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본 이나市와 담양의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

① 일본 나가노현 이나市의 작은 학교 살리기

몇 해 전 일본의 지역, 교육, 사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리마 펭귀노’가 지역의 고등학교 하나가 사라질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직접 조사한 결과 실제로 지역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폐교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이주인구 감소’였다. 신규 전입인구가 급격히 줄었고 지역인구 또한 감소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학교가 없으니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젊은 부모세대들이 학교를 찾아 지역을 떠나면서 전체적인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지역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그러면 역설적으로 지역을 살리는 가장 빠른 해법은 무엇일까? 답은 ‘학교’다.

‘프리마 펭귀노’는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학교를 지키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학교를 유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내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졸업생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은 일본에서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나가노현 이나市 교육위원회를 찾아 이나市의 교육이주정책을 취재했다.

 

▲나가노현 이나시 교육위원회 관계자들이 취재진에게 이나시 교육현황과 교육목적 이주자에 대한 지원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나가노현 이나시 교육위원회 관계자들이 취재진에게 이나시 교육현황과 교육목적 이주자에 대한 지원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나가노현은 ‘일본 알프스’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다. 고대 교역로를 비롯해 그림같은 호수, 사케 양조장, 현대미술관, 상쾌한 온천 등이 나가노현의 아름다움을 뒷받침한다. 나가노현의 중심에 인구 6만4500 명의 소도시 이나市가 자리하고 있다.

나가노현 남부에 위치한 이나市는 동쪽은 남알프스를 경계로 야마니시현, 시즈오카현과 접하고 서쪽은 중앙알프스를 경계로 기후현과 접하고 있다. 시의 중앙에는 남알프스와 중앙알프스에 둘러싸인 이나 분지가 펼쳐져 있으며 동쪽에는 남알프스국립공원과 미나미알프스현립자연공원, 서쪽에는 중앙알프스현립자연공원이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다.

이나市는 예로부터 견직물, 시계, 농기구 등의 산업이 발달했으며 현재는 이러한 전통산업과 더불어 첨단기술산업도 자리잡고 있다. 또한 사과, 배, 포도 등을 중심으로 한 과수 재배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의 정치 문화 교육 경제 교통의 중심지로써 ‘미래를 엮어가는 창조와 순화의 고장’을 목표로 더욱 큰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이나市의 교육정책은 이나市 교육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이나市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기준 교육목적의 이주인구는 162가구에 358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도쿄 등 수도권 지역이며 일본 내 다른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도 교육 목적의 이주 상담가구는 72가구로 이나市의 교육정책에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면서 이는 이나市의 이주 지원정책이 크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나市의 이주 지원 정책

이나市는 일본 내 다른 지역과는 다소 특별한 이주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45세 미만의 학생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이주 지원 대상을 선정하며 이들이 이나市에 거주할 주택을 살 때 주택 구입 비용 일부(최대 150만엔)를 지원해준다. 

또한 교육 목적의 이주 정착 추진 및 전입자 증가를 통한 지역활성화를 위해 이주 희망자에게 일정기간 현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이나시 이주 체험 주택을 제공한다.

이나시 고이소구에 마련된 37.27㎡ 규모의 체험주택은 월 사용료 25,000엔(광열비 포함)으로 최장 2년 6개월까지 거주할 수 있다. 또한 이나시 타카토마치에 마련된 66㎡ 규모의 체험주택은 월 사용료 30,000엔(광열비 포함)으로 최장 3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이와함께 전원생활주택과 젊은세대주택, 자녀양육용주택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맞춤형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녀양육용주택의 경우 중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세대에만 제공되는데 세대주 부부는 원칙적으로 40세 미만이어야 하고 자녀가 중학교 졸업 시까지 거주가 가능하며 임대료를 경감해준다.

더불어 빈집은행제도를 활용해 지역 내 빈집에 입주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있는데 호응이 좋아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나시는 이주정책의 일환으로 시청 내에 무료직업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주 정착 희망자를 위해 지역 기업의 구인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내 업체와 인재 매칭을 추진하는 등 지역맞춤형 구인 구직 활동을 통해 원활한 고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나시의 경우 수려한 자연환경과 생태환경 탓에 정밀산업이 발달하면서 정밀부품 생산업체가 많아져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점도 이주정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나시는 이주정착지원사이트 ‘이나에 산다’를 통해 이나시의 주거, 육아, 일자리에 대한 지원 정책을 소개하고 이주 희망자에 대해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해 많은 효과를 얻고 있다. 

‘가라사와 도시유키’ 이나시 교육위원회 학교교육과장은 이나시의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나시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도 원칙적으로 폐교는 하지 않고 학년통합이나 부득이할 경우 학교통합을 실시한다”고 말하고 “학생 수가 아주 적어지면 교육위원회에서 특인학교(특별히 인정하는 학교)로 지정해 학군 제한도 없애고 특별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학교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학생수가 30여명에 불과한 ‘이나 서 소학교’를 찾아 작은학교 교육 실태에 대해 취재를 하려고 했지만 이나시 교육 당국과 학교 측의 사정으로 취재를 못하게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교생 30여명의 작은학교 이나 서 소학교는 이나시 교육위원회로부터 특인(특별인정)학교로 지정돼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전교생 30여명의 작은학교 이나 서 소학교는 이나시 교육위원회로부터 특인(특별인정)학교로 지정돼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② 담양의 작은 학교 살리기

농촌인구감소는 사람 수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사라지면 학교가 문을 닫고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의 공동체도 힘을 잃는다. 그래서 작은학교는 오랫동안 위기의 상징이자 가능성의 실험실이다.

