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떡방앗간에서 담뿍떡집으로 업그레이드

 

1975년부터 수북면에 자리잡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구.진미떡방앗간이 2023년 3대째로 바통을 넘기며 큰 변화가 생겼다. 

아들 강민석씨와 며느리 김정서씨가 세련되게 내외부를 리모델링 했을 뿐만 아니라 고춧가루를 빻고 기름을 짜던 방앗간 일은 과감하게 접고 재료와 정성이 담뿍 담긴 떡에 올인하고 있다.
  
어머니 윤정순씨가 ‘이제 떡집을 그만 해야겠다’고 말을 꺼내자 시어머니 떡을 유독 좋아하던 며느리가 먼저 남편과 담양으로 내려가 함께 떡집을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을 꺼냈다.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결사반대였다. 그녀 역시 친정엄마가 그에게 떡 만드는 것을 가르쳐주며 떡집을 이어가라고 했을 때 몸고생하는 것이 싫어 몇 번이나 거절을 했지만 결국 어머님의 눈물에 못이겨 떡집을 이었기 때문이다. 

친정 엄마와 자신의 땀과 노력이 담긴 떡집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자신처럼 휴일도 없이 힘들게 고생해야 하는 자식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상상조차 싫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결국 승낙을 받아낸 아들 부부는 퇴사와 함께 이사, 떡 배우기, 떡집 리모델링, 로고 작업, 온라인 스토어 오픈 등 진미 떡방앗간을 담뿍으로 바꾸는 준비를 착착 이어갔다. 


남편이야 워낙에 떡수저로 알려져 있어 떡집을 잇기 위해 내려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였지만 화장품 정보 플랫폼 ‘화해’의 디자이너이던 정서씨의 주변 반응은 놀라움 일색. 
수도권을 벗어난 적이 없던 91년생 정서씨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나는 모습은 직장생활을 하며 회의감을 갖는 주변 MZ들에게 그 용기를 부러워하게하고 응원하게 했다고.  

담뿍의 이름에는 두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담뿍의 사전적 의미인 넘칠 정도로 가득하거나 소복한 모양이라는 뜻처럼 재료도 가득, 떡도 가득 담아주겠다는 뜻이 첫 번째. 

담양 수북에서 태어난 사랑받은 떡집이라는 뜻으로 좋은 떡으로 지역 사회에 이바지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었다. 

‘떡’은 그 자체로 차별화 두기 어려운 음식이다. 
빵은 화학적 반응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지만 떡은 물로 쩌내는 것이기 때문에 맛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재료를 차별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 오레오설기, 바나나떡 등 특이한 재료를 넣어 눈길을 끌어 유행하는 떡들처럼 말이다.  

강 대표는 ‘뻔한 이야기지만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떡으로 차별화를 주겠다’는 것을 영업철학으로 삼았다. 최대한 전남에서 생산하고 있는 재료를 쓰고 믿을 수 있는 생산자에게 받은 재료로 만든 떡으로 소비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떡집이 되는 것이 목표.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지역의 농산물로 떡을 만들고 지역 밖의 고객들에게까지 유통되고 우리 농산물이 다시 소비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떡집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아 담양과 수북을 꼬옥 붙여 담뿍이라는 뜻이 되었다고 말했다. 

며느리 정서씨는 떡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콩과 팥알갱이가 있는 건 맛없다는 인식에 호빵에 들어간 앙금처럼 곱게 갈아지고 가공된 상태라면 그나마 먹는 정도였다고 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만들어준 팥시루떡을 먹고 난 뒤 ‘팥 알갱이가 씹히는 떡도 이렇게 맛있는 거구나!’ 깨닫았다. 쑥인절미에 이렇게 쑥이 많이 들어가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재료도 정직하게 들어가 한입 물었을 때도 쑥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만든 떡을 좋아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 맛을 변형없이 널리 팔아보고 싶어 시작한 것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떡집은 연말연초, 설날 두어달이 정신없이 바쁘다. 그래서 온라인도 그 때쯤 오픈해야 많은 사람들에게 떡을 내보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더 꼼꼼히 준비해 나중에 오픈해도 되지만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 고생스러운 시기 중에도 틈틈이 준비해 오픈을 했다. 

흑임자 찹쌀떡, 쑥 찹쌀떡 등의 레시피는 별도로 개발했다. 
담양을 벗어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통할까 실험도 되고 이웃사촌들의 좋은 평가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나올까 궁금했다. 
스마트 스토어 오픈 후 빠른 시간에 품절이 되고 속속들이 올라오는 비슷한 결의 리뷰들 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느꼈다. 

이들 부부는 찹쌀떡의 레시피를 만들며 어떤 것이 더 맛있는 떡일까? 고민할 때도 최우선 순위는 어머니 입맛에 맞는 것이 기준이 될 정도로 어머님을 신뢰한다. 담뿍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어머니 이름으로 판다고 생각해야 더 정성껏 만들고 힘들어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외할머니의 손대중으로 만들어지던 떡이 어머니의 손맛을 거치며 자리를 잡았고 아들대에 와서는 그 맛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량화되어가고 있는 것. 
  
떡집을 정식으로 운영한 지 7개월차 정도 된 3대 사장 강민석씨와 김정서씨 부부. 직장생활과 자영업의 생활이 전혀 달라 다른 것이 낯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순환하는 지역사회를 꿈꾸다 보니 쌀, 깨, 흑임자 등등 원재료 구입부터 직접 만드는 앙금, 반죽 손이 안가는 일이 없다보니 새벽부터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고생스럽만 깊이를 더하는 일이라 생각해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한다. 오히려 책상에 오래 앉이있는 것보다 새벽 일찍 일어나 몸을 쓰며 정신을 깨우는 것이 상쾌하다 말한다.  

2대 사장 윤정순씨는 이번 설을 보내며 활동력 있는 젊은 세대가 들어오니 좋다는 것을 느꼈다. 매년 설과 추석마다 이삼일 정도는 온 가족이 총 동원되기는 했지만 물량을 맞추기 위해 한달 전부터 밤새 떡을 만드는 고강도의 일은 윤씨와 남편의 몫이었기 때문이었다. 
판매하는 공간이 작아 떡을 미리 맞춘 사람과 바로 구매하는 사람의 동선이 꼬이는걸 방지하기 위해 밖에 천막을 세워 동선을 구분하고 손님을 대하는 것보다 떡 만드는 일이 좋은 윤씨 대신 판매에 적성을 찾은 며느리가 손님을 맞이한다.  

3대째로 내려왔지만 고객층의 변화는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어머니 또래의 단골이 주축이 되고 지역민이 주로 찾는 떡집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스토어의 영향으로 2~30대의 다양한 고객층이 생겨나고 있다. 장년층에 인기가 많은 팥시루가 제일 먼저 품절되는 품목이었다면 알고리즘을 타고 온 젊은 층이 호박인절미를 사러 와 품절이 빨라졌다. 
물론 이들은 간식과 선물용으로 한두개 사러 오기 때문에 금액적으로 크지는 않다. 그러나 젊은층에게 노출이 되어 문 앞이 북적일 정도로 재방문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떡도 빵처럼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을 수 있는 간식이 될 수 있다는 청신호.

그래서 이들 부부에 대한 지역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특히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이 내려와 떡집을 하니 좋다고 칭찬이 마르지 않아 몸둘바를 모르겠다고.
지역에 선순환으로 기여할 수 있는 떡집이 되길 바라는 이들의 목표에 덧붙여 담양의 시그니처 브랜드는 담뿍이라고 연상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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