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원(전라남도의회 의원)

渴而穿井(갈이천정),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뜻으로 '안자춘추(晏子春秋)'의 '내편잡상(內編雜上)'에 나오는 말이다.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지나간 뒤에는 아무리 서둘러 봐도 소용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현재 전남도는 인구 유출과 지방 대학 위기의 돌파구를 찾고자 다양한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열악한 전남의 상황에서 두 가지 중대한 위기를 막을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교육부장관의 광주전남 방문과 함께 논의된 정책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일 광주를 찾아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 지원을 위한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 등 정책 현안을 논의했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지역 산업과 연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 혁신과 대학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혁신 의지가 있는 30개 대학을 선정해 학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으로 지역대학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과 대학의 연계를 강화해 지방대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는 2025년부터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에 대한 집행 권한을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이관해 인구절벽과 지역소멸 위기를 지자체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함께 대학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라이즈 시범지역에 선정된 전남도는 ‘라이즈’ 체계 구축과 ‘글로컬대학30’ 사업 지원을 위해 지역 대학과 함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교육부가 추진 중인 정책 방향에 맞춰 공동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라이즈 사업과 글로컬대학 사업은 대한민국 교육이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동안 대학 육성은 교육부의 평가와 지원을 통해 이뤄졌는데, 라이즈 사업이 실시됨으로써 대학의 주도권, 중심권, 평가, 관리권이 지자체에게 이양되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데 철저한 준비가 우선이다. 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함께한다면 예상보다 빠르고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라이즈 사업과 글로컬대학사업의 성공으로 ‘전남 학생들이 전남의 대학에 진학하고 또 전라남도의 발전을 위해서 우수한 인재로 지역에 이바지하는 선순환구조 구축’이라는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할까?

먼저, 국가의 관심과 지원은 지속되어야 한다. 자율성을 준다는 것이 방관이 될 우려가 있다. 국가는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중심축이 되어 고등교육 발전의 큰 틀을 가지고 지방정부가 사업을 포퓰리즘에 이용하지 않도록 감시해야한다. 나아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20여 개의 전남 도내 대학의 꾸준한 의견수렴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둘째, KENTECT(한국에너지공대)를 중심으로 미래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 기업, 국책연구소의 참여를 이끌어 내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기반 마련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인근에 위치한 GIST(광주과학기술원)은 AI에, 전남대는 바이오 헬스 및 AI 분야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런 훌륭한 대학들과 국책 연구소 중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도 해 이는 연구역량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지역 발전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셋째, 전남도청의 교육과 대학에 대한 인식개선과 철저한 준비다. 지금까지 교육 분야는 교육청과 교육부의 일이었다. 정부예산 수십조원이 교육과 대학을 통해 지방정부에 지원이 되는 만큼 이를 지역과 대학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대학과 고등교육문제를 협의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전문성을 쌓고, 사업 추진단 구성도 내실있게 준비해 성과를 내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자 하는 ‘맹모삼천지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적용되고 있고, 가장 중요한 거주 요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교육부의 두 사업들을 기회로 전남도와 대학이 긴밀하게 협력해 지역을 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지역의 학생들이 우수한 교육환경을 기반으로 계속 지역에 머물 수 있고, 전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학생들이 전남의 우수한 교육 여건을 이유로 찾아올 수 있길 소망한다.

이러한 큰 소망을 위해서 전남도의 철저한 밑 작업과 치밀한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나아가 전남도내 대학들을 비롯한 도내 각 기관들의 긴밀한 협력과 자발적인 협동으로 전남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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