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형 식(전 담양군수)         

 담양은 오랜 기간 생태와 문화,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성장해 왔다.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길과 메타프로방스, 담빛문화지구는 이러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자연을 보전하면서도 지역경제를 살려온 경험은 담양만의 소중한 자산이며,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방향이다.

그런 담양의 관문인 연동리와 기곡리 일대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군수 재선거 과정에서 제2산업단지 조성계획의 문제점이 제기되었지만, 이후에도 큰 변화 없이 기존 계획이 유지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이제는 다시 한번 깊이 있는 재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산업단지로의 개발은 담양의 정체성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오히려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2 산단 예정부지는 탄금제와 사제 저수지 등 수변과 산림이 어우러진 경관을 간직한 지역으로, 그 자체로도 담양의 얼굴이자 자랑이다. 또한, 이 지역은 물리적으로도 산단 입지가 어려운 여건이다. 총 23만 평 중 경사면과 보전지역, 공공용지를 제외하면 실제 가용 면적은 절반도 되지 않으며, 무리하게 공장 중심의 일반산단을 조성하면 경관 훼손과 미관 불일치는 불가피하다. 

또한 산업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우려는 크다. 광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는 이미 대규모 산업단지가 다수 조성되고 있어, 공급 과잉 우려가 존재한다. 2천억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미분양이나 투자 실패 시 담양군의 재정적 부담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다른 대안을 적극 모색할 때이다. 이를 위해 2단계에 걸친 발전 구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1단계로 연동리와 기곡리 지역을 산업단지가 아닌, 자연과 사람, 문화가 어우러지는 생태 문화 복합 지구로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담양의 도시 철학을 지키면서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다.

이곳에 자연 친화적인 주거, 쇼핑, 수목원, 관광 기능이 결합한 복합 지구를 조성하면 광주 생활권과 연계를 강화하고, 주거와 소비 수요를 담양으로 유도할 뿐만이니라 흑자 개발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프리미엄 아울렛 단지와 주거, 공원, 로컬 문화 콘텐츠를 융합한 복합 지구를 조성하면 산업단지보다 훨씬 더 많은 고용 창출과 인구 유입,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담양 문화관광 산업의 질적·양적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자본에 의한 투자 잠재력이 살아날 것이다. 

2단계로 차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근 우양자동차 일대까지 확장하여 정주 여건과 청년창업 공간을 갖춘 주거·문화 복합단지로 조성하면 담양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연동리 관문 개발은 단순한 단지 개발 사업을 넘어 인구 유입, 지역경제 활성화, 담양의 정체성 유지, 브랜드 강화 등 네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다. 제2 산단 조성 여부는 장기 과제로 두고, 지금은 연동리 일대를 어떤 철학과 방향으로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대한 담양군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한 때이다.

담양의 얼굴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이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간 담양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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