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호 건(전라남도의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신청한 곡성이 정부 공모에서 최종 탈락했다. 군민 1인당 30만 원의 기본소득은 11월 한 차례 추가 지급될 예정이나 사실상 민선 8기에서 진행한 기본소득 사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종료될 전망이다. 

기본소득이 단순 복지성 지원이 아닌 농촌의 구조적 위기 완화에 기여하는 혁신적 실험임을 고려할 때, 이번 결과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동시에 곡성은 단기 지원 중심의 기본소득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소득 기반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분명히 남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목받는 대안은 곡성 양수발전소 조성 사업이다. 지난해 한국동서발전과 곡성군은 500MW급 곡성 양수발전소 조성을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2036년 준공을 목표로 곡성의 산악 지형을 활용해 상·하부 저수지를 연계할 대규모 친환경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에너지파크 조성, RE100 산업단지 개발, 지역 상생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복합 사업으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인허가 및 착공 준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양수발전은 전력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물을 끌어 올려 저장하고,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에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저장형 발전 방식이다. 대용량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기후 위기 시대의 대표적 친환경 발전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곡성의 양수발전소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전력 설비 그 이상이다. 이 시설이 지역의 ‘제2의 연금’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곡성이 발전소 운영 수익의 일부를 지역 기금으로 적립하고, 향후 주민 참여형 에너지 펀드나 수익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환원한다면, 농어촌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곡성은 양수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계한 ‘군민 참여형 에너지 자립 모델’을 구상 중이다. 아직 제도는 미비하나, 이런 방향성이야말로 농촌이 스스로 미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따라서 발전소의 조기 착공과 명확한 추진 로드맵 수립이 곡성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양수발전소는 반드시 ‘지역 상생형 발전소’로 완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첫째, 정부와 공기업은 사업 지연 없이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둘째, 곡성은 군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상생 펀드 조례’ 등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한다. 주민이 주체로 참여해 발전소 운영의 이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구조를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셋째, 전라남도는 이러한 흐름을 ‘전남형 에너지 기본소득 모델’로 확장하기 위해 정책 지원과 재정 연계 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농촌 기본소득은 단순 현금 지급을 넘어, 에너지 산업과 연결된 지속 가능한 지역 소득 체계로 대전환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더 이상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 자산이다. 곡성은 양수발전소를 통해 에너지 산업과 지역경제가 함께 순환하는 모범적인 상생 모델을 대한민국에 새롭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발전소의 물이 오르내리는 순환처럼 지역경제도 활력 있게 순환하고 군민의 삶도 안정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것이 지금 곡성이 당장 준비해야 할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이 힘을 모은다면 곡성은 전력산업의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 복지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곡성의 양수발전소가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지역의 미래, 희망과 소득을 함께 저장하는 지역의 생명선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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