용편익분석’이라는 모습으로 이름만 바꾼 채 시대적 가치와 요구를 외면하고 있어 좌시할 수 없다.

‘호남로’의 특징은 해남에서뿐만 아니라 경상도 진주와 고성 방향에서도 많이 이용해 함양을 거쳐 남원을 지나 삼례로 갈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경로가 있었으니 광양과 순천, 여수 방향에서는 지리산을 돌 필요 없이 곧바로 담양군 용면 비호재를 거쳐 한양을 향할 수 있었다.

수많은 유생들이 과거급제를 희망하며 한양을 향할 때 비호재에서 바라본 추월산 상봉이 마치 닭벼슬과 비슷하고 또 벼슬을 구하러 간다는 의미에서 비호재를 ‘벼슬재’라고도 불렀다. 현재 이 길은 대덕-주암-순천을 잇는 호남고속도로의 연원이 됐다. 교통요충지였던 담양은 과거에도 타 지역에 비해 부(府)로 승격돼 있어 과거는 물론 현재도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지역이다.

도로는 모두 역사적 연원을 두고 있으나 이를 획기적으로 깨친 노선이 바로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다. 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던 광대고속도로는 이제 새로운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변혁의 상징으로 광주에는 2.28대구민주운동을 기념한 228번 시내버스가, 대구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한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코로나 치료병상이 모자랄 때 광주가 가장 먼저 나서 대구 지역 환자를 유치해 치료하게 하는 등 영호남 상생의 움직임은 땅 속의 마그마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권영진 대구시장 등이 모여 ‘2038년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계획을 발표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영호남 교류의 범위와 심도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달빛내륙철도’는 오히려 불투명해지고 있으니 시대적 역행이라 비판한다. 정부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공청회에서 거론조차하지 않았다. 비용대비편익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대통령 공약이었던 점에도 불구하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신임 김부겸 총리가 자신의 청문회에서 달빛내륙철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도권에 집중된 개발을 경제거점차원에서 다각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이미 대구와 광주시장으로부터 달빛내륙철도 건설 건의문을 받아들인 상태다.

달빛내륙철도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지만 그중 경제적 효과가 가장 클 곳으로 담양이 손꼽힌다는 점에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필자가 담양군에 재직하던 당시 2년여 동안 대나무축제기간 죽녹원을 방문한 지역별 관광객을 분석해 보았을 때 전체 죽녹원 입장객의 40퍼센트 정도가 영남권 관광객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현재도 관광방문객 분포를 보면 경상도지역 관광버스가 가장 많으며 주로 죽녹원-메타랜드-강천산을 들르는 하루 코스가 지배적이다.

이제 달빛내륙철도가 건설되면 담양이 염원하는 체류형 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며 광주 철도망의 난제인 광주역 개발의 어려움을 대입해 볼 때 철도 역사나 기지창 등 많은 주요 인프라가 담양에 건설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수도권 중심의 발전 방향이 이제부터라도 개혁되고 지역감정을 타파하기 위해선 경제적 관점에 매몰돼선 안 된다. 호남고속철도는 달빛내륙철도 비용편익분석보다 훨씬 낮았으나 현재 예상이용률의 서너 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큰 시사점이 있다. 특히 “수요가 있는 곳에 개발이 있는 것이 아닌 개발이 있으면 수요가 성장 한다”는 발전된 경제 분석을 정부에 건의한다.

동시에 191km 철도선상에 있는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를 비롯한 6개 광역자치단체와 담양과 순창, 남원, 장수, 함양, 거창, 합천, 고령 등 8개의 경유 지자체가 즉시 고차원의 공동노력과 실천적 의미가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담양군민의 뜨거운 관심 또한 절실한 때임을 청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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