담양의 작은학교 가운데 만덕초와 봉산초에서 보여준 실험은 작은 학교가 교육의 장을 넘어 지역을 살리는 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단발적 성과에 머문다면 변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인구 위기가 더 깊어지고 있는 지금 작은 학교를 통해 무엇을 지켜낼 것인지 또 어떻게 새로운 가족과 삶을 끌어들일 것인지 차분히 물어야할 시점이다. 

 

자전거를 일상으로, 만덕초의 자전거 챌린지

 ▲만덕초등학교가 작은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채택한 ‘자전거 챌린지’가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을 얻으면서 작은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만덕초등학교가 작은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채택한 ‘자전거 챌린지’가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을 얻으면서 작은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만덕초의 선택은 단순한 체육활동이 아니라 학교 운영 전략에 가깝다. 

전교생이 함께 참여하는 ‘자전거 챌린지’를 통해 체력 증진, 교통안전, 환경 교육을 한데 묶었다. 학급과 학년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니 작은 학교의 규모가 오히려 전교 프로젝트를 가능케 했다. 

첫해 챌린지는 주 1회 등·하교 라이딩 데이, 주말 가족 라이딩 권장, 기본정비·안전교육 이수로 구성됐다. 학교는 블로그와 유튜브에 과정을 기록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학부모의 피드백이 공유되면서 참여 열기가 높아졌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배우며 자신감을 얻고 주말에는 가족이 함께 코스를 달리며 생활 습관까지 바뀌었다. 교사들은 안전교육과 개별 맞춤형 지도를 통해 아이들이 ‘혼자서 탈 수 있는 순간’을 끝까지 함께했다. 

만덕초의 자전거 챌린지는 작은 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한 사례로 꼽힌다. 

전교생이 참여해 함께 달리며 공동체성을 키웠고 학부모들은 자녀와의 대화시간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밀착형 프로그램이 교육 효과와 생활 습관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낸 것이다. 

성과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학교 자체 조사에 따르면 참여 학생의 90% 이상이 주말 가족 라이딩에 꾸준히 나섰고 안전사고 발생건수도 크게 줄었다. 학부모들은 “자전거를 함께 타며 대화 시간이 늘었다”, “아이들이 체력이 좋아지고 책임감이 생겼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은학교만이 가능한 밀착형 프로그램이 교육 효과와 생활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 낸 것이다. 

 

농촌 유학의 새로운 길, 봉산초의 실험

봉산초는 담양에서 농촌유학을 가장 먼저 도입한 학교 가운데 하나다. 

2020년 봉산초등학교의 전교생은 67명이었는데 22년부터 급감해 학생 수 55명, 2025년 현재 전교생 44명의 작은학교가 됐다. 매년 줄어드는 학생 수에 골머리를 앓던 봉산초가 가장 먼저 서울시교육청과 연계해 ‘농촌유학’으로 도시 학생들을 끌어왔다. 아이들은 1년 동안 시골학교에서 지내며 작은 공동체의 일상을 체험하고 부모들은 교사와 밀착해 배우는 환경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봉산초는 농촌유학이 도입된 초창기부터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짧은 기간 안에 노하우를 쌓은 선도 사례로 꼽힌다. 특히 전교생이 함께하는 농악전수프로그램은 봉산초만의 고유한 교육 자산이다. 유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해 지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공동체의 일환으로 자리잡는다.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들은 작은 학교의 친밀한 교실 분위기와 함께 전통과 지역성을 배우는 특별한 경험을 쌓는다. 

농촌 유학은 가족에게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일부 가정은 자녀가 봉산초에서 보내는 1년을 계기로 귀농·귀촌을 결심했다. 저학년때부터 치열한 경쟁에 지쳐 어려움을 겪던 아이가 농촌유학을 통해 점차 밝아지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게 되지 일가족 4명이 귀촌하게 된 사례도 생겼다. 교육 만족도가 가족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담양에서 농촌유학을 가장 먼저 도입한 봉산초등학교는 체계적인 농촌유학제도 운영과 전교생이 함께하는 농악전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담양에서 농촌유학을 가장 먼저 도입한 봉산초등학교는 체계적인 농촌유학제도 운영과 전교생이 함께하는 농악전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담양 작은학교 현황과 성과 

담양군은 전국 89개 지방소멸위기 지역 중 하나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관내 초등학교 14개 중 8개교(57%)는 전교생 30명 내외로 이미 폐교 위기 수준이다. 중학교 역시 7개 중 4개교가 전교생 100명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학령인구 감소가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유학은 학교와 지역을 살리는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2024년 담양 농촌유학은 1학기 8가구 10명에서 2학기에는 17가구 2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1학기는 서울·경기·광주 등에서 13가구 18명의 학생이 봉산초, 만덕초, 금성초, 월산초, 용면초에 유학 중이다. 

담양군은 유학생 가족의 정주 여건을 위해 모듈러 주택 8동을 건립, 용면초와 금성초에 배치해 입주를 지원했다. 장학회 기금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작은 학교가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복지·행정 중심의 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촌 유학은 1년 체험에 그친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한 학부모는 “작은 학교의 교육에는 크게 만족하지만 아빠와 떨어져 엄마와 아이만 내려오는 ‘기러기 가족’ 형태를 유지할 수 없어 다양한 대안을 찾다 결국 좋은 경험을 했다치고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학교 생활에 만족하지만 부모는 일자리와 생활 기반이 부족해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임시거주지가 협소하거나 유학생 마을로 뭉쳐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작은 학교의 실험이 일시적 체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교육과 주거, 부모의 일자리, 지역 공동체 인프라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작은 학교를 지키는 일은 결국 가족이 머물 기반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의 내일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동취재팀(담양곡성타임스 한명석 記者 담양뉴스 장광호 記者 태안신문 신문웅 記者)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