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과 ‘중앙이발관’ 서용표, 강경희 부부  

30여 년 전 홀로 된 시어머니를 곁에서 모시기 위해 고향 곡성으로 돌아온 서용표, 강경희 부부. 

부산 호텔 사우나에서도 이발소를 운영하던 서씨는 옥과에서 ‘중앙이발관’으로 밥벌이를 시작했다. 의자 세 개의 작은 이발관인지라 부인 강경희씨도 일을 도왔다.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는 솜씨가 좋다고 소문이 나 아홉 시에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 그 당시에 돌이었던 둘째는 손님들이 업어 키우다시피 했다고. 

단골 어르신이 머리를 할 시기가 되었는데도 한참 동안 보이지 않아 궁금하던 중 항상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시던 이가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갑작스레 쓰러지는 바람에 거동이 불편해졌고, 머리를 하러 이발소에 가고 싶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이 기다리다가 택시를 불러 겨우 왔다는 것. 

안쓰러운 마음이 든 부부는 가게 전화번호를 적어 어르신 손에 쥐어주며 “머리 할 때가 되면 힘들게 나오지 마시고 전화를 주시라. 그럼 우리가 찾아가서 머리를 해드리겠다” 고 말했다. 

이 때부터 찾아가는 이발 봉사활동의 시작되었다. 

머리를 다듬으러 한 달에 한 번 밖으로 나오는 일조차도 버거운 어르신들은 집으로 찾아오는 일을 매우 반겼다.    

부산에서도 동종업에 종사하는 이들과 요양원과 양로원 등에 달마다 찾아가 음식을 나누고 이발 봉사를 해왔다는 서용표 씨.

아이들을 키우고 일을 하느라 바빠 잠시 멈춤 상태였던 봉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의 머리를 해주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젊은 시절 왕성하게 활동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도 결국 나이가 들고 병이 들고 난 뒤 작아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나오기가 힘들다거나 누군가의 부축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단골들은 직접 찾아가 머리를 해드리고 오고 주말마다 관내 병원과 요양원 등을 찾아가 어르신들의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어 주는 일을 한 지 벌써 25년째. 

홀로 계시는 어르신 집에 찾아가 이발을 해드리고 온 지 얼마가 지났나. 낯선 사람이 찾아와 아버님을 깔끔하게 이발해줘서 한결 마음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러 일부러 찾아왔다는 에피소드 등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들은 그 오랜 시간만큼 차곡차곡 쌓여오고 있다. 

지난달 대흥마을로 이들 부부를 부른 장순덕 이장은 “옥과에 오래도록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다 몇 년 전 운동을 하다 인연을 맺게 되었다”며 “우리 마을의 91세 어르신이 거동이 많이 불편하신데도 이발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어렵게 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한 번 마을에 와서 이발을 해주면 어떻겠냐 말을 했더니 망설임 없이 날을 잡고 찾아와 주었다”고 고마워했다. 

서씨 부부는 되도록 마을 인근의 업소를 이용하시는 걸 권하지만 이번만큼은 워낙 고령에 거동이 힘들고 대흥마을이 면 소재지와 동떨어진 곳이라 간 것이라며 동종업계의 생계에 위협이 되는 봉사는 지양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대수술하고 난 뒤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 강경희 씨는 그 시간들이 오히려 몸이 힘들어 활동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한다. 아직도 후유증에 여기저기가 시달리는 힘든 몸이지만 여전히 주말마다 가게 문을 일찍 닫고 남편과 함께 인근 요양원과 병원으로 향해 하루4-50명의 머리를 부지런히 다듬는다. 

뜸해진 단골손님을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만나게 되면 서글프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니 다행이라며 서로 부여잡고 울기도 한다. 

이들 부부는 “남을 위해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이라며 “봉사를 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나를 위한 행동이라 사람들이 칭찬하고 알려지는 것이 오히려 부끄럽다” 말한다. 하루종일 매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서로를 더 잘 알고 삶의 가치가 같아 나이가 들수록 더욱 좋아진다는 금실도 좋은 부부다. 

막내아들이 결혼하면 오전까지만 운영하고 오후에는 봉사를 다니며 더 넉넉한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부부는 “몸이 허락하는 그 날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이발 봉사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장명국 기자,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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