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질미 전도사, 신동춘 그린농산 대표 ‘東奔西走’

“일반쌀 재배할 때는 시기가 겹치는데 가루쌀은 모내기를 늦게 해도 되니 이모작이 가능해요”

자타가 공인하는 분질미 전도사 신동촌 그린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 

신동촌 그린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분질미의 장점을 눈여겨 지난 2019년부터 ‘바로미2‘를 재배하고 있는데 올해는 70ha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귀농을 고려하면서 스킬이 필요한 시설원예보다는 수도작에 전념키로 마음먹고 토지 효용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품종을 찾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미2.
이같은 개척자정신이 곡성에서 바로미2를 재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자 보급의 전초기지 역할을 다하고 있다.

신 대표는 장맛비 속에도 가루쌀(바로미2) 모내기에 한창이다. 

일반벼(밥쌀) 모내기가 끝난 지 한 달여가 넘은 시기지만 늦게 심어도 수확시기는 신동진벼와 비슷하다. 

신 대표는 “가루쌀이 밥쌀과 비교해 수확량 차이도 없고 재배방식도 다르지 않아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루쌀은 일반벼를 재배할 때와 수확량은 비슷한데 이모작이 가능하니 수익효과는 두배가 되고 기존 벼농사 때 사용하던 기계를 활용해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신 대표는 “초창기 주변에 권유했을 땐 반응이 시원찮았는데 가루쌀로 품목 전환해도 소득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것을 보고 전환하는 지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쌀수급 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가루쌀(바로미2)은 밥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전략작물로 가루쌀로 95%가 넘는 수입산 밀을 대체하고 밥쌀 공급과잉을 줄여 쌀값을 안정화하는 게 정부 목표다.

이모작·분질미로써의 활용 등 가루쌀 작물 자체의 이점도 있지만 정부가 올해 전폭적인 예산·기술 지원으로 농가 보급에 힘을 실었다. 

벼 대신 전략작물을 심으면 지원금을 주는 '전략작물 직불제' 품목에 가루쌀을 신규로 포함하고 가루쌀 생산단지도 선정해 교육과 시설장비 등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올해 39개소를 선정했고 2026년까지 200개소(4만 2000ha)를 조성할 계획이며 무엇보다 정부가 올해 수확된 가루쌀을 전량 매수하기로 해 농가의 가루쌀 수확 소득을 보장했다. 

정부와 지역 농가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가루쌀 전환이 늘면 상대적으로 일반벼 공급도 줄어 쌀 가격이 제값을 찾아 가루쌀·일반쌀 재배농가 모두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가루쌀 육성 정책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정부 예산 지원과 정책 주도 아래 보급이 확산 되고 있지만 지원이 끝나면 일회성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반벼에서 가루쌀 전환이 쉬운 만큼 판매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다시 일반벼로 돌아가기도 쉽다"는 게 가루쌀 재배 농가들의 상당수 반응이고 가루쌀 판로가 미비한데 정부의 전량매수가 끝나면 수요가 적은 가루쌀을 계속 재배할 농가가 있겠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가루쌀 재배전문단지 조성과 전략작물 직불금 지급에 필요한 추정예산이 200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올해 추정량이 500톤이며 매년 생산단지 증가에 따라 증가 예정인 가루쌀 수확량의 매수금액까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충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나온다.

농업 전문가는 "일반벼·보리 심을 때와 가루쌀·밀 이모작할 때 1ha당 정부 장려금이 20만원 안팎 차이가 난다. 그런데 가루쌀 모내기가 장마철과 겹쳐 일거리가 많고 정부 교육 점검 등도 잦아 장려금에 비해 피로감이 크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에선 가루쌀 재배를 장려·유도할 것이라면 예산지원을 강화해 확실한 차별화를 두거나 차라리 정부예산으로 일반벼 재고를 전량 매수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정부의 관련 예산 부담은 늘어가는 가운데 전환했던 농가들이 일반벼 재배로 돌아가면 예산만 낭비하고 일반쌀 수급문제와 쌀값 폭락은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다.
그러나 신 대표는 분질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분질미(바로미2)는 가공용으로 개발된 쌀 종류로써 일반 쌀에 비해 가루 입자 크기가 작고 건식 제분 시에도 손상전분이 적어 상대적으로 다양한 밀가루 제품에 적용 가능함에 따라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존의 쌀을 가루로 쓰려면 전분 구조가 단단해 물에 불려야 했는데 쌀을 가루로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로 인해 밥 짓는 데 쓰는 일반 쌀은 잘 구매하지 않는 상황에서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리 민족의 주식은 쌀로 과거에는 쌀 생산량이 부족하여 1960년대부터 1977년까지 음식점은 밥에 보리와 밀을 25% 이상 혼합하여 판매토록 혼분식 장려운동을 진행할 정도였지만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분질미는 대안이 된다고 믿고 있다.
여기에다 2020년 기준 국내 밀 자급률은 0.8%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밀을 수입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관련 식품들의 인플레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 비료 값 상승 등 수입 식품에 대한 가격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밀 수요를 쌀가루로 대체하면서 식량 자급률을 올리는 것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신 대표의 믿음을 확고히 하고 있다.

곡성군의 지원도 신 대표의 믿음에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군은 가루쌀 생산단지 조성을 위해 교육컨설팅 예산 4000만원(국비 2000, 도비 480, 군비 1120, 자부담 400)을 비롯 시설장비 예산 4억5000만원(국비 2억2500, 도비 5400, 군비 1억2600, 자부담 4500)을 지원하고 나섰다./장명국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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