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격리의무 근본 대책 마련 목청 높여

풍년가가 가득해야 할 농촌 들녘에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45년 만의 유례없는 쌀값 폭락이라는 현실 앞에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다.

물가는 치솟는데 유독 쌀값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현실을 원망하며 농민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를 향해 “폭락하는 쌀값 대책을 마련하라”며 성난 농심(農心)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전남을 비롯한 쌀 주산지 8개 도 대표 도지사들도 지난 15일 국회 앞에서 쌀값 안정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농민들에게 쌀값 폭락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더불어민주당은 쌀 시장 격리 의무화를 담은 ‘양곡관리법’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있다.

쌀값 하락으로 벼랑 끝에 선 농민들의 현실과 근본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농심(農心)은 ‘숯덩이’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20kg에 4만725원으로 전년 동기(5만4228원) 대비 24.9% 하락했다.

이 같은 쌀값 하락률은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놓은 지난 1977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짜리 산지 쌀값이 8월 15일 4만2522원에서 9월 5일 4만1185원, 9월 15일에는 4만725원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산지에 오면 실감이 날 정도로 피부에 와닿는다.

농민단체와 농민들은 “45년 만에 벌어진 사상 초유의 쌀값 폭락 사태라는 현실 앞에 놓여 있다. 밥 한 공기 쌀값 300원을 보장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정책이 마련돼야 농민들은 그나마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생산비가 보장되는 제도를 마련하고 식량주권과 쌀 산업을 무너뜨리는 수입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는 것이 요구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2021년 벼 생산량이 평년에 비해 27만t 초과 생산됐다는 이유로 쌀값 하락이 시작됐는데도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명시된 자동시장격리를 발동하지 않았고 이에 쌀값이 최대 폭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성토했다.

문제는 아직도 산지에 재고가 수북이 쌓여 있다는 점이다.

올해 산 햅쌀이 전국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2021년산 재고 상황은 심각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쌀 재고를 해결한다며 올 들어 지난 2월 14만4천t, 5월 12만6천t, 7월 10만t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37만t을 격리했지만 쌀값은 세 차례 격리 직후 되레 더 떨어졌다.

결국 국민의힘과 정부는  급락세를 보이는 쌀값 안정을 위해 45만t의 쌀을 시장 격리 조치하기로 한데 이어 격리 의무화보다는 전략 작물 직불제를 내년부터 신규로 도입·추진해 가루 쌀·밀·콩과 조사료의 재배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성난 농심은 잔존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각종 물가는 치솟고 있는데 쌀값을 물가관리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팽배해지고 있다.

*‘양곡관리법’놓고 여야 대치  

쌀 농가들이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시장격리 도입은 야당과 정부ㆍ여당 간 입장차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은 쌀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강행, 여당은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법안소위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심사를 통해 시장격리 요건 충족 시 미곡 시장격리 의무화, 논 타작물재배 농민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근거를 담은 대안을 의결했다. 양곡관리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야의 대치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래 전부터 ‘쌀값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반복되는 쌀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시장격리제 도입과 쌀 의무수입물량 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주당은 당장 올 수확기 쌀값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재고 쌀과 햇벼 초과 생산량에 대해 충분한 물량의 시장격리를 조속히 확정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생산조정 예산 1500억원을 세우고 예측 시스템을 고도화해 만성적인 생산과잉 문제를 바로잡을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개정안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면서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야 합의 없는 양곡관리법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고 소위원장 사퇴와 양곡관리법 무효를 주장하는 등 농민들의 슬픈 농심을 누가 어루만져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가 돌려받은 안건을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법률로서 확정된다.

산술적으로 200석이 찬성해야 하는데 169석인 민주당의 단독통과가 어려워지는셈이다. 범야권(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은 총177명이고 무소속중 민주당에서 제명당했거나 탕당한 김홍걸 민형배 윤미향 양정숙 박완주의원까지합하면 182명에 불과하다.

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야가 논의를 시작했지만 남 탓을 하는 정치공방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것이 대다수 농민들의 주장이다.

*쌀 가격 안정 근본대책 필요  

쌀 재고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다 올해 생산도 풍년이 예고돼 향후 벼 매입을 둘러싸고 대혼란이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당정은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수확기에 역대 최대 물량인 총 45만t 규모의 쌀 시장 격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지만 농민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 농협 창고에는 여전히 구곡이 가득 쌓여 있어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장격리를 발표했지만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쌀 수요 감소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다 쌀 수급 불안은 올 수확기를 넘어 갈수록 심화해 내년에는 더 큰 충격이 다가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농민들은 재고미를 전량 매입하고 구조적 생산과잉을 막기 위해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재개는 물론 생산량이 수요량을 일정 수준 이상 웃돌 경우 정부가 자동으로 시장에서 사들여 격리하는 ‘쌀 자동시장 격리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정부는 농·축산물 가격보장을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고사하고 밥상물가를 핑계로 농·축산물 수입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수확기를 앞둔 상황에서 쌀값 등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며 “변동형 직불제 취지를 살리는 양곡법 개정 및 충분한 농업예산확보, 유통과정 개선, 기후변화 대응 농업 등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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