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석(발행인)

요즘 우리 사회는 목전의 이익에만 급급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헐뜯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정치인도 그렇고 사업가도 그렇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는 상대 헐뜯기 풍조는 위험수위를 넘어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조금의 인내심도 없이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자기의 주장만 관철시키려 드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실상입니다.

지난해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미 의회에서 내뱉은 비속어 보도와 관련해 공영방송인 MBC를 상대로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며 고소한 사건을 필두로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병원을 방문해 찍은 사진을 놓고 연출사진이라고 평한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 국정감사장에서 청담동 술집 사건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국회의원에게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한동훈 법무장관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서로 간에 해결을 위한 온갖 노력을 다 한 뒤에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최후 수단으로 등장한 단어가 바로 ‘법대로’였는데 모든 절차 노력 다 없애고 곧바로 ‘법대로’를 주장하는 것이 작금의 세태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사람들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단어가 '빨리빨리'라고 합니다. 빠른 것이 최고로 인정받는 현대사회에서 '빨리빨리'는 시대조류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했듯이 오히려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자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교훈도 있습니다.

이웃나라 중국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오랜 역사만큼 또한 훌륭한 위인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중에서 위나라, 촉나라, 오나라의 삼국시대를 다룬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제갈공명에게서 기다림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입니다. 유비는 학식과 지략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제갈공명과 함께하기 위해 장비와 관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차례나 공명의 초가집을 방문했습니다. 결국 유비의 부하가 된 공명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1백만 대군을 무찌르는 쾌거를 올리면서 삼국지의 한 획을 긋게 됩니다. 

또 하나의 고사성어는 칠종칠금(七縱七擒)입니다. 유비는 병세가 악화되자 공명을 불러 유언을 남겼습니다. 철천지원수 위나라를 쳐서 중원을 회복할 것과 아들 유선을 잘 보필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유비가 죽자 공명은 유선을 극진히 보필했습니다. 그때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는데, 가장 큰 골칫거리는 서남방에서 내란을 일으킨 맹획이라는 장수였습니다. 공명은 이간책을 사용해 맹획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를 죽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 공명은 맹획을 풀어줍니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온 맹획은 전열을 재정비해 또 다시 반란을 일으킵니다. 물론 공명은 자신의 지략을 이용해 맹획을 다시 사로잡지만 그때마다 풀어줍니다. 이렇게 사로잡았다 풀어주기를 일곱번, 마침내 맹획은 공명에게 심복이 되기를 자청합니다. 여러모로 여건이 열악했던 촉나라가 중원을 삼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참을성과 함께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유비와 공명의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립니다. 토끼는 영민함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새해에는 영민하고 지혜로운 검은 토끼의 힘을 받아 국민 모두가 지난해에 쌓였던 갈등과 앙금을 훌훌 털어버리고 이해와 양보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과 지역 발전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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