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前 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

왕조시대 주권은 왕에게 있었다. 왕이 나라 주인이었다. 백성들 또한 왕 소유권 중 하나로 모든 백성을 자식으로 생각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왕은 당연히 애민[愛民] 군주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역사상 우리나라 왕들 중 '애민정책' 을 제대로 실행한 왕은 거의 없었다.

영조, 정조를 꼽기도 하지만  '세종의 애민정책' 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주권재민(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의 민주공화국이 된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도 '세종의 애민정책' 예를 찾아 보기 힘들다. 세계 역사 속에서도 드물다. '세종의 애민정책' 은 요즘도 보기드문 생명존중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공공선이 핵심이었다. 그런 '세종의 애민정책'을 살펴보자.

'임금의 직책은 하늘을 대신해 만물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노비는 비록 천민이지만, (이들 또한) 하늘이 낳은 백성이다.' -세종실록 1427년(세종 9) 8월 29일.

세종은 노비, 노인, 여성, 아이 등 사회적 약자를 정책에 최우선으로 두었다. 또한 이들 삶의 질 향상은 임금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로 생각했다. 세종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도 파격적인 '노비 출산휴가정책' 을 실시한다. '여종이 아이를 낳으면 노비 남편에게도 30일의 휴가를 주어라.' -세종실록 1434년(세종 16) 4월 26일. 또한 산모 혼자 있으면 그 산모를 누가 돌보겠느냐며 산모 남편도 30일간 각종 부역을 면제하여 돌보게 하였다. 이 놀라운 정책은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대한민국에서도 아주 최근에 와서야 생긴 정책이다.

세종의 노인 공경 정책도 본 받을 만 하다. '나이 많은 사람을 존경해야 효도에 대한 풍속이 두터워진다.' -세종실록 1435년(세종 17) 6월 21일. 세종은 90세가 된 천인에게 쌀 2석(약 288kg) 하사, 80세 이상 노인은 신분과 관계없이 양로연 참석을 가능하게 했다.

세종은 여성 건강문제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 예로 세종은 의녀제도 확장을 지시한다. '지역별로 여성관리를 선발해 제생원(의료기관)에서 가르친 후, 부녀자를 치료하게 하라.' -세종실록 1423년(세종 5) 12월 4일.

세종은 버려진 아이돌보기에도 나선다. '아이들에게는 겨울철에 먹을 것을 넉넉히 주고, 제생원에서 항상 관찰하게 하라.' -세종실록 1435년(세종 17) 6월 22일. 세종은 버려진 아이들 입양을 자유로이 허락하고 아이 버린 자를 찾아 고발하면 포상하게 했다.

세종은 장애인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관현악기를 다루는 시각장애인 중 천인인 자는 재주를 시험하여 채용하라.' -세종실록 1434년(세종 16) 11월 24일. 이처럼 세종은 장애인을 위한 전문직업까지 창출하여 일시적이 아닌 원천적으로 장애인 복지정책을 실행했다. 시각장애인 단체에는 노비와 쌀을 적극 지원토록 했다.

세종의 애민의 세심함은 결혼지원정책에서도 보인다. '가난하여 시기를 놓쳐 혼인하지 못한 사람은, 친족에게 함께 결혼에 대한 준비를 하게 하고 곤궁함이 더욱 심한 자에게는 관청에서 곡식을 주도록 하라.' -세종실록 1435년(세종 17) 9월 29일. 결혼을 못하는 청년들이 넘쳐나고 있는 이 시대에 현 정치위정자들은 세종의 이런 세심함을 배워야 할 것이다.

세종의 애민은 범죄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형에 해당하는 죄는 세 차례에 걸쳐 정확히 조사해 아뢰게 하여라. 이는 사람 목숨을 소중히 여겨, 혹시 잘못된 것이 있을까 염려하는 까닭이다.' -세종실록 1421년(세종 3) 12월 22일.

세종은 지금봐도 놀라운 정책인 국민투표까지 실시한다. 세종은 토지법 제정을 앞두고는 전국적으로 관리를 파견하여 약 5개월에 걸친 국민투표로 민심을 파악했다. '세종의 애민정책' 의 결정판은 '훈민정음창제'이다. 신하들 거친 반대로 한글은 거의 세종 혼자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훈민정음 반포문에도 세종의 애민정신이 뚜렷이 남아있다.

이처럼 세종은 1419년 ~ 1450년 제위 32년 동안 세종이 꿈꿔온 목표는 생생지락 즉 모든 백성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정말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애민군주 참모습을 세종이 보여주었다.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 시대인 요즘 대통령들에게도 찾아보기 힘든 애민정책이 있었다.

오백년 전 세종처럼 오늘 날 우리 정치권 위정자들이 세종처럼 사회적 약자들 삶을 '십 분의 일' 애민정책을 실시한다면 우리 국민들 삶이 훨씬 더 윤택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본다. 주권재민 민주주의 시대 선출직으로 나서는 모든 이들이 세종 애민정책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며 나서는 것일까? 아님 오로지 권력에 대한 집착일까? 나는 또 어떠한가? (외부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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