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상 준(담양군선관위 주무관)

학창시절 문제집을 푼 뒤 그것을 채점하고 오답을 정정한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빨간색 펜으로 말이다. 비단 문제집 뿐 아니라 논설이나 기사 등 글들을 첨삭할 때도 역시 빨간색 펜이 사용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빨간색은 잘못된 것을 표시하고 이를 바로잡는 데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 빨간색이 우리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 선거 때마다 각 투표소의 기표소 내에 비치된 빨간 기표용구가 바로 그것이다. 기표용구로 투표용지에 기재된 후보자의 이름 옆에 빨간색으로 기표를 함으로써 자신이 뽑고자 하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바로잡고 수정하는데 쓰이는 빨간색이 선거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사용된다는 점은 선거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민주사회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국가에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여러 정당 중 하나에 가입하여 정당 내에서 정치활동을 통해 국가에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거나 정당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뜻이 같은 시민단체에 속해 어떤 안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국가기구 정치활동을 감시하고 제재를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직접적이면서 쉬운 방법이 바로 선거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국민의 대표자라 부른다. 전문성을 갖춘 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대표가 국회에 모여 의사 결정을 하도록 일임하고, 의사 결정에 주권자인 국민이 따르는 형태가 오늘날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를 대의 민주주의라고 한다. 이는 국가의 대소사의 결정에 모든 국민들이 참여할 시 그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고려하여 채택한 제도이다. 대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에 비해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은 더 떨어지지만 대표자로 뽑힌 이들이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자 국민들에게 직접 자신의 손으로 대표자를 뽑을 수 있는 힘을 쥐어준 것이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유력하고 직접적인 수단이다. 이런 이유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국민은 후보자들 중 자신들의 의견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대표를 선택할 수 있고, 대표자 역시 국민의 뜻을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그것이 선거의 힘이다.

다가오는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렇게 우리나라의 대표와 우리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두개의 선거가 치러진다. 우리나라와 우리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인 나, 국민의 나를 생각해 보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라는 변명 대신 우리 자손들의 미래를 위해 단순히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아닌 우리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그런 선거가 되길 바란다.[기고문에서 표현된 색깔은 특정 정당과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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