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지 않고 쓰이는 순간 완성된다”
통영한산대첩축제 현장에서 특별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빗속에서 시민들이 쓰고 있던 우산과 거리 곳곳의 파라솔이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것이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폐현수막 우산은 자연스럽게 재활용되었고 파라솔은 축제의 풍경을 채웠다.
이는 단순한 홍보문구가 아닌 재활용이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통영한산대첩축제는 한산해전재현과 노젓기대회, 거리퍼레이드 등 대규모 행사로 유명하다.
특히 깃발과 현수막이 다른 축제보다 훨씬 많이 쓰인다. 이는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시각적 장치이자 시민 참여의 상징이다.
한산대첩축제에서 쏟아져 나온 현수막은 폐기물이 되지 않았다.
대신 파라솔과 우산으로 다시 태어나 시민들의 그늘이 되어 관람객이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자원순환이 되었다.
담양군도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군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에코백을 제작해 나누어주었고 공유 우산을 만들어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쓰도록 했다. 또 블루베리 화분을 제작해 배포하며 환경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주민참여와 환경인식 확산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체감되는 정도는 아쉽다.
주민들이 크게 호응을 했던 사례는 블루베리 화분 정도로 에코백이나 공유 우산은 홍보성 행사에 머무는 차원이였다.
자원순환 정책이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생활 속에서 직접 체감되어야 한다. 통영에서는 축제 공간에서 관람객에게 공공연히 폐현수막이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통영의 자원순환정책을 체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담양은 자원순환정책에 발빠른 노력에도 불구하고 1회성 보여주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다. 집중호우와 폭염이 매년 반복되며 지역 사회 전반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원순환은 단순한 환경보호 활동을 넘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작은 에코백이나 화분도 시작점으로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려면 통영처럼 공공의 공간에서 누구나 쓰고 체감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예컨대 축제장 천막, 마을의 그늘막, 관광지 파라솔을 폐현수막으로 제작하면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자연스럽게 순환경제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다.
폐현수막 재활용은 환경캠페인이 아니라 지자체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태도이며 주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통영한산대첩축제는 이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깃발과 현수막이 많은 축제라는 특성이 자원순환을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는 토양이 되었고 재활용품은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실제로 쓰여 일상이 되었다.
자원순환의 성공은 홍보자료에 있지 않다. 시민이 직접 쓰고 느끼고 경험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